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식스티 컬처
조용필(67), 안성기(65), 전영록(64), 윤석화(61), 김창완(63), 하춘화(62), 김해숙(62), 배철수(64), 송승환(60), 손석희(61), 장사익(68), 임성훈(67), 강석우(60), 혜은이(61), 태진아(64), 최백호(67), 양희은(65), 윤여정(69), 이수만(65)….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유행하는 코드와 아이콘이 급변하는 영화, 방송, 드라마, 대중음악, 공연, 연예기획사 등 대중문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며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는 연예인과 방송인, 사업가라는 점이다. 그리고 60대라는 공통점도 있다.
60대 관련한 새로운 문화와 산업이 뜨고 있다. 과거의 60대와 전혀 다른 사고방식, 라이프스타일과 소비패턴, 활동 양태를 보이는 뉴식스티(New Sixty)를 겨냥한 다양한 문화와 산업들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안성기(비즈엔터 DB)
중년도 노년도 아닌 나이를 잊고 사는 ‘논 에이지(Non Age)’ 대표적인 세대가 요즘 60대다. 뉴식스티로 불리는 60대는 베이비붐 세대로 1970~1980년대 산업화 시대의 주역이자 1990~2000년 아파트 호황기를 누리며 민주화의 정치적 격변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다. 이들은 패션에서부터 대중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와 상품을 본격적으로 소비한 세대이기도 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요즘 60대는 가장 오랫동안 일했고 가장 많은 돈을 벌었으며 소비욕망이 강한 세대로 은퇴를 본격화하며 100세 수명시대에 인생 2막을 열고 있는 주역이다”라고 분석한다.
2013년 기준 우리의 기대수명은 81.8세로 요즘 60대는 평균 20년의 삶을 더 산다. 그동안 60대 하면 인생이 끝났다고 보고 퇴직 이후 새로운 시작을 하지 않았지만, 기대수명 82세 시대에선 60대가 “내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며 다양한 취미와 문화생활을 시작하고 새로운 사업이나 일에 도전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세대별 가구당 평균 자산 규모는 50대가 4억2229만원으로 가장 많고 60대가 3억642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다음은 40대(3억3175만원), 30대(2억4007만원), 30세 미만(8998만원)의 순이었다. 이처럼 자산이 많은 60대는 이전과 다른 왕성한 소비 스타일을 보인다.
▲김창완(이투데이 DB)
서울문화재단이 최근 발표한 ‘서울시민 문화향유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0대 연평균 문화예술 관람 횟수가 38.6회로 30대(37.3회), 40대(30.1회), 50대(31.6회)를 압도했고 문화예술 동호회 참여(66.2%)와 창작적 취미활동(44.6%)도 활발하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은 ‘라이프 트렌드 2017’에서 “오늘날의 60대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나이다. 중년도 노년도 아닌 특별 지대인 셈이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60대가 등장했다. 나이를 잊은 60대의 변신, 멋쟁이로 거듭나는 ‘뉴식스티’를 주목하라. 60대에 대한 기존의 선입견을 과감히 내려놓아야 소비 주체로 급부상한 새로운 60대의 실체가 보일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60대는 인생을 즐기고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며 노인이기를 당당하게 거부하고 왕성한 소비활동과 여가생활을 하는 뉴식스티를 겨냥한 다양한 문화와 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젊은 주인공과 식사하는 장면에만 모습을 보여 ‘식탁용 캐릭터’로 전락한 60대 조연 캐릭터를 등장시켰던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대중문화 작품들이 최근 들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60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나 영화 등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60대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그린 작품에서 새로운 60대의 변화된 생활과 심리를 소재로 한 작품에 이르기까지 60대 주인공 캐릭터를 내세운 다양한 내용과 소재의 영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연극, 뮤지컬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요즘 중년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소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뮤지컬과 연극, 자식 세대의 결혼 인턴제, 부모 세대의 졸혼 등 변화된 가족 풍속도를 담은 KBS2 주말극 <아버지가 이상해>, 60대 부부가 자식을 다 결혼시킨 후 황혼 이혼 대신 한집에 살되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사는 해혼(解婚) 생활을 다룬 SBS 주말극 <우리 갑순이>, 60대인 윤여정이 요리사로 나오는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 김윤진이 40대와 60대 엄마를 오가며 연기하는 영화 <시간 위의 집> 등 60대 주인공을 내세운 다양한 대중문화 작품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김해숙(이투데이 DB)
60대를 겨냥한 대중문화 작품이 붐을 이루면서 이전에는 ‘퇴물’ 취급을 받았던 60대 연예인과 방송인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안성기, 윤여정, 김해숙, 강석우, 송승환 등은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주연으로 활동하고 있고 윤석화, 예수정은 젊은 연극배우들도 소화하기 힘든 모노드라마 등에서 주연으로 나서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배철수, 임성훈은 음악 프로그램과 교양 프로그램 메인 MC로 맹활약하고 있으며 손석희는 JTBC <뉴스룸> 앵커로 나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조용필, 김창완, 하춘화, 장사익, 태진아, 전영록 등 60대 가수들은 신곡을 발표하며 정기적으로 콘서트를 갖는 등 전성기 못지않은 현재진행형 가수로 활약하고 있다. 경쟁이 가장 치열한 대중문화 산업의 선두주자인 SM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수장은 60대 이수만이다.
60대에도 주연을 맡으며 한국 영화계를 선도하는 안성기는 “나의 최고 작품은 언제나 다음 작품이라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60대 배우만이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나 내용, 소재의 영화들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대중문화뿐만이 아니다. 이전의 60대와 전혀 다른 소비 스타일과 여가생활을 보여주는 뉴식스티를 겨냥한 패션, 화장품, 여행, 통신 상품 등도 본격적으로 출시되며 성업 중이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다 올해 초 정년퇴임한 정영재(65)씨는 “평소 관심이 많았던 스킨스쿠버를 배우기 위한 여행상품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레저와 결합한 여행상품은 젊은 층만 이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됐다. 나 같은 60대도 많이 이용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뉴 식스티는 이제 새로운 대중문화와 산업의 트렌드의 진원지이자 새로운 문화의 핵심 키워드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다.
글 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 knbae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