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0대 이후의 연령층에서 '앙코르 커리어(Encore Career)'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앙코르 커리어'를 그대로 해석하면 인생 후반기부터 쌓는 새로운 경력을 의미합니다. 즉 인생 후반에 찾는 일자리를 뜻하지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10년 전에 이 개념이 등장했고,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최근 급격한 노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앙코르 커리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죠. 하지만 50대 이후에 새로운 경력을 쌓기는 쉽지 않고, 마음에 드는 일자리를 구하기는 더욱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50플러스 세대가 찾는 일자리들은 대개 정부기관에서 시행하는 공공 일자리나 비영리단체에서 시행하는 사회적 서비스가 많습니다.

이러한 일자리들은 노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입을 보장해주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노동의 가치에 더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한 50플러스 세대들이 제2의 인생을 설계하면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하지만 '앙코르 커리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또 정부기관이나 각종 공공기관이 시행하고 있는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도 모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부터 어떻게 인생 후반기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종사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앙코르 커리어는 지속적인 수입, 개인적인 의미 추구,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일자리를 뜻합니다. 지속적인 수입은 풍족한 수입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품위를 잃지 않을 정도의 수입이지만 직장 생활을 할 때처럼 정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소득입니다. 50대를 넘어서면 소득에 대한 기대를 어느 정도 접어야겠지요. 따라서 앙코르 커리어를 원한다면 50세 이후의 삶이 이전의 삶과 별개라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2011년, 44세에서 70세 사이에 있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인생 후반기에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50세에 앙코르 커리어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결심을 실행하는 데 약 18개월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직업을 전환한 후 67%가 이전보다 소득이 감소했거나 아예 없었습니다. 그만큼 인생 후반기에 새로운 일자리를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시기의 특징은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새로운 관점과 통찰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능력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지요. 그런데도 단순히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삶의 뒷전으로 밀려나 삶을 정리해야 한다면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입니다. 앙코르 커리어에 참여한다는 것은 지금이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의 삶을 다시 찾는 것입니다.

직장과 조직에 매여 있을 때는 일에서 벗어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을 손에서 놓아 버리는 순간, 일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그때에는 일의 속박에서 벗어난 자유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자유를 추구하게 되지요. 그래서 비록 소득이 적더라도 공동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서 생산적인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새로운 삶에 도전할 수 있을까요?

첫째, 주변의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면서 기회를 찾아보세요. 퇴직을 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죠. 처음에는 취미활동도 하고 그동안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시간을 보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활동이 점점 뜸해지게 됩니다. 나중에는 다시 혼자만의 세계로 돌아오고 말죠. 그제야 새로운 일자리를 찾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명확한 계획이나 확신을 갖고 앙코르 커리어에 뛰어드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결심하기보다 주변의 정보를 탐색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여러 활동에 참여해 보세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교육활동, 취미활동, 마을활동 등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 활동에 참여하다 보면 무엇을 해야겠다는 확신도 생기고 기회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둘째, 여러분이 지금까지 쌓아왔던 전문성은 잊으세요. 물론 어떤 활동에서는 전문성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가령 사회복지기관의 시설을 정비하거나 보수하는 일이라면 그 분야에서 일했던 사람이 더욱 잘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늘 그런 기회가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성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환경에 맞게 적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그 흐름에 몸을 맡겨 보세요. 너무 애쓰지도 말고 가볍게 시작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꾸준히 참여하다보면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또 해야만 하는 일을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셋째, 삶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50대 이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슷한 패턴으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인생 2막은 전혀 다른 패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인생 후반기는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삶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에 몸을 던져보시기 바랍니다.

넷째, 경제적인 조건에 너무 얽매이지 말아야 합니다. 돈을 포기하는 대신에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습니다. 욕망을 내려놓는 것이 새로운 인생의 시작입니다. 내려놓을수록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자신이 원하던 일을 하게 되면 물질 위주의 삶에서 가치 중심의 삶으로 바뀌게 됩니다.

여러분의 나이가 얼마이든, 남아 있는 삶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제 시작하든 늦은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시작하는 것이지요. 준비하고 시작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움으로 다가 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