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했다
필자는 최근 모 대학교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금융 산업의 대응’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하기위해 강의실에 가지 않고 동영상 자료를 만들어 보냈다. 스타트업 멘토링 역량강화를 위해 모이는 모 세미나는 코로나 방역 조치가 격상되면서 실시간 원격 시스템을 통해 서로 대화하면서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다. 또한 퇴직 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 활동을 대면 컨설팅이 아닌 실시간 랜선 방식으로 하였다. 필자는 사실 아직도 SNS 이용에 익숙하지 않아 가능하면 전통 방식의 소통을 하고 있는데 이번 사건들(?)을 계기로 비대면 SNS 활용은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활동이 됐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번 칼럼에서는 2021년도에 새로운 일자리나 일거리를 찾는 신중년 베이비부머들을 위한 노동시장의 트렌드와 대응 방안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앞서 소개한 본인의 사례는 새로운 노동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비대면’ 언택트(untact)방식의 일면을 보여 주기 위한 것이다.
금년에는 예년보다 빨리 차년도를 겨냥한 각종 경제 예측 자료와 트렌드 책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약간 혼란스럽다. 1920년대 세계 공항에 버금가는 사태라고 하니 좀 더 심각하게 예측 자료를 내려면 시간이 예년보다 더 오래 걸릴 것 같은 데, 오히려 예년보다 더 빨리 차년도 예측 자료가 나오고 심지어 금년 5월 중에 발간된 예측서도 있다. 필자는 이를 두 가지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코로나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 보니 다양한 중단기 대응방안이 이미 많이 나왔고 이들 중 대부분은 바로 내년도로 이어져 갈 것들이기 때문에 어쩌면 전망하기가 용이해서 인듯하다. 또 다른 시각은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확산되고 있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자료를 갈망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여 상업적 목적의 다양한 예측서가 조기에 발간된 듯하다. 이는 현 상황이 그 만큼 위중하다는 방증이다.
비대면 언택트, 뉴 노멀
일자리 트렌드는 한 해 한 해 바뀌는 패션 유행과는 다르다. 그렇지만 범지구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파괴력이 크고 지속할 우려가 있어 일자리에 대한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기에 충분한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주변에서 이미 폭 넓게 감지되고 있다. 이제까지 주로 젊은 층들이 주도했던 각종 비대면 배송 주문이 코로나 이후 중년층 노년층으로 확대되고 있다. 다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배송거래를 경험한 새로운 진입자들 중 대부분은 코로나 사태가 끝나더라도 이전 방식이 아닌 비대면 상거래를 지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다. 이를 반영한 듯 각종 2021년도 예측서에 따르면 채용시장 또는 일의 세계를 전망하는 키워드들 중 대부분은 ‘비대면’과 관련 된 것들이다. 원격 근무, 재택근무, AI 면접, N잡러, 랜선 회의 등이 그 예이다. 나머지 키워드들은 사실 2016년 다보스 포럼 이후 급속 확산되고 있는 4차 산업 혁명이 진전되면서 이미 접해 오고 있는 것들이다. 따라서 내년도 일의 세계에 대한 전망은 새롭게 부각된 비대면 현상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일의 세계의 변화를 중심으로 전개해야 할 것 같다. 아울러 2021년부터 우리의 일자리와 바로 직결될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에 대해서도 살펴보려 한다. 동 정책 또한 새로운 트렌드인 ‘비대면’과 4차산업혁명시대 기술을 활용한 계획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먼저 2021년의 채용 방식과 관련하여 지원 서류 제출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인터넷 등으로 지원해 오고 있기 때문에 변화는 거의 없다고 본다. 면접은 비대면 방식이 확산될 것 같다. 따라서 일자리를 구하는 신증년들은 비대면 면접을 위한 기기 사용법 등에 낯설기 때문에 미리 필요한 앱을 깔고 연습을 해 볼 필요가 있겠다. AI면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일자리 센터 등에서 운용하는 모의 AI 면접에 참여해 봐야 할 것이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직접 연습하고 면접 결과도 보면 AI알고리즘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음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알아보자.
나도 변하고 있는가?
먼저 4차 산업 혁명과 함께 정규직 일자리가 급격히 축소되면서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의 새로운 일자리는 비정규직 일자리가 정상적인 일자리가 되고 있다. 일자리라기보다는 일거리가 맞을 듯하다. 심지어 플랫폼 경제의 급성장으로 시간제 일거리라고 할 수 있는 긱(Gig)노동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 기업의 유연 근무제 도입과 AI와 로봇 등 4차 산업 혁명 기술의 광범위한 이용으로 기존의 단일 직무를 세부 능력 단위까지 쪼갬으로써 조각난 일거리들이 양산되고 있다. 이는 곧 시간제 일거리가 보편적인 일의 세계의 모습이 될 날도 멀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특히 인생 2막을 헤쳐 나가야 할 베이비부머들 중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필요한 노후 준비가 부족한 현실에서 조각난 한 가지 일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들은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N잡러가 불가피하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아무런 준비 없이 N잡러로 활동할 수는 없을 것이다. 시스템적으로 다행인 것은 시간제 일자리와 재능거래 플랫폼이 활성화 되고 있어 여러 가지 일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은 이미 조성되었다고 본다. 특히 재능거래 플랫폼 상에서는 비대면 방식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나이나 얼굴 모습들을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다. 이는 곧 퇴직 베이베부머들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플랫폼을 통한 재능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주요 재능거래 사이트를 방문하여 거래 재능들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처음 방문하게 되면 아마 깜작 놀라게 될 것이다. 세상에 생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재능들이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위안이 되기도 한다. 나도 나만의 독특한 재능을 등록해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바로 자신의 재능을 올려서 시장 검증을 받아 보길 권한다. 잘 만들어서 완성된 것을 올리느라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다. 등록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시장에서 바로 검증을 받아가며 보완해 나가면 된다.
다음은 내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될 ‘한국판 뉴딜정책’을 활용한 내 일자리나 일거리 만들기에 대해 알아보자. 정부는 금년 7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두 축으로 일자리 창출 등 안전망 강화를 정책 방향으로 한 ‘한국판 뉴딜정책’을 발표하였다. 동 계획 중 디지털 뉴딜은 전 산업의 디지털화를 목표로 D.N.A.(Data-Network-AI)생태계를 강화하고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주로 ICT 기술을 이용한 데이터 관련 산업과 AI, 만물인터넷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면서 ICT기술 분야 일자리가 확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린 뉴딜은 인프라와 에너지를 녹색으로 전환하고 저탄소 녹색 산업 생태계 구축을 추진 방향으로 하고 있다. 주로 재생에너지와 스마트 팩토리, 전기 자율 주행차 기술 등에 대한 투자와 관련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것 같다. 따라서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이 동 계획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정책 과제들 중 관심 분야를 선택하고 동 부문에 참여하기 위한 기술 습득을 해야 할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이니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배움은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인 일들은 로봇이 대부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기술이나 지식만 고집하게 되면 최저 임금 수준의 일이나 복지 차원에서 제공되는 단순 일자리 밖에 기회를 찾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뉴딜과 관련된 4차 산업 기술들을 익히기 위한 전문 과정은 이미 여러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실무 기술적으로는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온라인평생교육원의 STEP 프로그램과 한국폴리텍대학을 추천한다. 기술 수준별로 다양한 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보다 이론적인 강의는 온라인 비대면 과정인 ‘KMOOC (www.kmooc.kr)과 KOCW (www.kocw.net)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하여 들을 수 있다.
필자는 강의만 듣고 끝나면 객관적으로 기술 수준 둥을 검증 받기 어렵기 때문에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길 권한다. 자격증은 국가 자격증(www.q-net.or.kr)과 민간자격증 제도(www.pqi.or.kr)가 있는 데 최신 기술 부문은 국가 자격증이 아직 도입이 안 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민간 자격증을 취득해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자격증 장사를 하기 위해 고가의 부실 자격증을 운용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이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따라 재택근무를 위한 기본 설비 등을 갖출 필요가 있다. 동영상 촬영이나 화상회의가 가능한 노트븍 등을 구입할 필요가 있다. 다음에는 실제 화상회의 등을 위한 앱을 설치하고 기기 활용에 숙달될 수 있도록 필요한 교육을 받고 연습해 둘 필요가 있다. 필자도 앞서 얘기한 동영상 강의 방법을 몰라 처음엔 매우 당황했지만 한두 번 연습으로 사용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필자도 아직 숙달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또한 가정 환경의 변화도 필요하다. 기존 사무실에 준하는 테이블과 조명, 통신 수단등을 확보하고 조명 및 방음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맞이하게 될 2021년도의 일의 세계의 트렌드를 살펴보았다. 2021년은 특히 새로운 일을 찾아야 할 중장년 퇴직자들에게는 시련의 시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기 위해 재능 거래 플랫폼 참여와 ‘한국판 뉴딜정책’ 의 이해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제시해 보았다. 다시 도전하는 2021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