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서울시 50플러스 재단에 컨설턴트로 활동시 모 은행 출신 퇴직자를 상담한 적이 있다. 그는 워낙 취업이 안되고 면접마저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은행원 경력을 이력서에서 지웠다 한다. 그 후 연락해 보니 물류회사에 재취업하여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은행원 출신 퇴직자는 금융 유관 기관 등에 재취업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지금은 모 지자체 일자리재단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필자 또한 N잡러로서 다양한 일을 하지만 금융 유관 회사에서 근무하지 않고 스마트 팩토리 컨설팅 등 프리랜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상은 자신의 퇴직 전 산업 분야나 직무와 전혀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일거리를 찾은 사례들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일반적으로 재취업이나 전직 활동에서 취하는 방식이 효과를 보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이들 방법과 거의 반대로 접근하는 방식을 제안해 보려 한다.
일자리가 아니라 일거리가 답이다
보통 이른 나이에 퇴직한 사람들은 재취업을 위해 일단 정규직 일자리에 도전한다. 그러나 대부분 서류 통과는 물론 면접에서 탈락하곤 한다. 이는 최근 고용 환경을 보면 너무나 당연하다고 본다. 기업들은 인건비 절감 등의 차원에서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이나 로보어드바이저 등 로봇을 적극 활용하면서 이제는 비정규직을 떠나 시간제 일거리에 맞는 인력을 활용하려고 한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전통적인 정규직 일자리 찾기에서 시간을 흘려 버리지 말고 반대로 비정규직 일거리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이에 맞춰 일할 거리를 찾아 봐야 할 것 같다.
또 일반적으로 퇴직자들은 재취업 대상 일자리로 본인이 인생 1막 때 경험했던 동일 산업 내 동일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을 찾곤 한다. 물론 퇴직 직후 별 다른 준비가 없는 경우 흔히 시도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서류 심사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동일 산업 동일 직군이라 하면 그 산업에 속한 기업은 자신이 퇴직한 회사와 대부분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면 된다. 그 회사도 지원자와 같은 수준의 직원을 이미 정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대기업 출신이라면 중소기업에서 그런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지만 그리 흔한 경우는 아니다. 따라서 재취업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방식과 달리 전혀 다른 산업 분야에서 동일 직무의 기회를 찾거나 새롭게 습득한 기술 등과 융합하여 새로운 직무에 도전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위 사례자들 처럼 새로운 길을 찾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찾기 전에 내가 먼저 찾아 가자
우리는 흔히 구인 광고를 보고 지원서를 제출한다. 혹시 HRD-NET에서 구직 지원을 해 본 적이 있는가요? 나에게 딱 맞는 일자리라고 지원했는 데 그 일자리가 자기에게 맞다고 지원하는 사람이 왜 그리도 많은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결국 나이 등을 이유로 면접은 커녕 서류 심사도 통과하지 못한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라고 한다. 이제 이와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요. 이 방식과 반대로 구인 광고가 나오기 전에 내가 먼저 구직 자료를 만들어서 기업에 제안하는 방식이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인슈타인이 한 말인가요. 어제와 같이 살면서 다른 미래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병 초기 증세이다라고요.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하려면 먼저 자신의 지식, 기술 등 업무 역량을 정리하여 구직용 포트폴리오를 작성해 둘 필요가 있다. 물론 수시로 업데이트도 해야 한다. 그 후에는 이를 필요로 할 기업을 찾아 봐야 한다. 그 기업의 홈페이지 정보 검색은 기본이며, 각종 정보 매체를 통해 그 기업의 신 사업 계획이나 해외 진출 추진 등의 기사를 놓치지 않고 정리한다. 이러한 사전 준비중 자신이 그 기업의 새로운 프로젝트에 맞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이 되면 빠른 시일내에 관련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추가 정보를 찾아 분석한다. 그 후 자신이 그 프로젝트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구직 제안서를 작성하여 제출해 본다. 제출 방식도 중요하다. 실무자에게 제출하면 휴지통행이다. 기다리면 정식으로 채용 공고가 나올테니 그 때 지원하라고 한다. 그의 직무는 지원자들을 떨어 뜨리는 일이다. 극히 일부 면접대상자만 남길 뿐이다. 그런데 기업 대표나 관련 사업 책임자를 만나면 사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만일 지원자의 역량 등이 새로운 프로젝트에 맞는 적임자라면 바로 채용해서 일을 시작하도록 할 가능성이 높다. 정식 채용절차를 거치려면 물적 인적 자원 투입은 물론 장시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레드 오션으로 가는 기존 방식과는 반대로 블루 오션에 도전해 보는 것이다.
다음은 재취업 준비 과정에서 흔히 하는 적성, 흥미, 성격검사에 대해 알아보자. 퇴직자들이 재취업 상담을 받기 위해 고용 센터나 지자체 등의 일자리 창구를 방문하게 되면 대부분 적성 검사나 성격 검사를 받게 된다. 검사 후 상담사들은 상담 고객의 성격 유형이나 적성 등에 맞춰 일자리나 일거리를 추천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이런 일자리에는 이미 수 많은 지원자들이 대기하고 있고 설령 면접 등을 보더라도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필자도 컨설턴트로 활동시 이러한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맞춰 일자리를 추천했지만 성공 사례는 없었다. 물론 모든 경우에 다 이런 방식이 효과가 없다는 것은 아니나 성공 확률이 매우 낮은 것이 현실이다.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고민하자
왜 이런 결과가 나오나 궁금했던 차에 로먼 크르즈나릭의 저서 ‘인생학교 (일)’을 읽고 많은 부문 궁금증이 해소 되었다. 동 저서에서 저자는 직업 상담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프랭크 파슨스가 개발한 성격진단 테스트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심리 측정 도구인 MBTI에 대해 비판하고 이들 방식과는 반대로 일자리 찾기를 시도해 보라고 제안하고 있다.
먼저 파슨스에 대한 그의 비판을 알아보자. 파슨스는 진로지도는 과학적인 법칙을 토대로 이뤄져야 한다고 굳게 믿고 의뢰인의 성격 특성과 특정 산업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특성을 매치시키는 110가지가 넘는 질문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직업상담이 골상학에서 유래했다고 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황당하기 까지 하지만 당시에는 골상학이 과학으로 인정되었으며 파슨스는 골상학의 신봉자였다고 한다. 아무튼 파슨스 이후 직업을 찾으려면 ‘실행하기 전에 먼저 계획하라’는 조언이 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이 모델은 자신의 강점과 약점, 기술, 관심사 등의 목록을 만드는 내면 탐색부터 시작한다. 물론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가며 각종 산업 분야의 직종들을 철저하게 연구해서 자신의 능력과 선호도에 가장 잘 맞는 직업을 찾는다. 그것을 토대로 최종결정을 내린 후 이력서를 보내는 등 구직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모델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한다. 실전 경험을 하지 않은 채 새로운 분야에 뛰어 들기 때문에 자신과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완벽한 직업을 끊임없이 찾아 헤메면서 최선의 선택을 하려다 혼란에 빠지고 결국 두려움과 망설임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배리 슈워츠가 말한 선택의 역설에 빠져 버린다고 했다.
한편 MBTI에 대해서는 30년 넘게 심리학 전문가들로 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진단방식이라고 한다. 검사를 받고 5주후에 한 번 더 검사를 받으면 지난 번과 다른 성격 유형이 나올 가능성이 약 50%나 되어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또한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데이비드 피텐저을 인용하여 ‘MBTI유형과 직업의 성공 사이에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증거는 없으며 어떤 직업에 특정 유형이 다른 유형보다 더욱 적합하다는 자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결국 저자는 직업 진로를 바꿀 때는 기존의 접근 방식과 정반대로 다가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합리적으로 계획을 세우려는 자세는 인생에 대체로 유의하지만 직업 선택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그 보다는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고민하라‘는 철학으로 바꿔야 한다고 역설하며 다음의 세 가지 직업 탐색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첫째 방법은 ’안식기 갖기‘ 이다. 일정 기간을 정해 누군가의 밑에서 일을 배우거나 관심있는 단체에 들어가 자원 봉사 활동 들을 시도해 보라는 것이다. 이 방법은 재직자에게는 일부러 안식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퇴직 베이비 부머들은 시간이 있기 때문에 도전해 볼만한 방법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둘째는 ‘가지치기 프로젝트’이다. 이 방법은 현재 직업을 그만 두지 않으면서 자아에 대해 알아보는 짧은 실험 방식이다. 인턴이나 자원봉사, 강의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분야에 살짝 발을 들여 놓는 방법이다. 이는 관심이 가는 직업을 직접 체험해보고 그 직업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계속하여 다른 관심 분야 직업에 도전해 보는 방법이다. 저자는 이 방법을 추천하고 있다.
세번째 방법은 대화를 통한 리서치 방법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중 당신이 꿈꾸는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 보는 방법이다. 너무 당연한 방법이라고 소홀히 할 수 있겠지만 성공적인 진로 개발을 위해서는 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필자는 현재 활용되고 있는 재취업 방식을 전면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현행 방식들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방법으로 일거리 찾기를 시도해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정리 해 봤다. 필자는 다양한 일을 하면서 평생 현역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파슨스 이후의 전통적인 ‘실행하기 전에 먼저 계획하기’ 보다 크르즈나릭이 제안한 ‘가지치기 프로젝트’에 따라 ‘먼저 행동하고 나중에 고민하라‘는 철학이 맘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