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든에이지에 신바람 나게 도전해 보기
– 블로그 운영하고 책 내기 (세 번째 분야) >
▲ 인터뷰 : 30여 년의 공직생활을 하고 작년 8월에 은퇴한 익명의‘A’와의 여섯 번째 만남.
‘disaster’는 재앙이란 말이다. 어원을 살펴보면 ‘dis’는 ‘사라지다’라는 뜻이고 ‘aster’는 ‘별’이란 의미이다. 고대에는 별이 사라지면 북극성을 보고 목표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재앙과 같다고 해서 만들어진 말이다. 은퇴자 A는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주변의 동료들보다 꽤 책을 가까이한 편이다. 그래서 독서가 취미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유난히 호감을 느낀다. 국민학교 때까지는 책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집 근처 중학교를 마다하고 도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통학해야 하는 거리의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책도 읽기 시작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등 유명하다고 하는 소설과 수필 등 많은 책을 탐닉했다. 나의 북극성은 어디에 있지. 난 인생의 진로를 어떻게 잡고 살아야 할까 고민하며 나를 찾는 여정에 골똘했던 듯하다.
▲ 북극 하늘에 떠 있는 오로라와 북극성이 유난히 아름답다 (출처:PIXABAY 무료사진)
A는 파워블로거는 아니지만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2021년도 2월 7일에 “자존감이 무너지고 가장 힘든 시기에 위안을 준 책,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란 제목으로 글을 처음 올렸다. 공직생활에서 줄곧 1차 승진만 하다 2020년도에 인생 1막의 목표였던 승진에서 떨어졌다. 마음을 잡지 못하고 힘들었던 시기에 북카페 매대에서 우연히 ‘죽음의 수용소에서’란 책이 눈에 들어와 읽었고 나중에 구입해서 쓴 서평이다. 아마 그때 인생 1막보다 2막 인생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강렬한 자각을 했던 듯싶다. 그래서 이 말은 지금 다시 봐도 뭉클하다.
“시련의 의미, 그것의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시련이기를 멈춘다.”
▲ 은퇴자 A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고 자신의 힘들었던 기억을 담담히 담아 기록한 서평을 업로드시킨 블로그
(출처 : https://blog.naver.com/qmsssr/222235244589)
블로그는 현대를 사는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1997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우리나라는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가 대표 플랫폼이다. 공직에 있는 사람들은 신분적 제약이 많아 거의 운영하지 않지만, 일반인 누구나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일기·칼럼·기사 등 글을 올릴 수 있는 웹 사이트로써 웹(web) 로그(log)의 줄임말이다. 새로 올리는 글이 맨 위로 올라가는 일지(日誌)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일반적인 기능을 살펴보면, 첫째, 일기처럼 날짜별로 구성되어 있어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손쉽게 기록할 수 있다. 둘째, 자료 보관 및 관리가 가능하고, 저장된 파일을 SNS 및 이메일로 보낼 수도 있다. 셋째, 자신이 업로드한 콘텐츠를 통하여 관심 있는 다른 블로거와 채팅을 할 수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과 관련된 지식이 없어도 자신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즉 블로그 페이지만 있으면, 누구나 텍스트 또는 그래픽 방식을 이용해 자신의 의견이나 이야기를 올릴 수 있고,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사진 자료를 올릴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미디어이다. 개인출판·개인방송·커뮤니티까지 다양한 형태를 취하는 일종의 1인 미디어이다.
A는 블로그에 인문학, 경제 및 금융 관련 책, 빅히스토리 분야 등 독서를 하고 나서 쓴 서평과 취미로 하는 수채화, 오일페인팅, 펜드로잉 등의 드로잉 작품, 그리고 가족들과의 추억이 담긴 여행 이야기 등을 주로 게시한다. 리타이어 준비로 이것저것 바쁘다는 핑계로 블로그에 글을 거의 올리지 않다 최근에 다시 블로그에 자신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그렇듯이 A도 블로그를 운영하는 목적은 자신의 기록을 남기고 싶은 것도 있지만 파워 블로거가 되고, 또한 지속적인 글쓰기를 통해 책을 출판하고 싶은 자그마한 소망이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 잠실 롯데월드몰의 북카페인 <아크앤북>에 가서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온종일 산다. 근처에 스타벅스도 있고 여러 카페는 많지만 시끄럽고 산만한데 그곳은 천장이 높고 공간도 넉넉하며 상대적으로 덜 시끄럽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짜로 책을 맘껏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매대에 있는 책을 욕심껏 가져와 목차만 읽거나 맘에 들면 그날 다 읽기도 한다. 그러면서 경제적 자유를 위해 전업투자 공부도 하고 영상도 만들고 온라인쇼핑몰에 상품도 등록한다. 한 달 전쯤 아크앤북 입구 팝업매장에 브런치 10인 작가전이 열려있었다. 순간 지난날의 회상이 떠올랐다. 2년 전쯤 지금은 ‘브런치 이야기’라고 플랫폼 이름을 약간 바꾼 ‘브런치’에 <신중년 에디톨로지>라고 가제를 정하고 신중년의 친구, 관계, 건강, 관점 등 여러 주제로 나눠서 글을 올렸다. 마침 ‘브런치’에서 작가 신청을 받는다는 공고가 떠서 잘되었다 싶어 바로 신청했다. 하지만 나중에 “죄송합니다. 다음 기회를 이용해주세요.”라는 불합격 메시지 받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직 가다듬어지지 않은 글솜씨가 원인이었지만 나름대로 충격이 컸던 듯싶다. 그래서 이것저것 바쁘다는 핑계로 지금까지 블로그를 거의 쉬다시피 했다.
올 초에 서초50플러스센터의 심화 소묘 강의를 수강하고 그 멤버들이 마음이 맞아 <그림조아>란 커뮤니티를 결성하고 지난 9월에 센터 후원으로 커뮤니티 전시회를 치렀다. 리타이어 후 실패?한 취미 부활전인 드로잉을 시작하면서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뜨거운 뭔가가 일었다. 일단 행동하고 시작하면 인사이트도 생기는 법인가.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결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바로 블로그에 ‘그림일기’ 쓰기이다. 유명한 작가나 위인들이 남긴 글을 인용하고 거기에 자신의 현재 감정과 추진해오고 있는 일을 담아 녹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림을 글의 주제에 맞게 그리는 것이다. 1주일이나 2주일에 한 편씩 꾸준히 올리다보면 1년이면 수십 편의 그림일기가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인용하고,
나름의 감상을 기록하면서 일본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그린 수채화를 곁들여진 그림일기 (출처 : https://blog.naver.com/qmsssr)
김영하 작가는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두 그림자에서 벗어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오직 현재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과 그림을 통해 현재에 집중했던 기억은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안 좋은 기억이 아니라 텍스트와 붓터치로 너무나 즐거웠던 추억을 소환한다. 책이 사람을 만들지만, 사람은 책을 만든다. 골든에이지를 사는 신중년 모두가 자신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기록하며 서로 소통하고 꿈도 그려나가길 소망해본다.
시민기자단 서상록 기자(qmsss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