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앞서 고령사회를 경험한 나라에서는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처럼 집단으로 고령자를 한정된 공간에 모아 두는 것이 어떤 문제를 야기시키는 지 알게 되었다. 증가해 가는 고령자들을 위해 시설을 계속 늘리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시설이 늘어나는 만큼 그 그곳에 종사하는 전문 인력도 늘어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인생을 정리하는 단계에 이르러 사회적 관계의 단절 속에서 우울하게 살다가 가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본래 살던 지역에서 계속 살다가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생을 마감하는 모델이 지역사회 통합돌봄 즉 ‘커뮤니티케어’의 기본 개념이다. 노인, 장애인 등과 같이 타인의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이 평소 살던 곳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등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을 말한다.
정부에서는 올해 전국에서 8곳의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지역을 공모로 선정하여 현장적용 전에 연습용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요즘 커뮤니티케어 관련 정책세미나, 포럼등이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지역에 살고있는 고령자가 시설에 입소하지 않고 지역에서 계속 살던가 시설에 입소해 있는 사람들이 지역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그들이 살 수 있는 주거가 계속 살기에 적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즉, 기존 주택은 고령자가 계속 살기에 불편이 없도록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 주택의 리모델링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고령자가 생활하기에 적정한 다양한 형태의 주거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고령자를 위한 주거는 그 지역이 도시인지 농어촌인지에 따라 알맞은 대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좀 시야를 넓게보면 단순히 주거문제 이전에 의료, 문화, 교육, 쇼핑, 교통환경 등 인프라의 확충, 재편이 병행되어야 한다. 지방은 특히 생활 인프라가 재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그 중에 의료 인프라는 심각하다. 도시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이러한 인프라가 편중되어 있다. 특히 구도심이나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은 이러한 생활 인프라가 재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 최근 전국적으로 도시재생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향후 커뮤니티케어를 염두에 둔 도시재생의 방향설정이 중요하다. 문제는 지방에 거주하는 고령자를 위한 지역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해양수산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어촌뉴딜300사업’은 그런 면에서 지방, 특히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소멸의 위기에 처한 어촌이 회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겠다. 이 사업의 취지는 어촌마다 가지고 있는 자연, 인문자원을 개발하여 관광객을 유치하고, 각 지역마다의 특화상품을 발굴하여 주민들의 소득원으로 개발하려는 것이다. 물론 그 사업에는 주거환경 개선도 포함된다. 지방 마을들이 활성화되면 그곳 고령자들의 역할도 더 확대되고 그것은 커뮤니티케어의 기초가 다져지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본다.
도시와 지방에서 커뮤니티케어를 원활하게 실현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과 별도로 깊이 연구해야 할 것은 고령자 1인 가구에 대한 해법이다. 신체적 노화와 더불어 심리적인 노화가 진행되면서 고령자 1인 가구는 자칫 사회적 소외계층이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공동주택은 폐쇄적이고 독립적인 주거형태라서 고령자 1인 가구는 고립상태가 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유형별로 고령자를 위한 적정한 공동체 주거공간으로 리모델링을 고려할 수 있겠다. 단독주택의 경우는 공동생활가정과 같은 그룹홈으로 활용하기에 적당하다. 특히 마당을 텃밭으로 활용하면 거주자들에게 먹거리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도움도 될 것이다.
연립주택이나 다가구, 다세대 등은 1층을 거주자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하여 거주자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좋겠다. 그 곳은 식당, 재능기부, 이웃과 교류, 취미활동, 운동, 건강상담...등등이 가능하며 사회복지사, 봉사자 등이 거주자와 만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존에 지어져 있는 우리나라 아파트는 고령자들이 살기엔 부적합하다. 특히 벽식구조는 리모델링에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대규모 단지는 커뮤니티 공간을 확보하기도 곤란하다. 노인정이 있기는 하나 고령자 숫자에 비해 턱없이 공간크기가 부족하다. 대부분 노인정은 남녀별로 구별해서 방을 하나씩 만들어 두었는데 아파트 단지마다 이 공간마저도 이용하는 노인이 별로 없다. 그나마 노인정을 활용한다면 남녀 구별된 공간을 다 터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또하나의 대안은 어린이 놀이터를 공용 텃밭으로 만들어서 고령자들에게는 소일거리로, 어린이들에게는 체험학습장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뻔한 구조물과 재미없는 놀이기구 보다 생태공간이 더 흥미로운 장소가 될 것이다. 기존 아파트에서는 특별한 활용도가 없는 공간을 찾아내서 고령자를 위한 커뮤니티 공간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자칫 고립될 수 있는 고령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주택 공간에서 고령자를 위해 리모델링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우선 안전이다. 신체적으로 노화해서 오감의 기능이 떨어져 있으므로 예기치 못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미끄럽지 않은 바닥재료는 기본이고, 카페트에 걸려 넘어진다든가 가구 모서리가 뾰족해서 부딪칠 경우 상처가 날 수 있다면 좋지 않은 디자인이다. 특히 욕실 안에서 넘어지거나 불상사가 생겼을 때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보통 안으로 열리게 되어있는 욕실 문을 바깥으로 열게 만들거나 옆으로 슬라이딩되는 문으로 교체해야 한다. 시각기능이 저하하므로 조도에 신경써야 하고 가구, 바닥재료, 벽지등의 색상이 선명하고 차별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문 손잡이부터 주방가구, 욕실 위생도기에 이르기 까지 고령자의 안전에 적합한 디자인을 채택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그 중에 가장 치명적인 사고는 낙상에 의한 골절이므로 바닥의 턱 제거, 미끄럽지 않은 재료로 교체, 안전 손잡이 설치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즉, 고령자를 위한 리모델링에서는 베리어프리와 유니버설 디자인 개념을 동시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심리적인 노화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고립되어 우울해진다거나 외로움을 느끼는 독거노인들을 위한 대화봉사자, 심리상담사등의 정기적인 방문도 필요하고 정서적인 면에서 반려동물과 같이 살 수 있는 공간도 리모델링에 포함시킬 수 있겠다.
또한 비상응급 지원이 가능한 시스템과 즉시 연결이 되는 비상벨 핫라인 설치가 필요하다. 이렇게 기존의 주택을 리모델링 하는 것과 별도로 쉐어하우스처럼 서로서로 관계를 맺고 삶과 공간을 공유하는 공동체주택의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 커뮤니티케어는 결국 내가 살고 있는 익숙한 환경에서 살면서 그동안 좋은 관계를 형성해온 사람들과 나이들어서도 계속 살 수 있도록 통합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그 본질이다. 이러한 본질에 부합되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리모델링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