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혼자 밥 먹는 일도, 혼자 TV를 보는 일도, 심지어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일도 생긴다. 발달과업과 생활의 리듬 상 자연스럽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이다. 50~60대 초반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평가하여 미래의 목표를 재설정하거나 수정하면서 생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
베일런트(vaillant)는 하버드대 남학생 268명을 30년 동안 추적 연구하였고 90대가 될 때까지의 후속 연구를 진행해 성인발달 단계를 제시하였다. 그는 성인기의 발달변화를 전기, 중기, 후기로 구분하였다. 50+세대는 노년기 이전의 후기성인기다. 펙(Peck)은 자아분화 대 과업역할몰입, 신체초월 대 신체몰입, 자아초월 대 자아몰입의 위기라고 하였다.
에릭슨은 60대 중반이후 찾아 올 자아통합 대 절망, 혐오에 대한 갈등은 자신이 지금까지 잘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기로 지금까지 살아온 삶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게 되면 절망에 빠지게 된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갈등과 절망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를 알고 노년기를 대처할 필요가 있다.
2018년 통계청 인구 총 조사 기준 2017년 한국의 1인 가구 수는 약 562만 가구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1인 가구 비중이 3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기준, 40대 이하와 50대 이상의 1인 가구가 절반 정도이며 2045년에는 50대 이상이 70% 이상으로 본다. 이처럼 1인 가구는 가장 주된 유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50대에서 60대는 자녀의 독립을 가져오는 다양한 가족전환을 맞는 ‘빈둥지 시기’다. 위로는 연로한 부모님이 살아 계시면 그 신체적 쇠퇴기로 인해 가족생활에서 50+세대는 더 중심 역할을 해야 하는 난제가 있다. 부부관계도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가족붕괴 및 상실감이나 질병 및 죽음으로 인한 가족의 해체를 맞는 이들도 있다. 많은 가족들이 이 단계에서 위기를 맞기도 한다.
자신의 신체의 퇴화 뿐 아니라 퇴직, 친구 또는 형제의 사망, 배우자의 상실로 홀로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남성은 특히 아내를 의지하고 보호받기 원하며 아내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은 상당하다. 재정문제, 가사 등의 생활 편의문제가 발생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일반적으로 이런 문제를 잘 극복하며 새로운 삶을 추구한다.
그러나 때로는 준비되지 않은 마음으로 배우자 중 한 명을 먼저 떠나보낸 뒤 혼자만의 시간을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이도 많다. 그래서 배우자 장례를 치른 뒤 얼마 되지 않아 이내 사망하는 이들도 종종 보인다. 오랜 시간 동안 둘 이상의 가족 수에 주파수를 맞춘 생활에서 ‘혼자’에 대한 적응이 생각만큼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7년 기준 최근 5년간 ‘알코올성 정신장애’로 인한 건강보험지급자료에 따르면, 40대에서 60대 사이의 연령에게서 알코올성 정신장애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10만 명당 진료수가 50대(294명), 60대(287명), 70대(218명) 순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인 노화에 대한 인식은 질병, 가난, 외로움, 인지적 저하 등의 부정적인 요인이 많다. 노인들은 병들고 가난하고 이해가 느리고 전반적으로 약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신체의 외적인 측면변화 뿐 아니라 뇌 무게 감소, 지능 감퇴, 자극에 대한 반응속도 둔화, 단기기억 감소, 수면시간의 변화, 시각적 예민성 감소, 야맹증, 색 변별력 감퇴, 약한 청력, 등의 변화는 어쩔 수 없다.
외로움 극복과 성공적인 노화를 지혜로운 방법은 무엇일까?
노화의 속도 또한 성격 특성, 신체적 건강, 교육 수준, 사회문화적 환경 등에 따라 개인차가 따른다. 성공적인 노화를 위해 각 개인이 자신의 삶을 새롭게 통찰하고, 가치를 재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의미와 가치를 재발견하여 내적 갈등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 장애를 극복하는 방법에는 분명 개인차가 존재한다. 심지어 고단한 일상에 치일 때마다 아무도 없는 곳으로 훌쩍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러나 막상 혼자 여유를 즐기겠다고 다짐해보지만 금세 외로움을 느낀다.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는 공허한 시간들을 보내기 일쑤다.
베일런트는 성공적 노화(Aging)의 세 가지 공통요소로는 첫째, 질병과 장애가 없고 둘째, 높은 신체적, 인지적 기능을 유지 하며 셋째, 적극적인 대인관계 유지와 적절한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출처: 발달단계 이론, 베일런트의 적응 이론)
2018년 사망원인 통계에서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국가 가운데 1위다. 인구 10만 명당 26.6명이다. 이 중 노인의 자살의 비중도 1위이며 80대 이상에 들어서야 감소를 한다. 24명의 추락한 5060중산층을 인터뷰한 중앙일보 연재 기사에는 가장 큰 어려움이 ‘관계단절’이라고 했다.
어찌되었든 최근 기대 수명의 증가로 인한 노년기는 전 생애 중 가장 긴 단계가 되었고 산업화의 주역인 이들은 왕성한 체력과 능력발휘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일도 많아졌다. ‘그레이 크러시’ 즉 ‘근사하게 나이 들기’가 뜨고 있는 것이다.
73세 유투버 박막례씨를 필두로 ‘할담비’ 지병수씨의 유투브 조회수는 이미 200만을 훌쩍 넘겼다. 그는 기초생활대상 수급자에 자식 없이 혼자 살고있다. 그는 사업 실패 후 마음을 다 비워 늘 밝게 지낼 수 있다고 한다. 다큐멘터리 영화<칠곡 가시네들>’에서도 문맹인 할머니들이 글을 배우고 서툰 글로 <시가 뭐고?>를 출간하는 작업을 진행 것을 담아냈다. 공부하는 노년을 아름답게 표현한 것이다. 2015년 개봉 영화 <장수상회>와 KBS 주말극 <같이 살래요> 등 여기저기에서 다른 모습의 중장년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일거리 참여에서도 2019년 8월 현재 60세 이상 고용률 43%, 490만 1000명으로 집계되었다. 이들의 일자리 증가는 제한적이고 관제일자리이긴 하지만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여 자신 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출처: 중앙일보 9월 17일자)
혼자 살아가는 인구를 ‘나 홀로족’이라 부른다. 독립적인 의미 이면의 외로움을 배제할 수는 없다. 복잡한 인간관계를 떠나 자기 성찰의 시간을 갖고 SNS조차 떠나 자신만을 오롯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필요하다. 혼자 있는 시간에 보다 더 자신의 내적 성찰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삶을 통합하며 노화를 수용하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평화롭고 안정된 삶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병률 저자의 <혼자가 혼자에게>에서는 ‘나만 할 수 있는 일, 나만 가질 수 있는 것들은 오직 혼자여야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적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노화를 반기지 않는다. 노인의 지혜는 정보검색수단에 밀려 무용지물이 되었다. 급격한 사회 변화에 가족 없는 생활을 하는 중장년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그러나 안티에이징만 외칠 수는 없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훈련해보자. 여성들은 관계형성과 취미생활이 다양한데 비해 남성들의 혼자 할 수 있는 취미생활은 한정적이다. 주로 자전거타기, 요리, 마라톤, 헬스, 게임, 유투브, 볼링, 등산, 수영, 악기 연주, 영화보기. 독서하기, 낚시, 걷기, 음악 감상, 사진, 수집하기 등이 있다.
여성들은 이밖에 십자수, 스킬, 뜨개질, 인형 만들기, 프라모델 만들기, 요리하기, 옷 만들기, 기타 만들기 등을 더할 수도 있다. 하나만 구입하면 모든 준비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취미생활로 DIY 명화 그리기도 있다.
생산적이고 경제적 도움이 되는 취미생활도 권유하고 싶다. 석고 방향제, 디퓨저 만들기, 가죽공예, 매듭공예, 레진공예, LED플라워 만들기, 건강에 좋은 칼러 소금 만들기 등은 인터넷강의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반려산업으로 인한 강아지 돌보기, 산책시키기, 펫사진 촬영 등 생산적인 것을 배워 두는 것도 외로움 극복과 더불어 경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운동은 관절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스피드 운동보다는 스트레칭, 태극권, 수영, 고정식 자전거 등으로 전환하는 것이 좋다.
예술로의 접근도 중요하다. 문학, 음악, 시각 예술 등의 평론가들은 고령의 예술가들이 뒤늦게 꽃 피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꼰대’로 표현되는 우리 노년의 문화를 ‘꽃대’로 바꾸어, 이제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은 멋진 ‘위더에이징(with Aging)’을 하면 어떨까 제안해본다.
내 나이 60 넘어
선생님이 되었다.
비록 이야기 할머니 선생이지만
아이들은 병아리 같은 입으로 네네 선생님 하고
대답한다. 그 삐약이 같은 소리에
힘들었던 내 인생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세상에서 기뽀기뽀 기쁘고 즐거운
오늘을 만들었다.
장하다
오늘은 나도 선생님이다
-방용분 할매 시 <드디어 그날이다> 중 일부 고영직 문학평론가(출처, 2017, 한영 컨퍼런스: 창의적 나이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