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재무관리는 지출관리, 지출관리의 완성은 건강관리
# 나의 기대수명은?
‘백세 인생’이란 노래가 유행하더니 언젠가부터 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9988’이란 말이 유행하였다. 바야흐로 호모헌드레드(Homo-hundred)시대이다.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 의학기술 등의 발달로 100세 장수가 보편화된 시대의 인간을 지칭하는 학술용어. 현 인류의 조상을 '호모사피엔스(homo-sapiens)'라고 부르는 것에 빗댄 표현이다. 유엔이 지난 2009년 작성한 '세계인구 고령화(World Population Aging)' 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수명이 80세를 넘는 국가가 2000년에는 6개국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31개국으로 늘어나게 된다. 전 세계 100세 이상 인구도 34만 3,000명에서 2050년에는 320만 명으로 약 10배 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한국만 해도 2012년 2,386명이던 100세 이상 인구가 2030년에는 1만 명, 2040년에는 2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사경제용어사전, 2017. 11. 기획재정부)”
▲ 노부부 〈출처 : 픽사베이〉
지난 3월 30일 자, 동아사이언스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성장기가 끝난 인간이 나이를 먹을 때마다 사망할 확률이 지속해서 증가한다는 곰퍼츠 규칙이 1950년대생 이후 출생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데이비드 매카시 미국 조지아대 교수 연구팀은 인간의 수명이 아직 한계에 도달하지 않았고 평균 사망 연령이 더 높아져 최장수 기록도 경신될 것이라는 분석결과를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보건의료 체계가 발달한 현대사회에 접어든 이후 일정한 경향성을 유지했던 나이별 사망률이 1950년대 이후 출생자에게서 급격히 바뀌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195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이전 출생자들과 달리 노년기에 접어든 뒤에도 사망률이 가파르게 증가하지 않았다.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평균 사망연령이 예상보다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결론이다. 연구에 포함된 유일한 아시아 국가인 일본의 경우 1950년대에 태어난 남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115살, 여성은 120살로 전망되었다.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의 평균 기대수명은 80.5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이보다 약간 높은 83.5세다. 이것보다 30여 년을 더 산다는 것이다. 이 자료를 원용하면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들 기대수명은 100세 이상으로 유추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기자만의 생각일까?
# 나의 노후생활비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노년기도 늘어났다. 경제 활동이 중단 혹은 축소된 상태에서 살아야 할 시간이 늘었다는 것은 궁핍한 삶의 그림자를 느끼게 한다. 2005년 이후 국민연금공단에서 중고령자를 대상으로 국민 노후보장패널 조사를 2년 단위로 실시하고 있다. 9차 연도 본조사(2021년)에 따르면 부부 기준 약 259만 원, 1인 기준 160만 원의 월평균 예상 생활비가 필요할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생활비를 높게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취업자들이 예상하는 은퇴 후 월평균 예상생활비>
생활비는 특별한 질병이 없는 건강한 노년임을 전제할 때 드는 비용으로 정의된다. 주관적으로 생각하는 노후에 필요한 월평균 생활비를 조사한 결과는 아래 도표와 같다. 최소생활비는 최저의 생활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의미하며, 적정생활비는 표준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 흡족한 비용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성인 열 명 중 일곱 명이 노후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퇴직하고, 남아도는 건 시간이고 줄어드는 건 통장 잔고라는 자조 속에 우울한 노년을 보낸다. 60대 초, 중반의 베이비부머들 중 상당수는 미혼의 자식과 봉양해야 할 부모님이 계신 경우도 많다. 오랜 직장생활을 했어도 은퇴 후 생활비를 충족시킬 안정적인 소득원이 있느냐의 질문에 선뜻 대답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 빈지갑 〈출처 : 픽사베이〉
# 재무관리는 지출관리
노후자금으로 재무설계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면 1위는 의식주 등 필수 생활비이고 2위는 자녀에 대한 지원금, 3위가 의료비라고 한다. 최소한의 의식주 비용만 지출하고 자녀를 위해 희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덜컥 병이라도 나면 큰일이다. 아무리 사회보장제도가 개선되고 적용의 폭이 넓어졌어도 의료비 부담은 상상 그 이상이다. 온통 나가야 할 것투성이인데 그럼 들어오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퇴직 후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수입은 연금이다. 국민연금 외에 퇴직연금, 기업 연금이 있는 경우는 좀 형편이 나은 편이다. 주택연금을 신청하기도 한다. 일자리를 찾아 바쁘게 다닌다. 아직 왕성하게 일할 에너지와 욕구가 있는 은퇴자들이 많으니 경쟁도 치열하다. 이 모든 것이 지출과 수입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다. 늘어난 수명을 지탱하는 것의 기본은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 균형 〈출처 : 픽사베이〉
경제 활동을 하던 시기에는 자산을 불리는 제 중점을 두었다면, 은퇴 후에는 보유자산을 자신의 인생 시기에 맞춰 현명하게 잘 나눠 쓸 수 있는 인출전략이 필요하다. 형편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소득을 보전하는 한편, 생활 스타일과 여가활동 형태를 바꾸고 소소한 집수리는 스스로 하는 등 지출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풍요롭지는 못해도 궁핍하지 않게 살려는 지혜이다. 이런 면에서 노년의 재무관리는 지출관리라고 말할 수 있다.
# 현명한 지출관리를 위한 출발
먼저 자신의 재무상태와 처한 환경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후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필요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관과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서울시 50플러스에도 은퇴 설계와 재무관리를 주제로 한 많은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다. 주기적으로 반복해서 개설되는 만큼 모집 시기에 맞춰 신청하면 된다. 국민연금공단의 중앙노후준비지원센터를 통해 상담도 받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통합연금 포털에서도 연금을 조회하고 노후 재무설계를 받을 수 있다. 고용노동부, 서울시 등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은행과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의 프로그램을 이용해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다.
▲ 중앙노후지원센터 / 통합연금 포털
이렇게 나의 상태를 점검하고 은퇴 후 인생 설계하는데, 그동안 간과했던 사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1% 이하의 초저금리 시대에서 조금씩 반등하여 최근에는 연 5%대의 예금상품도 출시되었다. 내가 5억의 여윳돈을 갖고 있다고 가정하고 예금 금리에 따른 월 이자를 계산해 보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운영하는 보람 일자리의 월 지급액이 50만 원에서 80만 원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초저금리 시대에서는 이 일을 함으로써 5억 원의 여윳돈을 은행에 예치시킨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중장년 대상 공공일자리나 시간제 인턴십의 경우는 100만 원에서 200만 원을 상회하는 급여가 책정되어 있다. 보람을 느끼면서도 실질적인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특히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변동에 따라 보험료 납부라는 생각하지 못한 지출을 하게 된 중장년 경우 보수가 적더라도 보험 혜택을 받는 일을 선호한다. 중장년을 위한 취업설명회와 훈련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 서대문50플러스센터 집수리 교실 수업 장면 ⓒ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
집수리 교실이 인기다. 접수 신청과 동시에 마감되곤 한다. 기자도 몇 해 전 두 번의 도전 끝에 집수리 교실을 다녔었다. 수강생들 대부분은 자신의 집을 직접 수리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했으나 일부는 정기적으로 손을 봐야 하는 세입자 집에 나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배운다고 했다. 강의 종료 후에도 일부 수강생들은 집수리 자원봉사에 참여하면서 실력을 다지고 보람도 느꼈다. 기자도 그때 배운 기술로 화장실도 손보고, 싱크대 수전도 교체하는 등 간단한 집수리를 직접 하다 보니 수강료 몇 배의 소득(지출을 안 한 만큼)을 올렸다.
# 지출관리의 완성은 건강관리
오래 산다고 좋아할 수 없는 이유가 경제적 문제 외에 또 있다. 아무리 노후 설계를 잘하고 준비했어도 예기치 않은 일이 있기 마련이다. 길어진 인생만큼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더 높은데 바로 건강 문제이다. 사실 건강보험의 적자 원인 중 하나는 질병에 걸린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암과 치매 등 노화에 따른 질환으로 인한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의료보험의 확대에 따라 개인 부담이 줄었다고는 하나 보험 적용이 안 되는 병간호비 등 병원비 압박이 심각하다.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50·60세대가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다. 부모님 다음에는 바로 내 차례다. 우리나라의 건강수명은 기대수명보다 10세가 어린 73.1세이다.
▲ 건강수명 도표
기대수명이 늘어난 만큼 건강수명도 증가하겠지만 노력 없이는 기대하기 힘들다. 의료비 지출 규모에 따라 삶의 질에 큰 차이가 있다. 건강이 중요한 이유이다. 나이 들어 남에게 의지한 채 누워 지낼 것인지, 활기차게 움직이며 살 것인지는 나에게 달려있다.
▲ 손목 박사 9988 / 스포츠활동인센티브
개인의 건강을 챙기는데 정부에서 지원금을 주기도 한다. 서울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손목닥터 9988’ 프로그램은 스마트워치와 모바일 앱을 활용하여 자연스럽게 건강한 생활 습관 형성을 돕는데, 적립된 포인트는 ‘서울페이머니’로 전환해 병원, 스포츠 시설, 약국, 편의점 등 서울 시내 7만여 곳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연간 최대 10만 포인트까지 적립할 수 있다. 기자도 작년에 참여하여 포인트로 건강보조식품을 구입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운영하는 국민 체력 100은 스포츠활동 인센티브제를 도입하여 활동 실적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는데 최대 5만 포인트까지 적립할 수 있다. 미미한 금액일 수 있으나 이런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건강상의 이점을 생각하면 그 가치는 엄청나다.
▲ 마라톤 〈출처 : 픽사베이〉
병원비로 여행을 가고 맛있는 음식을 사 먹는 상상을 하며 운동에 빠져보자. 지출관리의 핵심은 건강관리이다.
시민기자단 신동춘 기자(sdchoon7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