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블로거의 무한도전기
SNS를 자주 이용하는 중장년층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삶의 만족도와 자존감이 높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반면 SNS를 자주 이용하는 청년층의 경우 자존감이 낮았다는 것도 새로운 사실인데요.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SNS 사용 시간이 삶의 만족도와 자아존중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저 역시도 블로그를 주력으로 하면서 짬짬이 일기를 쓰듯 소소한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기록하고 있는데요. 특히 블로그를 시작한 후로 삶에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2021년 봄날의 무모한 도전
때는 바야흐로 3년 전인 2021년 봄이었습니다. 기사를 검색하던 중 우연히 '경남형 한 달살이' 참가자 모집 글을 접하게 되었는데 경상남도의 시군 지역을 여행한 경험을 개인 SNS에 올리면 경비의 일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하니 귀가 솔깃했습니다. 프리랜서라는 직업의 특성상 노트북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원고작업을 할 수 있는 데다 가사와 자녀 교육에 메인 젊은 나이도 아니니 당장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날아온 선정 문자!!
하지만 막상 선정되고 보니 개점 휴업상태인 블로그가 걱정되었습니다. 10여 년 전 만들어 두고 비밀글로 일기 글 몇 개 쓴 게 전부인 블로그에 여행과 맛집 카테고리 등을 추가하고, MZ세대의 전유물로만 생각했던 인스타그램 계정도 새로 만들었습니다.
경남형 한 달살이의 첫 지역은 해인사로 유명한 합천이었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 달살이를 하기엔 현실적인 문제들이 있어 한 달 내내 여행하지는 못하고 주말을 낀 3박4일 일정으로 여행계획을 짜고 숙소를 예약하고 운전기사 겸 보디가드(?)로 남편을 대동해 초보 블로거의 좌충우돌 여행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여행을 하는 동안 1일 1포스팅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인스타그램을 통해 하루에 다녀온 여행지의 주요 장면을 담은 사진들을 올리고 여행 중 혹은 여행이 끝난 후 2, 3일에 한 번꼴로 여행 후기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한 달살이는 경남 산청, 사천, 함안, 하동군으로 이어졌고, 그러는 사이 일 방문자와 이웃 수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 한 달살이 중 여행한 곳들 (합천 해인사/황매산/산청 지리산 정상에서) ⓒ 시민기자단 이정선 기자
여행지에서 만난 50플러스 세대, 어떻게 살 것인가?
여행하는 동안 만나는 50플러스 세대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감흥으로 다가왔습니다. 컨디션이 좋은 숙소를 찾기 위해 찾아든 한 펜션의 사장님은 자신의 펜션에 머무르지 않아도 좋으니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란다는 덕담과 함께 감과 고구마에 손수 담근 김치까지 퍼주시더니 어느 날은 여행 잘하고 있느냐며 직접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봐 주시는데 그때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참 제가 그 펜션을 방문할 당시 장기 투숙하고 있는 손님들의 이야기도 들려주셨는데요. 60대의 은퇴자 몇 분이 부부 동반으로 펜션에 머물고 있는데 낮에는 함께 차를 타고 여행도 하고 짬짬이 수확 중인 농가에 일손을 제공하고 이런저런 먹거리들을 일당 대신 받아오기도 한다니 듣기만 해도 즐겁습니다.
함안 여행 중에 머무른 한 펜션의 주인 부부 역시 유쾌하고 낙천적인 분들이었는데 밤마다 펜션 마당에는 음악과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저녁거리를 좀 주시겠다고 해서 주인집에 들어가 볼 기회가 있었는데 거실에 앰프와 마이크, 전자기타 같은 것들이 있는데 마치 라이브카페 같은 모습입니다. 평소 노래하는 걸 좋아하신다는데 사실 주인댁만 그런 게 아니고 펜션 손님 방에도 노래방 기계는 물론 현란한 사이키 조명에 탬버린까지 비치돼 있어 평소 음주가무를 즐기지 않는 우리 부부도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은 즐거운 일탈을 경험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면서 남편과 함께 얘기하기를 나이가 들어 펜션을 하면 다양한 손님들을 만나니 힘은 들어도 외롭지는 않겠다며 ‘펜션 운영’의 꿈을 펼치기도 했답니다.
▲ 한 달살이 중 인상 깊었던 펜션과 넉넉한 인심이 담긴 먹을거리 ⓒ 시민기자단 이정선 기자
SNS가 가져온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
그렇게 블로그를 매개로 시작된 한 달살이 이후 지난해에는 <농어촌 워킹홀리데이 in 전북>에 참가해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한민국 치즈의 원조인 임실군과 임실치즈, 그리고 문화예술의 고장 전북의 주요 관광지와 먹거리, 숙박지 등을 알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2023년 올해에는 30년 가까운 구성작가 생활과 블로그 운영 경험을 살려 서울시 50플러스 시민기자단으로 활동하는 기회를 얻어 또 얼마나 좋았던지요. 강동50플러스센터를 주 무대로 한 달에 두건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쓰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는데 생각지 못했던 ‘특혜 아닌 특혜’를 누리기도 했습니다. 취재를 핑계(?)로 요즘 대세 ‘챗GPT 수업’도 들어보고, 언젠가 꼭 배워봐야지 생각만 하던 ‘영상편집 실습’, 그리고 한번 배워두면 평생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는 ‘테이핑 요법’ 실습도 맛보기로 들어보았는데요. 2024년 새해에는 또 어떤 새로운 도전과 멋진 인생이 펼쳐질지 기대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 <농어촌 워킹홀리데이 in 전북> 중에 방문한 임실치즈테마파크와 남원 서도역 ⓒ 시민기자단 이정선 기자
▲ 서울시 50플러스 시민기자단 활동 중에 ⓒ 시민기자단 이정선 기자
시민기자단 이정선 기자(writerj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