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스트레스(Stress)

 

 

양진석ㅣ50+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밖의 기후는 찬바람이 불고 을씨년스런 - 제가 50살이 갓 넘고, 큰놈이 학부 4학년이던 – 어느 해 11월이었습니다.

회사는 매년 동일한 시기에 그러했듯이 연식(?)이 오래된 직원들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권유하는 황량한 계절이었습니다. 

 

 

회사 정년이 55세라 정년까지 몇 년 남지 않았고 인생선배들은 재직 중일 때 무엇을 할 것인가 충분히 생각하고 준비를 하라고 하지마는 너무나 막연했고 조급증 걸린 환자처럼 마음은 급하고 얼굴은 어느새 홍조를 띈 채 시간만 가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 그러면서 내 자신의 경력과 관련되어 경력을 확장하거나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일을 모색하기 시작하였고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하였습니다. 재직 중인 회사가 금융회사였고 오롯이 한곳의 회사에서만 금융관련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고, 특히 언젠가는 공부를 더하고 싶다는 잠재된 욕구를 실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향후, 공부를 한다면 박사과정까지 밟기로 하고 경험직무와 어떤 방식으로 연계하여 차별화된 논문을 작성해서 제2의 직업을 무엇을 선택 할 것 인지 나름의 얼개(road map)를 그렸습니다.

 

금융회사에서의 경험과 학위를 배경으로 대학이나 사회교육기관의 희소성 있고 경쟁력 있는 프리랜서(freelancer) 금융 강사를목표를 두었습니다. 전공은 금융경제학을 선택하였습니다.

 

공부의 과정은 지난한 고행의 과정이었습니다. 수학, 통계학, 통계패키지를 이용한 회귀분석, 고급 계량경제 등 수리관련 과목을 이수하고 새벽까지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만학이 즐거움은 공부의 스트레스조차도 행복으로 충만케 하였습니다. 따라서 퇴직할 즈음에는 학위를 거의 마무리 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거 학부 졸업 후 고도의 경제성장기 혜택 속에 다양한 취업기회를 향유했던 베이비부머(Baby Boomer)의 인생2막 재고 용시장은 저성장기속에서 자식세대라고 할 수 있는 청년고용시장의 어려움과 맞물려 쏟아져 나오는 베이비부머의 재고용시장은 좁을 수밖에 없고, 있다 하더라도 단순기능직에 대한 수요일 뿐 금융권 퇴직자의 재취업의 길은 진입. 퇴로가 막힌 험로였습니다.

 

금융권 강사시장은 저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한 훨씬 많은 경험과 다양한 스펙으로 무장된 수많은 강사들이 경쟁하고 있었고, 여타의 재취업시장으로 방향을 선회하여 눈높이를 낮추어 수많은 기업에 지원서를 응모했지만, “나이”라는 철옹성 앞에서 저의 경험과 조건들은 무기력하기 했습니다.

 

그러던 중, 전 직장으로부터 퇴직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전직지원 Consulting Service를 제공받기를 권유받았고, Service 과정에서 “전직지원상담사”라는 직업이 연령과 무관하게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향후 많은 수요가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고 교육기관에서 “전직지원상담사과정”을 통하여 진로설정 및 전환 프로세스에 의한 경력목표 설정 등을 이수하였습니다.

수료 후 서울시에서 베이비부머 대상 사회공헌형 일자리 제공의 일환으로 50+컨설턴트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응모하여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당당히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금융민원이 다양해지고 생활에 인접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생계형 민원이 점증함에 따라 베이비부머세대의 풍부한 사회경험과 숙련된 소통능력이 기업과 사회적 필요성과 맞닿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또한, 이력서 작성시 응모직종과 자신의 경험직종의 연관성을 부각하여 기술하고 면접시 회사가 추구하는 value와 mission을 위해 본인이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 확신을 갖고 면접관들을 설득을 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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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저의 인생가운데 두 번째로 부여받은 사원증에 적혀있는 사원번호입니다. 사람들은 평생 동안 여러 조직에 속하면서 주민등록번호 학반 군번, 사번, 참석번호 등 이외에도 수많은 번호를 부여받게 되지만 주민등록번호와 더불어 가장 오래 따라다니는 것은 사원번호일 것입니다. 
50대 후반에 다시 조직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는 물론이고 생각조차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퇴직할 즈음 제가 설계한 인생2모작 얼개(road map) 밑그림에는 없었던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집안의 가장(家長)이 아침에 일어나서 회사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것은 집안의 공기와 분위기를 완연히 다르게 만듭니다. 결코 돈을 벌어서가 아닙니다. 집안 공기가 활력이 돕니다. 주위 가족들에게도 자신감을 부여하게 만듭니다. 퇴직하여 다소 느슨해진 정신과 마음은 다시 긴장감으로 팽팽하여 지지만 처음직장생활을 할 때에 비하여 훨씬 여유로움이 생기고, 어느 화창한 봄 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힘차게 날아오르는 새의 깃털처럼 흥겨움마저 느끼는 일상을 맛 보곤 합니다.

 

지금도 행복한 스트레스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틈틈이 경제관련 논문을 읽고 자료를 수집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퇴근 후에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Excel 매크로와 PowerPoint를 습득하여 강의력을 배양했고, 다음 주부터 바리스타2급 과정을 수강하여 집사람에게 맛있는 원두커피를 접대 할 꿈을 갖고 있습니다.

 

중•장년 재고용시장에 적합한 금융 강사 또는 Consultant로서, 계층별, 업종별 퇴직자나 금융소비자의 needs에 부합하는 눈높이 강의 및 상담을 제공함으로써, 사람을 중시하는 value와 이념, 이에 수반되는 skill/지식을 바탕으로 사람과 소통하고 사람이 만족하는 성숙한 인격체를 형성하여

더불어 같이 사는 공동체 시현에 기여할 수 있다면 저의 스트레스는 항상 행복 할 것입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0+의 문화, 사회참여활동 등 다양한 활동사례를 발굴하고 50+세대의 활동이야기를 알리고자 ‘2016년 50+스토리 공모전’을 진행하였습니다.  순차적으로 수상작 50+스토리를 선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