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플러스 서부캠퍼스에서 매월 인기 직업군 찾기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50플러스 세대와 만나고 있습니다. 늦은 저녁 시간이지만 강의실을 가득 메운 교육생들을 보면서 50플러스 세대의 고민과 간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교육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특히 눈에 띄는 그룹이 있습니다. 젊은 시절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과 함께 일을 그만두고 가정에서 주부로 생활하고 있는 경력단절 여성들입니다.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자녀의 성장으로 이제야 어느 정도 시간적인 여유가 생겼는데, 남편이 퇴직했다는 것입니다.
중년이 훌쩍 넘어버린 경력단절 여성들은 이제야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남편의 퇴직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여전히 쪼들리게 됩니다. 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친화형’으로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동안 하지 못한 말들을 마구 쏟아냅니다. 한 번 말을 시작하면 언제 끝날지 가늠할 수가 없지요. 이들은 특유의 다정함과 친화성을 무기로 끝없는 얘기꺼리들을 찾아내고 이를 주변과 나누려고 합니다.
둘째 유형은 ‘난 아무것도 몰라요’ 유형입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주부로서의 삶을 부정하고 오로지 일에서 소외된 자신의 처지를 불안해하고 망막해 합니다.
저 또한 오랫동안 경력단절 여성으로 살아왔습니다. 다행히 힘들고 어려운 단계를 지나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불안과 망막함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50대 경력단절 여성은 남성에 비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갱년기 때문에 신체적 변화를 겪기도 하고, 취업에서도 늘 뒤로 밀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더구나 퇴직 후 집안에서 할 일 없이 머무는 남편 때문에 스트레스도 엄청 납니다. 이 때문에 집안에서 있기보다 무엇이든 자신의 역할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경력단절 여성에게는 이 모든 문제가 절박합니다. 혹여 그동안 안주했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려 해도 현실에서는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습니다.
50플러스 캠퍼스 내에서 경력단절 여성에게 주목하는 것은 이들이 가진 잠재력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50플러스 캠퍼스를 이용하는 교육생들 중에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새로운 역할에 대한 경력단절 여성들의 열망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엄연히 차별이 존재하고, 주부로서 경력도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일은 돈을 받고 노동을 제공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주부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가정 안에서 해온 것뿐이지 일과 단절된 적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출산과 육아의 경험, 가족들의 생존과 건강을 위한 활동, 학부모 활동도 모두 일입니다.
경력단절 여성들은 이제 패배감과 무력감에서 벗어나 일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동안 하는 일 없이 집안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사회와 가정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해왔던 것입니다. 이렇게 관점을 전환하면 경력단절이란 없는 것이고,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일이 경력이 되는 것입니다.
이제 지난 시간들을 꼼꼼히 돌아보십시오. 분명히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겁니다. 그동안 해왔던 활동 중에서 특별히 성과를 냈던 것은 무엇입니까? 비록 성과가 없었더라도 더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일은 무엇입니까? 이런 고민들을 스스로 성찰해보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가닥이 잡힐 것입니다.
그래도 숙제는 남아 있겠지요. 오랜 시간 가정에서 일하다 보면 조직 속에서 단련되지 못한 한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여성들은 조직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첫째, 가족이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지역사회, 공동체 사회라는 넒은 틀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가정에서는 모두가 내 편이 되어주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조직에 적응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특히 조직의 일원으로 적응하는 데 필요한 조직 활동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지속적인 공부와 탐색이 필요합니다. 과거의 경력만 가지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는 쉽지 않습니다. 직업훈련과 자격증 취득 등 일에 대한 경험과 경력을 쌓기 위한 활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셋째,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조직은 성과로 사람을 평가합니다. 단순히 소일거리를 하겠다는 생각으로는 일을 통해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