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돌던 피디, 지역에서 공동체미디어에 빠지다
성동에서 ‘소월 스토리텔링 공모전’, MVP공동체미디어네트워크
지난 11월초, 성동구 지역 사람들은 한 장의 공모전 홍보물과 만났다. ‘2023 소월과 왕십리 스토리텔링 공모전’. 한달여 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시인 김소월에 대한 스토리텔링 기획안을 보내주십사 하는 내용이었다. 주최와 주관 단체는 ‘MVP공동체미디어네트워크 & 소월을 부르는 성동사람들’. 공공기관도 아니고, 전문적으로 김소월을 기리는 단체도 아니면서 이러한 공모를 연 배경이 궁금했다. 현재 성동50플러스 창업준비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기연 대표를 지난 11월 10일 센터의 카페 봄이에서 만났다.
▲ 성동50플러스센터 창업준비 공간에서 만난 김기연 대표 Ⓒ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
성동구 주민 공동체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 제정에도 기여
- P공동체미디어네트워크에 대하여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MVP는 운동선수나 귀빈의 엠브이피가 아니라 미디어 발런티어 피디들(Media Voluteering Producers)의 약자다. 피디들 양성과 교육도 하고.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 끼치는 이들과 모여 재밌게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한다.”
- 성동50플러스센터에서 창업준비팀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곳과의 인연이 궁금하다.
“중부50플러스센터나 성북구에서 이미 50플러스센터를 보아왔었다. 그곳 미디어센터나 50플러스센터에서 미디어 관련 활동을 하고 있었다. 성동에서도 만들어지기를 고대해 왔었는데, 드디어 만들어졌다. 우리는 첫 커뮤니티로 이곳에 등록했다. 이정아 센터장과는 환경기지개 행사를 할 때 인연도 있었다. 지난해 이곳 인큐베이팅 사업에도 신청해 선정됐다. MVP는 정회원제로 운영되는 비영리 임의단체로 등록도 했다.
- 이곳에서 어떤 일들을 하고 있나?
“지난 9월 7일에는 활동 커뮤니티들의 2회 성과공유회가 있었다. 우리는 1회부터 함께 참여해 왔다. 이곳 스튜디오 시설을 활용해 시낭송 체험을 했다. 방송 디제이랄지 연극 낭송하는 분들과 낭독극도 진행했다. 일상적으로는 미디어 전문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영상 콘텐츠 창작을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40~70대까지의 구성원들이 한꺼번에 모이긴 쉽지 않지만, 자기의 미디어를 만들고, 우리의 영상을 팀웍을 짜서 해보자고 서로 독려도 한다.
- 인큐베이팅 과정중이다. 구에서의 지원이랄까 연결은 어떻게 돼 있는지?
“우리 스스로 제도적 측면의 지원에 대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성과로 성동구에선 지난 11월 2일 ‘성동구 주민공동체 미디어 활성화 지원 조례’가 제정돼 통과됐다. 의미있는 진전이다. 마을공동사업을 하면서 섹션에 공동체미디어 분야가 들어간다. 마을의제 토론행사의 공동주관단체다. 이런 것이 변화가 아닐까?
▲ 활동은 지역환경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주민공동체미디어조례간담회에 참석했다. Ⓒ MVP 제공
- 마을미디어 활동은 이전에도 있어온 것이 아닌가?
“공동체미디어의 시작은 캐나다다. 그곳은 커뮤니티 미디어라고 한다. 퍼블릭 액세스 같은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과 함께. 개인적 의견이지만, ‘마을’이라는 뜻이 의미를 축소하는 측면이 있다. 청년층에선 재미나게 미디어를 해보고 싶은데, ‘동네 이야기만 하는 거야?’ ‘구청이나 행정 단위로 이야기가 가둬지는 거야?’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우리는 ‘재미있게, 사람 이야기에서 지역으로, 세계로 확장해 보자’ 이런 이야기를 한다.
- 김소월 스토리텔링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이 활동 역시 그런 비전의 일환인가?
“지난해가 김소월 탄생 120주년이었다. 성동구 왕십리광장엔 그의 동상과 시비(詩碑)도 있고, 나도 지난해에야 이런 일을 알게 됐다. 김소월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그가 ‘왕십리’를 썼다는 것을 모르는 이도 많다. 우린 소월아트홀도 있지만, 명실상부하게 성동의 문화아이콘으로 그를 모셨으면 하는 희망도 있다. 로컬에서 만들어 전세계에서 사랑받는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여러분의 아이디어를 모아서 함께 만들어가려고 한다.”
▲ MVP 3기 보이는 라디오 실습. Ⓒ MVP 제공
▲ MVP 커뮤니티 모임 활동 모습 Ⓒ MVP 제공
1인미디어를 꿈꾸시나요? 공동체 미디어에서 시작하세요
‘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로컬)적으로 행동한다’는 한때 우리들을 매료시켰던 아젠다였다. 이들 성동네트워크는 그 꿈을 몸으로 풀고 싶다. 이들은 연회비를 12만원 내고, 자율적으로 활동한다. 회비는 먹고 마시는 데 쓰지 않는다. 이번 김소월 공모전엔 상금도 내걸었는데, 이들의 회비로 충당한다. MVP는 최근 독립한 강서지역 제작단을 빼고 영등포와 성북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 요즘은 유튜브나 영상 제작에 사람들의 관심이 높다. 현장에서는 안의 사정을 잘 아실 것 같다.
“우린 월 1-2회는 모인다. 영등포 여의도엔 여의도방송클럽, 성북구 분들은 성북MVP제작단, 성동제작단엔 내부에 세 파트가 있다. 회원들과는 “놀자”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부담 느끼지 마시라고.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1인 미디어 권장 사회지만, 실제 미디어 창작은 혼자 하지 마시라 권하고 싶다. 마을에 공공 스튜디오는 많은데, 실제로 가보면 활동이 없다. 1인미디어 중심으로 사고하기 때문이다. 돈 버는 크리에이터들도 온라인 플랫폼 상의 기획사들과 함께 제작한다. 나 혼자 하기는 어려우니 같이 할 수 있도록 하고, 교류가 지속되도록 돕는 게 미디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행정이 그런 점을 잘 이해를 못하시는 게 아쉽다.”
- 1인미디어 시대지만 공동체 미디어라야 성장이 가능하다? 조금 더 설명을 해주신다면?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발전했다. 이전에 이삼 억 하던 장비를 이제는 2~3백만원으로 준비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영상 제작 자체가 여러 단위의 협력이 필요하다. 기획과 촬영과 편집과 기타 성우나 조명처럼 각 분야를 협력해 진행할 때 제대로 된 영상이 나온다. 주제적인 측면에서도 그렇고. 주민들의 미디어는 공동체미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참여하고 계신 분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센터 보람일자리 사업에 미디어 분야가 있다. 중부 그리고 성동구가 정도가 이런 분야를 열어놓지 않았을까? 한 여성분이 성동구자원봉사센터 행사라든가 지난 5월달에 열렸던 은혼식 행사를 기획-촬영-편집에 참여하셨다. 가정 주부셨는데, 그간 회사를 다녀보거나 월급 받으신 적도 없으셨고 미디어도 모르시던 분이었다. 그런 분이 수업을 듣고 연습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돈도 벌고…. 평범한 이웃이 점차 전문가도 되고 사회의 일원이 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 MVP는 지역에서 활발하게 연대하며 역할을 한다. 2022년도 협치성동 우수단체 표창도 받았다. Ⓒ MVP 제공
지역에서 만들고, 세계에서 통하는 미디어 만들고 싶다
- 미디어도 그렇고, 공동체 역시 쉽지 않은 과정이다. 현재를 평가해 보면?
“아쉽게도 이곳 인큐베이팅 공간은 1년만 가능하다. 그게 조금 더 연장됐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세상은 우리의 ‘봉사’를 쉽게 생각하는 측면도 있다. ‘봉사자들이니까 뭐든 해주는 거 아니야?’ 한다. 거기 상처받은 회원분들도 많고. 우리도 점차 수익화로 전환하고자 노력한다. 현재 우리의 구성원이 30여 명을 넘어간다. 그들과 더 협력하면서 길을 찾을 것이다.”
- 모델로 삼을 만한 전범이 있다면?
“공동체라디오 같은 것은 우리나라도 이미 마포나 관악 같은 곳이 있다. 주파수를 받는 정식 라디오채널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고유주파수 갖는데. 성동구에도 공동체라디오 채널을 확보하였으면 한다. 미국이나 캐나다 등엔 커뮤니티 미디어 방송사들도 있다. 그곳은 지역에서 잘 배우고 성장해 점차 전국 방송까지 나아가고, 세계로도 나아간다는 개념이 서있다. 영국의 청년 셰프 기지(Gizzi)라는 친구와 디스커버링 코리안푸드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적이 있다. 영상을 만들면서 지원을 받고, 그 지원을 상회하는 값으로 프로그램을 팔기도 한다. 우리가 마을 안에만 갇힐 이유는 없는 것 아닌가.”
김기연 대표의 부친은 영상 일에 종사하셨던 분이셨다. 해서 그도 어릴 적부터 관심이 있었다. 23년여간 텔레비전의 프로듀서로, 광고와 홍보 영상 분야 등 관련업계에서도 프로듀서와 디렉터로 활동하게 된 배경이다. 주로 했던 작업은 해외제작 프로그램. 84개국쯤을 돌며 글로벌한 제작 환경서 일했다. 그랬던 그가 ‘로컬미디어’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은 그가 이쪽에서 발견한 ‘재미’와 ‘의미’ 때문이다.
“2016년에 국제실명구호NGO 비전케어와 남아프리카에서 에티오피아까지 9개국을 종단하는 프로그램을 했다. 스탭이 50여명이었는데, 미디어는 나 혼자였다. 짐바브웨에 도착했는데, 거기 알죠? 조 단위 지폐가 있는 가난한 나라. 어린 친구가 하나 날 따라다녔다. 카메라에 관심을 보이면서…. 조수로 쓰면서 생각했다. ‘내 경험을 알려주면 그에게도 좋은 기회가 되겠지.’ 생각해보면 2004년 그리스에서 열렸던 올림픽 성화봉송 취재 때도 그랬다. 어릴 적 내가 찍었던 아기가 자라난 모습, 그들과 함께 대화하는 모든 게 다 좋았다.”
▲ 김기연 대표의 공동체 미디어 봉사의 계기가 된 짐바브웨 소년과 함께. Ⓒ 김기연 제공
- 공동체 미디어를 꿈꾸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홈리스 월드컵>이나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같은 영화도 같은 경우도 처음엔 작은 이야기였을 것이다. 우리 공동체 미디어에서도 나올만한 이야기 아닌가. 공동체로, 지역에서 하면 힘들고 배고프다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자. 더 큰 시장, 더 큰 세계가 있다. 뉴욕 맨하탄 네이버후드 네트워크는 채널이 여섯이다. 청년들에게는 미디어 교육도 해준다. 나중엔 그들은 제작에도 참여한다. 이미 이웃을 포함해 세상 여러 곳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소월스토리텔링 공모전은 그 시작이다. 50플러스 분들도 함께 하자.”
▲ 성동50플러스 활동공유회 보이는 라디오 운영 Ⓒ MVP 제공
시민기자단 원동업 기자(iskarma@dua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