무더운 여름이 끝났다 싶더니 어느덧 가을이 깊어가는 10월 중순이 되었다.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느껴져서 옷깃을 여미게 된다. 오늘 아침 일찍 새벽공기를 가르며 산책길에 나섰다. 아침 산책길에서 오랜만에 휴대폰의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가을에 어울리는 클래식음악에 심취해 보는 것도 벌써 한해가 지나가고 있다는 아쉬움 때문이리라. 누군가가 “시간의 흐름은 나이의 속도로 지나간다.”라고 하더니 시간이 지나가는 속도가 무척이나 빠르다고 느끼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속은 언제나 청년인 나도 꽤나 나이를 먹었나 보다. 올해에도 상담센터를 통해 50+세대 내담자분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세월이 빨리 지나감을 한탄하고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된다.

 

 

“100세 시대라고 하는 데 선생님께는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남아 있을까요?”

“글쎄요? 깊게 생각해 보지는 않았는데 30년쯤 남아 있지 않을까요?”

“앞으로 50년을 더 사신다면 활동 하실 수 있는 시간이 20만 시간 정도 남아 있으세요.”

“그렇게나 많은 시간이 남아 있나요? 앞으로 남은 시간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요?”

“선생님은 남은 시간동안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셨나요?”

“구체적으로 제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보진 못했어요.”

 

이처럼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50+세대가 마주하는 앞으로의 50년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하는 질문은 50+세대라면 누구나 고민하고 있는 화두가 될 것이다.

50+세대가 주된 직장에서 퇴직 후 미래 인생설계를 준비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것만 찾을 수 있다면 미래 준비의 반은 이룬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것을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욕망과 성공을 규정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19세기 폴란드 시인 ‘치프리안 노르비트’는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첫째, 먹고사는 일이다. 돈이 많은 부자라고 해서 모두 행복할 수는 없지만 먹고 살기가 어렵다면 그것도 행복할 수 없는 일이다. 경제적 자립이 필요한 이유이다. 둘째, 재미있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이 많다. 좋아하는 일을 물어보면 대개의 경우 없다고 한다. 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퇴직 후 미래 준비의 반은 한 것이다. 셋째, 의미 있는 일이다. 사람들은 내심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자신도 의미 있는 일을 통해 사회에 기여함으로써 세상에서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자기 앞에 놓여있는 생활고에 급급해 흔히 그 일을 뒤로 미룬다. 퇴직 후의 미래설계는 바로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다.”

 

50+세대가 퇴직 후의 미래설계를 통해 앞으로의 50년을 배우고 일하고 활동하며 새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성찰하고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새로운 삶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삶에 대한 인식의 전환

50+세대가 퇴직 후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하면 미래의 새로운 삶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 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마크 프리드만은 「앙코르: 오래 일하며 사는 희망의 인생설계」에서 과거에는 일과 성취 중심의 삶을 살았다면 다가올 미래에는 삶의 의미 중심으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즉 과거에는 ‘돈 중심, 성과 중심, 자기 이익 중심’의 삶을 살아 왔다면, 미래에는 ‘사람-관계 중심, 위험관리, 사회적 가치와 영향 중심’의 삶에 중점을 두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을 바탕으로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다면 보다 폭넓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앞에 놓여 있는 현안에 급급해 자기 자신이 쳐놓은 생각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새로운 삶에 대한 이해와 인식의 전환이 되었다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는 일을 시작해 보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찾기

상담센터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50+세대 퇴직자들은 앞으로 남아있는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미래계획을 갖고 있지 못하다. 생애전환설계 상담 시에는 우선 내담자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 노력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해답은 본인 내면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내담자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 있도록 직무전문성, 재능, 흥미에 대한 진단을 실시하고, 필요시에는 강점 찾기, 가치관 검사, 인생 곡선그리기, 버킷리스트 등도 활용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내담자 스스로가 앞으로의 미래를 설계하게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한걸음씩 전진할 수 있도록 조력한다. 상담 이후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선택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에 따라 실천과제를 정하고 행동에 옮기는 일이며,  그 속에서 보람과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다.

 

 

지난주에 50플러스 캠퍼스 상담센터에서의 근무를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커다란 트럭이 옆으로 지나가고 있었다. 운전석에서 나를 내려 다 보며 얼굴에 가득 웃음을 담고 인사하는 60세쯤 되어 보이는 남성과 눈이 마주쳤다. 낯익은 얼굴이다. 지난 몇 달간 상담 센터에서 상담을 해 드렸던 이창인(가명) 선생님이었다. 젊은 시절에는 엔지니어로 근무하다가 회사가 도산하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으로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지금은 화물운송일을 하고 계시는 분이다. 자신이 재능과 흥미를 갖고 있는 ‘50+유튜버 도전하기’ 교육을 들으려고 늦은 시간에 즐거운 마음으로 캠퍼스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몇 일전에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유튜브 영상을 보내왔다. 자신에게 주어진 앞으로의 삶을 행복하게 살기위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고 실천해 나가고 있는 이창인(가명) 선생님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