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평생 한 가지 일만 하셨다. 나는 평생 여섯 가지 일을 할 것이고, 내 자녀는 동시에 여섯 가지 일을 할 것이다”(미국 ZIPCAR 창업자, 로빈 체이스)

 

 “어제 저녁 강의 후 10시 반부터 새벽 2시까지 운전하고 12만 원 벌었습니다” 지난 1월 중순 필자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배우기 위해 참석한 저녁 특강에서 강사가 한 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 지면서 짠한 마음마저 들었다. 50대 초반의 강사는 30대부터 유수 외국계 IT 회사에서 개발자로 근무했고 프로그램 분야 유명 강사였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운이 좋으면 고가의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호사를 누릴 때가 있고, 대리운전을 통해 자기 돈을 들이지 않고 전국 여행을 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했다. 마치 이 일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현재 모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있는 그는 얼마 전 보안회사에서 기간제 일자리를 찾았다 한다.

 이른바 그 강사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N잡러이다. 박사 과정까지 등록한 것을 보면 그는 이미 평생 현역의 길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필자 또한 10여 가지 일거리가 인쇄된 명함을 가진 N잡러이다. 주로 하는 일은 신중년들을 위한 일거리 관련 강의와 중소기업을 위한 컨설팅이다. 최근 주위에서 만나는 강사나 컨설턴트와 교환한 명함을 보면 보통 대여섯 가지 일이 적혀 있다. 이미 부지불식간에 우리 주위에 N잡러가 새로운 일의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 결과’에 의하면 60세 이상의 국민 중 44.7%는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들 중 66.9%는 본인 및 배우자가 생활비를 부담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생 1막을 마치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새로운 정규직 일자리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준비되지 않은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소득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단기간 또는 단시간 자투리 조각난 일거리라도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 일거리는 수입이 대부분 매우 적기 때문에 다른 여러 가지 일거리에 참여하거나 스스로 일거리를 만드는 창직 활동까지 하는 N잡러가 그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N잡러로 여러 가지 일들을 하게 되면 그들 중 몇 가지가 사라지더라도 나머지 일거리와 함께 새롭게 개발한 일들을 계속할 수 있어 평생 일할 수 있는 현역의 길을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및 주위 N잡러들의 경험을 기초로 평생 현역의 길을 갈 수 있는 N잡러가 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 본다.

 

일자리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기술과 경험이 많다. 경제적인 준비는 부족하다. 우리는 50플러스 세대다. 평생 현역의 길을 걷고 싶다. N잡러가 그 길일 수도 있다. 도전해 보자.

 첫째, 기존의 직업관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자. 베이비부머들은 정규직 일자리가 아닌 시간제 일자리 등은 아직도 남 보기에 부끄러운 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인공지능과 로봇 활용 등으로 정규직 일자리가 급격히 사라지고 자투리 일자리가 대세가 되는 새로운 노동 트렌드를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평생 현역의 길을 걷게 될 N잡러가 되기 위해 자신은 물론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주위의 시선에 과감히 맞서 보자.

 둘째, 할 수 있는 일이면 무조건 도전해 보자. 그 일이 좀 낯설고 수입이 적더라도 우선 지원하여 경험해 보자. 흔히 좋아하고 잘하는 일만 찾는 사람들은 스스로 일자리 선택의 범위를 축소함으로써 일자리를 못 구하고 좌절만 하는 현실을 상담을 통해 자주 접하고 있다. 실제 흥미와 적성은 맞지 않더라도 새로운 일을 하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새로운 적성을 찾을 수 있고 계속하다 보면 새로운 흥미도 생길 수 있다. 특히 그 일의 수입이 많다면 그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경력관리에서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 이론으로 유명한 존 크럼볼츠 전 스탠퍼드대 교수는 그의 논문에서 성공한 사람 중 자신의 계획대로 성공한 경우는 20% 정도에 불과하고 80%인 대부분의 사람은 우연히 만난 사람이나 우연히 겪은 일을 통해 성공을 이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일거리를 찾기 위해 빨리 시도해 실패하고 자주 실패해 보라는 조언마저 하였다. 또한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유명한 창업 훈련코스인 ‘디자인 씽킹’ 과정 담당 교수들은 ‘당신의 인생을 디자인하라(DESIGN YOUR LIFE)’는 저서에서 제품 출시 전 시제품 만들기(Prototyping)를 하듯이 다양한 일거리를 먼저 시도해 보라고 조언한다. 당장 50플러스 재단 등에서 제공하는 인턴 사원 일자리나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해 볼 일이다.

 셋째, 최신 기술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기회를 찾아보자. 최근 드론을 통한 영상 촬영이나 빅 데이터 분석 관련 일자리가 계속 개발되고 있다. 또한 IT 기술을 이용한 플랫폼을 통한 재능거래 사이트도 많이 생기고 있다. 이들 사이트를 통해 사무실이나 공장 없이 단순히 노트북이나 휴대폰만으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 특히 재능거래 사이트에서는 나이나 외모를 따지지 않는다. 나이 때문에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전문직이나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을 가진 50 플러스 세대들은 적극 도전해 보자.

 넷째, 새로 도입된 제도에서 일거리 기회를 찾자. 혹시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이나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반려동물보호법에 대해 알고 있는가? 이들 법을 잘 들여다보면 새로운 일거리나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면 여가생활 지도사나 도시농업 지도사, 반려동물 관련 교육사 등 다양한 일거리를 찾거나 개발할 수 있다. 새로운 제도 법률 제•개정에 관심을 가지면 의외로 남보다 빨리 새로운 일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자기 계발이다. 모든 것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 없이는 평생 현역은 물론 당장의 일거리도 찾기 힘든 시대다. 자격증 취득 공부를 하고 과감히 학위 과정에도 도전해 본다. 국가에서 지원하는 국민내일배움카드나 평생교육바우처 제도를 이용하면 큰 비용 부담 없이 학원 수강 등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