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학교 졸업식! 고놈 참 싱그럽다
김명희ㅣ50+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단풍이 울긋불긋 물들기 시작할 때 쯤, 그들은 낯설은 입학식을 했더랬습니다.
1번 강영숙부터 57번 허은희까지 자기소개가 있었습니다.
그들의 인생에서 더할 것은 무엇이며 뺄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
조금은 상기된 표정과 쑥스러운 말투, 그러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진솔함이 묻어있었습니다.
‘이제껏 만났던 사람들이 아닌 새로운 관계 맺기를 통해 내 자신을 탐색하고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고 싶어요.’
그들이 쏟아낸 이야기의 공통분모입니다.
정광필 학장의 독특한 수업이 ‘새로운 관계 맺기’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을 통해 여주인공의 찌질함을 찾아 토론을 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슴이 콩닥콩닥.
집에 돌아온 나는 그 영화를 세번 더 보았더랬습니다. 꽃 심는 장면과 여주인공이 건축학과를 들어갔던 이유를 다시 보고 듣고 싶어서 말입니다.
바로 이 영화수업이 그들에겐 거울이 되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여주인공처럼 찌질함을 비쳐볼 수 있는 거울말입니다.
작지만 의미 있는 도전을 한 사람, Human Library와의 만남 수업! 사람책의 도전한 경험을 듣는 그들의 모습은 진지함 그 자체였습니다.
사회적 기업과 창업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으며 현실적인 점을 일깨워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는 그들.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게 되었으며, 그들 안에 있는 금은보화를 잘 꺼내어 보고 싶다는 그들.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 일과 시간에 적정 배분을 하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그들.
자기 자신을 깨뜨리는 영화와 연극 수업 후에 배치된 도전하는 삶의 지표를 보여준 사람책 수업의 구성은 획기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어느새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벗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삼삼오오 벗이 되어 소통하는 분위기는 민주적인 방식으로 회장단이 꾸려지고 그들 스스로 커뮤니티 만드는데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함께 사진 찍고 여행하는 ‘PUN’
정리수납을 배우는 ‘CHANGE’
더불어 자연치유 회복하자는 ‘몸사랑’
다양한 체험과 지식을 겸비한 ‘50+ 나비새’
함께 공원 가꾸자는 ‘드림 가드닝’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그들은 하나가 된 듯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스무 살 갓 지난 소년 소녀의 미소와 웃음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난 그들과 동화되어 다섯 개의 커뮤니티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참 예뻤습니다, 그들의 환한 웃음이.
11월 24일 목요일입니다. 환한 웃음이 예쁜 소년 소녀들의 졸업식! 1번 강영숙부터 57번 허은희까지
자기소개가 아닌 그들에게 있어 인생학교란 어떤 의미였는지 발표하는 시간. 그들에게서 진심어린 떨림을 보았더랬습니다.
그들에게 인생학교란,
가정에서 나온 암탉이요,
공감을 통한 새로운 출발점이요,
새로운 출발점 중심을 찾는 센터링이요,
거울과 크레파스 그리고 사람책이 있는 곳이요,
최고의 연결고리이요,
그들의 꿈을 펼쳐 줄 불쏘시개입니다.
난 울고 웃었더랬습니다. 그들과 함께.
자신의 찌질함을 툭 던져버리고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통해 도전하는 그들의 행복한 모습이 건축학개론 영화 속 꽃을 닮았습니다.
주름진 얼굴에서 스무 살 소년 소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기에 나 또한 행복했습니다.
인생학교 졸업식! 고놈 참 싱그럽다.
싱그러운 인생학교 졸업식 사진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0+의 문화, 사회참여활동 등 다양한 활동사례를 발굴하고 50+세대의 활동이야기를 알리고자 ‘2016년 50+스토리 공모전’을 진행하였고 순차적으로 수상작 50+스토리를 선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