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플러스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직종 중 하나는 강사입니다. 그래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진행하는 교육과정 중에서 가장 일찍 마감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50플러스 세대들은 과연 어떤 점에 이끌려 강사를 꿈꾸는 것일까요?
저마다 이유는 다르겠지만 누군가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는 것이 강사의 가장 큰 매력일 것입니다. 요즘 시니어들이 저에게도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어떻게 하면 퇴직 후에 강사로 살아 갈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년간 강사라는 이름으로 일해 온 저의 경험을 나누어 보고자 합니다.
우선 강사의 일반적인 장점을 알아보고 왜 강사라는 직업이 시니어들에게 적합한 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첫째, 강사는 자본금 없이도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입니다. 어떤 사업이든 자본금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강사는 자본금 없이 할 수 있는 1인 기업이자 지식 기업입니다. 자본금이 필요 없기 때문에 혹시 실패한다 하더라도 크게 잃을 것이 없는 창업입니다. 또 강사는 강연료가 수입의 전부가 아닙니다. 책을 출판하거나 글을 쓰고, 능력에 따라 방송 출연이나 컨설팅도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개인이 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부가적인 수익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강연 동영상을 여러 채널에 업로드하여 클릭 수에 따라 저작권료를 받는 수익 모델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스타 강사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하더라도 종자돈 없이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강사는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둘째, 시간 활용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쉬고 싶을 때 자유롭게 쉴 수 있는 일, 출퇴근 시간이 자유로운 일,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일을 원합니다. 강사는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어느 정도 소득을 올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이런 생활을 지속적으로 영위하기 위해서는 프로 강사의 궤도에 올라야 하겠지요.
셋째, 은퇴가 없다는 것입니다. 강사는 정년이 없습니다. 연세대 김형석 명예교수는 현재 99세임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강연과 집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관심 분야에 시니어로서의 지혜와 연륜이 배합된다면 시간이 쌓일수록 빛을 발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넷째, 노력하는 만큼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조직에 소속되면 안정적인 급여를 보장 받을 수 있지만, 노력한다고 해서 특별히 많은 급여를 받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강사는 자신의 콘텐츠가 확실하고 강의 실력을 계속적으로 높일 수만 있다면 지속적인 소득 증가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자부심과 자긍심, 존재감이 배가됩니다. 강사로 활동한다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이 매우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겠죠. 후배도 생기고, 때로는 제자를 키울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존경뿐 아니라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나눔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강사는 좋은 점만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수입이 일정치 않고, 불경기 때는 교육 예산을 가장 먼저 줄입니다. 특히 강사에 따라서 소득 격차가 매우 심합니다. 능력 있는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다 것이죠. 프로 강사로 성공하지 못하면 강의 당일 갑자기 취소를 통보하는 무례한 경우도 많습니다.
둘째, 강사는 극심한 감정노동자입니다. 겉은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강사들이 많으며, 늘 밝은 에너지를 계속적으로 유지해야 하고 다양한 교육생들의 요구와 조건을 맞추어야 합니다. 또 한 번의 사소한 실수 때문에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를 잃을 수도 있으며, 매 강의마다 교육생의 피드백을 통해서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셋째, 강사의 능력을 높이기 위한 계속적인 공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보통 강의시간이 두 시간이라면 그 몇 배에 해당하는 준비 시간이 필요하죠. 새로운 정보와 트랜드에 맞추어 시대적 감각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따라서 늘 공부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정신을 잃지 말아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넷째,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로 인하여 시니어 강사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한마디로 경쟁자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베이비부머들은 대부분 지난 20~30년 동안 한 분야에서 많은 경험과 노하우 인맥을 쌓아왔습니다. 특히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를 갖춘 분들이 많아서 보수에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낮은 강의료를 감수해야 합니다.
넷째, 강사 시장은 강사의 강의 능력보다 영업력이 더 중요한 시장입니다. 인맥과 출신이 중요하죠. 그래서 단순히 실력만 가지고 뛰어들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50플러스 세대들이 한번쯤은 강사 세계에 진입하길 원합니다. 그렇다면 몇 가지 갖추어야 할 조건들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 강력한 멘탈의 소유자가 되어야 합니다. 강의를 앞둔 매 순간의 떨림과 무대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을 길러야 합니다.
둘째, 나만의 콘텐츠로 무장해야 합니다.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셋째, 강의 스킬입니다. 많이 해보고 연구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넷째, 나를 불러줄 인맥이 필요합니다, 강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영업 능력이 필수입니다.
다섯째, 강의 경력입니다. 초보 강사를 부르는 담당자는 없습니다. 그러니 초기에는 좋든 싫든 많은 강의를 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생 후반전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고, 일정 수준의 보수를 얻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만일 시니어 강사의 길을 가길 원한다면 스스로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으로 시작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