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다. 8월 초순. 시간은 보다시피 6시 11분을 넘어가고 있다. 약속 시간은 6시. 만날 사람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림에 쓰인 것처럼 '늦게까지 기다려주기로' 한다. 옛 서울시청 건물 뒤로 새 서울시청이 언뜻 보이고 오래된 나무문에 조용한 책제목처럼 달린 현판, 서울도서관. 작아서 좋고 잘 안보여서 좋고 낡아서 좋은 대문과 글씨다. 부디 새로 만들어 요란해지지 않기를. 서울 도서관으로 들어가면 앉을 자리가 여러 개, 읽을 책들이 나란히 나란하다. 계단참에 앉아 책 한 번 펴면 늦게 오는 사람이야, 아무래도 좋아서, 화가 나지 않는다.

 

 

하늘뜰 서울의 심장 위

 

옛 서울시청, 현재 서울도서관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5층 옥상 '하늘뜰SKY YARD'로 간다. (시민청 지하 1층에서도 올라갈 수 있다). 하늘뜰로 가기 전 만나는 카페 이름은 '행복한 베이커리& 카페'. 이 천상에서 서울 어느 곳보다 싸고 맛있는 커피와 음료, 간식을 먹을 수 있다. 우리밀, 유기농재료로 만든 빵을 파는 장애인 친구들의 행복한 일터라고 쓰여 있다. 잠깐 앉아보면 서울광장, 신서울청사, 서울시의회, 동아일보, 같은 것들이 눈높이로 다 보인다. 내려다보고 마주보고 올려다볼 것들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지붕 위 정원 거닐기

 

하늘뜰 옆에는 옛 서울시청으로 사용된 건물의 옛모습을 전시해 놓았다. 1926년 일제가 지은 지상4층, 옥탑 2층 규모의 건물이었던 돌과 창틀 같은 것들을. 커피 한 잔 사들고 나가면 바로 옥상 정원 하늘뜰. 작은 꽃들이, 풀들이, 파라솔이, 그리고 편한 의자가 놓여 있다. 벌써 이 작은 숲에서 드라마를 찍었는가 하면 커플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해졌다. 물론 도서관에서 책보다가 뻑뻑한 눈을 닦기에도 안성맞춤.

 

 

사통팔달 하늘뜰. 세종로를 한 눈에 담다. 

 

몇 걸음 걸어 밖으로 나가면 시야는 그야말로 사통팔달四通八達. 시청을 기점으로 뻗은 서울의 길이 사방으로 통하고 팔방으로 닿아 있다. 서울시정을 보여주는 멀티스크린이 소식을 전하고, 멀리 청와대 광화문 신문사 이순신장군과 세종대왕이, 인왕산이 다 보인다.

시청광장에선 주말을 맞은 서울 도심 바캉스가 열려 음악소리, 끊이지 않는다. 텐트 속에, 쿠션 아래,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사람들이 한여름밤의 축제를 제멋대로 즐기는 풍경, 평화롭고 평화롭다.

 

시청 앞 얼음 만지는 아이

 

시청광장 한 쪽에는 커다란 얼음 탁족장이 만들어졌다. 바위만한 얼음부터 칵테일 조각 얼음까지. 수정처럼 큐브가 차갑게 반짝이고 녹아간다. 저 얼음이 다 녹아 얼음물이 될 때쯤이면 도심 바캉스 축제 노래 소리도 조용해지고, 8월 한 여름밤의 더위도 사그라질 것이다.

서울을 떠나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의 뜨거운 심장으로 쑥 들어가도 시원한 그런 곳이 있다. 전철을 타고 서울시청, 걸어서 서울 도서관, 앉아서 서울광장, 그리고 옥상정원 하늘뜰까지. 당신의 것이니, 그냥 즐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