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은 늙지 않는다."
하나.
저녁 6시. 한강 여의도 물빛 무대의 조명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언제나 다정하고 친절한 목소리의 아나운서 이금희가 먼저 반짝이는 무대에 올랐다. 오랫동안 아침마다 텔레비전에서 그녀를 만나왔던 사람들이 반가운 환호성을 올렸다. 곧이어 왼쪽 가슴에 50플러스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새겨진 축제 스태프용 회색 후드점퍼를 입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박수를 받으며 등장했다. 명실상부한 서울시 50플러스 세대의 대표주자들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계절에, 좋은 시기에 여러분을 만납니다. 가을이고 저녁입니다. 가을! 저녁! 그러고 보니, 오십플러스가 딱 오늘 지금, 이 시간 같지 않나요? 계절도 시간도 지금 우리들 나이, 우리들 모습, 축제를 즐기는 50플러스 세대와 똑같네요. 화사한 봄을 지내고, 뜨겁고 활기찬 여름을 보내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면서 조용하게 심호흡을 하면서 다시 올 겨울과 다시 올 찬란한 봄을 기다리는 그런 가을. 그리고 아침과 낮을 보내고 고즈넉해지는 시간인 저녁. 우리는 지금 50플러스 세대, 다시 올 50년을 맞이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희망과 낙관으로. 반갑습니다.”
세대와 세대가 함께 호흡하며 어우러진 관객석은 반짝이는 물빛무대와 점점 하나가 되어갔다.
둘. 박원순
지금 서울시에 오십 플러스 시민이 210만입니다. 천천히 그러나 새롭게 50플러스 시민을 위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의 50플러스 세대는 예전에 일컫던 ‘노인’과는 다릅니다. ‘어르신’과도 달라요. 현재의 50플러스 세대는 멀리 가면 ‘한강의 기적’을 만든 이들이고, 지금의 경제발전의 토대를 만든 세대이고, 민주주의의 싹을 틔우고 키워온 세대입니다. 우리는 모든 일에 경험이 있는, 많은 일을 할 줄 아는, 우리 50플러스 세대를 일의 현장에, 시민의 중심으로 반드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 시민, 꼭 서울 시민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오십플러스를 향한 모든 정책에, 모든 활동에, 많은 일들에 모두 참여해보시길 바랍니다. 오십 플러스의 모든 것들을 준비하고 있으니까요. 건강하고 아름답게 다시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오십플러스 세대입니다. 저도 다시 시작한 것이 많습니다. 최근에 마라톤을 시작한 것을 아시나요? 남산 6킬로미터부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천천히, 조금씩, 운동해서 늘려나갈 생각입니다. 렛츠 메이크 호프. Let’s Make HOPE.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가는 세대가 돼봅시다. 사실 이금희 아나운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나운서입니다. 이금희씨는 오래전부터 기적을 만드는 사람이었어요. 가는 곳마다, 만나는 이들마다 희망을 불어넣은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렇지요.
셋. 이금희
서울은 이미 시민들과 함께 최고의 도시가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물론 50플러스 세대입니다. 나이가 먹는다는 것이 절망이나 비관이 아니라 희망과 전망의 시기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깊이 동감합니다. 종종 나이 들면 ‘인생에 무슨 낙이 있겠느냐’는 말들을 하지만, 왜 낙이 없겠습니다. 찾아보면 많을 테지요. 어쨌든 우리 모두는 처음 가는 길을 걸어가는 것이니 개척하고 갈 수밖에요. 배우 윤여정씨가 말했었지요. ‘나도 이 나이는 처음 살아봐.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라. 그러나 지금까지 산대로 열심히 살면 되겠지’ 라고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97세이신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책을 읽었습니다. 제목이 <백년을 살아보니>예요. 우리가 청춘일 때도 그이의 책을 읽고 그의 철학 강의를 들었었지요. 그는 말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아주 약해서 스무 살을 못 넘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그래서 매일 매일 운동을 했답니다. 하루씩 열심히 살다보니 스무 살을 못 넘기기는커녕 97세인 지금도 건강하고 현명하시지요. 백세가 다 되신 그분은 “아, 나는 이제야 내 인생을 돌아볼 만한 때가 되었다. 돌아보면 내 인생의 황금기는 오십대에 시작해서 바야흐로 65세에서 75세까지가 정말 반짝이는 황금의 시기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은퇴하고, 좋은 생각하고, 좋은 사람 만나고, 여유가 있고 보다 더 현명해지는, 바로 그 나이. 정말 나이 먹는 게 기대되지 않나요?
넷. 박원순 & 이금희 함께
자, 지금 여기 객석에 앉아 계신 여러분. 그냥 50플러스 세대라고 부르는 여러분. 자. 50대 손들어 보세요. 60대 손들어보세요. 70대 손들어보세요. 90이 넘으신 어르신이, 아니 100세가 가까우신 철학자도 말씀하셨습니다. 인생의 황금기는 65세에 75세라고요. 오십 플러스는 인생의 황금기입니다. 자, 내 인생의 황금기는 아직 오지 않은 사람도 지금 황금기인 여러분도. 오늘, 이 시간을 즐기고, 새롭게 시작합시다. 곧 다가올 우리의 인생의 황금기를 위하여. 현재의 반짝이는 시간을 위하여.
다섯.
오십플러스와 닮은 가을, 그리고 저녁이 아름답게 밤의 강변에서 깊어갔다. 멀리서 불빛이 반짝이며 물을 비추는 아름다운 시간. 이어서 50플러스의 이야기에 응원을 보내듯 물빛 무대에 하얀 옷을 입은 소프라노 박은미가 올라 ‘마술 피리 중 밤의 아리아, 밤의 여왕’을 불러주었다. 파동을 넘어 흐르는 목소리, 그리고 이어 오십 플러스 세대들이 가장 좋아한다고 소문난 ‘넬라 판타지아’가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