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집’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시행한 공익활동 지원사업에 참여한 더함플러스협동조합의 결과물입니다.
이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재사용하려면 반드시 더함플러스협동조합과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최학희
한국의 아파트 비중은 1985년 13.5%에서 2016년에는 1003만 가구로 전체의 60.1%를 차지한다. 이러한 인기는 편리성과 함께 재산증식의 개념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아파트 거주는 자산과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즉, 자산의 약 70%가 집을 포함한 부동산에서 발생한다. 소득측면에서는 약10~30%를 주거와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한다. 특히 65세 이상의 노인의 경우는 부동산이 차지하는 자산비중이 약 79%에 이른다. 노인들이 보내는 하루의 약 70%인 17시간을 집에서 보낸다. 그만큼, 집은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나는 시니어라이프비즈니스를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비즈니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 관심을 행동으로 옮기고자 아파트 입주자대표에 지원하여 현재 활동 중에 있다. 입주자대표로서의 활동을 통해서 느낀 아파트주거와 공동체의식의 현 주소를 나눠보고자 한다.
다음은 내가 느낀 아파트 거주민들의 집과 공동체에 대한 현실에 대한 몇 가지 장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장면 1
‘새롭게 입주자대표자를 선출하는 기간이다. 전임 회장께서 신임 입주자대표들을 만나 이런 저런 조언을 한다. 대부분은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나이가 지긋하시고 동네에 수채의 아파트를 소유한 부동산자산이 많은 분이라는 자랑도 함께 곁들인다.’
새롭게 아파트가 분양되면 각종 이권을 바라며 입주자대표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들의 관점은 개인의 이익 창출이다. 초기의 하자보수 분쟁이나 공동공간 활동 및 하청업체 계약건들에서 목소리를 높인다. 소문에 의하면, 큰 이익을 취하고나면 다시 다른 동네로 떠난다고 한다. 반면, 대부분의 거주민들은 입주자대표에 관심이 덜하다. 한가한 사람들이 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강하다. 정작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되어도 개별적인 아우성으로 그치거나 남을 욕하는 것에 그친다. 시간과 자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이지만, 정작 개인적인 관심을 크게 못 벗어난다.
#장면 2
‘공동체 시설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입주자대표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모임에 더 많은 지원을 해 달라거나, 현재 모임의 수장이 개인적인 이익만 챙긴다는 이야기다. 일단 생계에는 문제가 없는 분들인데도, 또한 모임을 통해 공동체를 유지해 가는 분들인데도, 독선을 막아달라고 민원을 제기한다. 또는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편의시설을 설치해달라고 강변한다.’
공동체의 관점보다는 개개인의 실익이 우선이다. 전체 관점에서의 생각보다는 당장 자신의 민원이 우선된다. 시설보수에서도 자신이 속해 있는 아파트 동에 우선적으로 시행해 주기를 바란다. 그 비용이 너무 커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장면 3
‘새롭게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모임을 자발적으로 만들었다. 5-6명이 모여 열심히 준비했다. 이들이 입주자대표회의에 참석해서 발표한다. 꼭 도와달라고...이 자리까지 올라오는데 너무 고생했다고 서로 토닥인다.’
뭔가 이상하다. 스스로 주체가 되어서 잘 맡지 않으려는 입주자대표에 나서면, 이런 좋은 생각들을 보다 쉽고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가 있는데... 우리는 스스로 그런 자리를 포기하고, 어렵게 의사결정을 받으려 노력하고는 한다. 정보를 잘 몰라서 그렇겠다고 생각해본다.
#장면 4
‘관리사무소 소장께서 또 이직을 한다고 한다. 입주자대표 입장에서 볼 때 뭔가 불만이 있나보다. 입주자들은 경비나 청소를 하시는 분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모임자리가 갑과 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로 전락된다. 한 달에 한 번 하는 회의가 끝나면, 다시 관리사무소 소장은 순간의 을의 모습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으로 바뀐다.’
지역주민의 민원이나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이야기는 나오기 힘들다. 주어진 사안들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고 문제점을 지적한다. 관리사무소도 마찬가지로 일에 대한 열정 보다는 회의 때 핀잔을 덜 듣는 자리이기를 바란다. 서로가 완장을 찬 듯이 그 때 그 때 일에 임한다. ‘우리의 관심사’로 공동체를 이야기하기는 시간도 없고 관심도 적어 보인다. 막상 일을 벌려도 주민들이 호응할지는 또 다른 우려사항이다.
#장면 5
‘(새롭게 입주한 아파트에서) 갑작스럽게 방송이 나온다. 하자에 대해 관심 있는 주민들은 회의실로 모이라고... 시작을 5분 앞두고 공지한다. 그 자리에는 시행사에서 나온 대표가 ‘ 우리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변명을 늘어놓는다. 성난 주민들이 갑작스럽게 몰려들어 소리친다.’
새롭게 입주하는 아파트에서 본 풍경이다. 시행사는 입주민들이 하나로 뭉치지 않을 것이고, 저렇게 소리만 지르다 포기할 것이라는 것을 잘 아나보다. 모두가 개별적으로 대응해 보지만 한계는 명확해 보인다. 뭔가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공동대응이 필요하다. 그 전략에 따라서 다같이 거대한 건설사의 횡포에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고생을 해야 한다. 이미 초기부터 싸우다 지친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우리는 공동체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것보다는 ‘공동적인 하자에 대응’하는 것으로 뭉쳐야 하는 현실이다.
#장면 6
동네 근처의 하천이 새롭게 단장한다. 새롭게 지하철역이 생겨나고 공동시설이 지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 속살을 보면 지역민의 공동체형성과는 별 관계없는 것처럼 진행된다. 하천 보수에는 수억의 돈이 들지만 입주민 입장에서 볼 때는 땅을 파고 다시 정비하는 눈가림의 행위다. 정작 그 길을 거닐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새롭게 생길 지하철역을 위해서는 입주자대표들은 고위 정치인들을 만나러 분주하다. 자산에 관한 공동행동은 그 어떤 것보다 용감하고 적극적이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다닐 유치원, 함께 할 문화 공간, 우리가 거닐 하천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목소리가 개별적이다.
우리는 아파트가 의미하는 현금자산에는 관심을 기울이지만, 그 관심이 개별적이어서 큰 것을 놓칠 때가 있다. 또한, 우리는 정작 중요한 자산인 ‘시간’을 쓰는 데는 관심이 거의 없다. 개개인이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데 집중한다. 공동체가 함께 하려는 노력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하곤 한다.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아파트거주자들은 일단은 지역 아파트의 핵심과제를 잘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자산을 지키고, 부당한 건설사에 대항하고, 지역의 이익을 위한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는 것들이다. 그리고는 아파트의 효율적인 운영에 힘써야 한다. 지역주민의 돈이 새어나가지 말아야 하며, 공동 수익금은 늘려야 한다.
그러나 그것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시간자원을 지역공동체에 나눠주고 사용해야 한다. 함께 모여 ‘눈에 보이는 작은 현안들’에 대해 협의해야 한다. 시간을 내어 함께 음식을 즐기며 소통해야 한다. 내가 20여 년 전에 처음 신혼집으로 얻은 복도식 아파트에서는 가장 연장자인 분이 모두를 불러 삼겹살을 구워먹었었다. 그 때, 우리는 형님, 아우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꼬맹이들을 돌봐주는 관계까지 나아갔었다. 그런 시간자산을 쌓은 일은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바쁘다고 하지만 말고, 작은 시간을 내어 함께 해야 한다. 그리고 천천히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야 한다. 함께 운동도 같이할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마침 새로 이사 온 단지는 수영장이 있다. 커뮤니티 공간도 있다. 이러한 자원들을 현명하게 활용할 방안에 신경 써야 한다. 그것이 결국은 우리 가족 구성원들이 보다 빨리 행복해지는 지름길이다. 아직까지는 서먹하게 엘리베이터에서 목례하지만, 점차 친하게 서로 이야기해야 한다. 온라인에서 하자에 대한 결의를 나누고, 댓글로 소통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우리는 현재 가장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고 있는 공간에서, 나이가 들면서 더욱 비중이 높아가는 아파트 공동체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최학희
시니어라이프 비즈니스(Senior Life Business)를 연구하고 개발합니다.
행복한 시니어 삶 공동체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