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또 다른 나를 찾다
김가영ㅣ50+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블로그 에세이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나는 퇴직이후 하릴없이 지내다 우연히 만나게 되었지만, 나에게 가장 큰 에너지를 솟아나게 하는 곳입니다. 우연이라고 말하였지만 사실은 많은 생각을 하고 결정하였습니다. 시중에 보면 제2의 삶, 이모작 지원이나 은퇴연구소 등 갖가지 이름을 붙여 퇴직 이후의 삶을 지원하겠다고 요란스럽지만, 막상 상업적이거나 다른 의도가 있어서 그동안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서울시가 주도하고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설립되면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가 문을 열었습니다. 서부 캠퍼스는 금년 봄 2016년도 1학기를 마치고 9월부터 2학기를 개강하였습니다. 새로운 인류 50+세대, 50+세대의 플랫폼, 50+캠퍼스가 내가 사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 문을 열었습니다. "50 이후의 삶, 무엇을 더하시겠습니까?" 50이후에도 50년을 더 살아야하는 100세 시대 인생 후반기를 맞은 50+세대의 새로운 인생 모델을 창조하고 지원하겠다고 팔을 걷어 붙였습니다.
나는 퇴직 전에 공무원 후생복지 제도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을 주로 맡아 했었습니다. 행정자치부 인사국 연금복지과에서 공무원 후생복지 제도를 담당하면서 '공무원 선택적 복지제도' cafeteria benefits plan를 시범 도입하여 2005년 전격 시행하였으며, 중앙인사위원회 후생복지과장으로 근무하면서 공직사회에 '일과 삶의 균형' WLB/work and life balance 정책의 도입을 위해, '공무원의 생애 경력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민간의 전문기관과 함께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행정자치부 정부청사 관리총괄과장으로 부임한 이후 광화문/과천/대전 정부종합청사 근무 공무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그리고 퇴직 이후의 삶의 지원을 위해 공무원 건강지원센터와 상담지원센터(employee assistance program) 등을 새로 설치하였으며, 기존의 피트니스센터는 헬스 트레이너를 대거 투입하여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시행하였습니다. 이런 관계로 인해 50+캠퍼스의 사업에 관한 이해는 어느 누구보다도 빨랐다. 서울시의 이런 사업은 서울시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50+세대, 베이비부머들에 대한 생애 복지 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되는 것이지만, 내 개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50+캠퍼스는 첫번째로 네이밍이 세련되어서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노인복지 지원 사업'이나, '인생 이모작 지원' 등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되고 있지만, 50+세대, 50+캠퍼스라는 말은 상큼함을 줌으로써 미래지향의 50+세대가 접근하는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두번째로는 지금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를 중심으로 살아 움직이는 현장을 이야기함으로써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례 중심의 강의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큰 강점으로 보였습니다. 인구 구조나 은퇴 이론은 너무 뻔하지 않습니까? 이를 위해 캠퍼스는 다양한 시민단체, 민간 전문단체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실제 50+세대에게 필요한 사회적 가치와 목적의 실현을 위해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현장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캠퍼스가 하는 일은 50+세대에게 필요한 교육 지원, 일자리/ 창업지원, 상담/정보제공 외에 다양한 50+세대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교육 과정은 인생학교, 인문 교양, 문화 예술, 여행 취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개설되어 있습니다. 나는 현직에 재직하던 시절 퇴직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이 많았습니다. 10여 년 전부터 생애 경력관리를 위해 생애설계 나무를 그리면서 할 일을 꿈꾸어 왔습니다. 이를 실현할 액션 플랜도 물론 가지고 있었습니다. 일단 퇴직하는 즉시 외국에 나가 나의 지친 몸을 달래면서 평생 실현해보지 못한 외국어도 노후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도로 하고 싶었고, 국제협력이나 지역개발 분야의 MBA 과정을 이수하는 일거삼득(?)을 꿈꾸고 있던 중 여기 50+캠 퍼스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나는 마침 공로연수중이라 일단 실천 가능한 나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50+캠퍼스 교육과정에 등록하였습니다.
일주일에 4일 정도 캠퍼스로 놀러 다니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처음엔 산뜻하고 경쾌한 출발이었습니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으로 보는 50+비전', '국제개발과 사회적 경제'를 중심으로 하고 여행기획학교, 집짓기교실, 봉산탈춤, 요가, 북클럽 등 평소 관심이 있는 강좌를 신청하였습니다. 사회적 경제나 협동조합이라는 말은 그저 흘러가듯 뉴스에서나 접해왔었지 그게 뭔지 알 길이 없었는데, 놀라운 것은 이것을 들어보니까 그곳에 길이 보였습니다. 50+세대로서 지금까지 사회로부터 받아온 혜택을 지금부터는 사회에 다시 돌려주는 의미와 가치가 있는 분야이고, 세대 간 협력과 공감을 부를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나는 50+캠퍼스를 중심으로 적극적이고 다양한 활동에 빠져들었습니다. 관련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의 새로운 네트워킹, 외부 관련 단체의 교육, 포럼, 워크숍, 토론 모임 등을 가능한 참가하면서 캠퍼스의 교육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였습니다. '여행기획학교'는 실제 여행기획을 통해 뭔가 의미를 깨우쳐 주기도 했습니다. 트레킹의 의미 말입니다. 트레킹하면 멋진 아웃도어 패션을 먼저 떠올리면서 히말라야, 네팔이 먼저 생각나는데, 실제 체험을 해보니 걷기를 통한 자아발견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산티아고 길, 묵언 걷기, 명상 걷기, 프랑스 청소년 '쇠이유' 교화 프로그램, 대전가정 법원의 '길 위의 학교'를 통한 세상과의 소통으로 청소년들에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북돋워주는 트레킹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북클럽에서 선정한 도서는 인도계 미국인 의사 '아툴 가완디'가 지은 베스트셀러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다시 접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읽었는데 그땐 그렇게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았었는데, 여기서 이 책을 다시 만난 것은 나에겐 또 하나의 행운이었습니다. 적지 않은 두께의 책인데, 그 내용을 PPT로 따로 정리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여기서 삶과 죽음의 깊은 의미를 알게 되고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미국사회의 노인복지 시스템까지 알게 되는, '노인병 클리닉'과 '요양원'의 탄생 배경과 역사, 그 수많은 문제점들 그리고 이러한 부조리를 혁신하는 미국사회의 활동가, 전문가들을 만나게 됩니다.
한편, 우리 사회의 노인복지 시스템을 뒤돌아보게 됩니다. 2년 전 ' 요양병원'에서 아버님의 영면을 맞으면서 느꼈던 지금까지도 이해 되지 않는 미스터리? 우리 사회 이면의 이러한 부조리한 것들은 왜 이렇게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반복되어야 하는지? 국가 재정을 축내면서 개인의 삶을 이렇게 알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릴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국가의 역할이란 뭔가? 하는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는 지점입니다. 미국엔 '요양병원'이란 자체가 존재하지 않은 데에 많이 놀랐습니다. 그냥 병원(노인병 클리닉) 그리고 요양원, 그 요양원 마저도 지금은 많은 혁신과 노력으로 국민들에게 새롭게 다가가는 모습입니다. 물론 미국에도 그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를 고쳐왔습니다. 이런 일에 우리 50+세대가 나서야하지 않을까요?
서부 캠퍼스는 생생한 현장 교육을 위해 공동체 마을 협동조합을 탐방하고 해외 현지실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국제개발과 사회적 경제'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을 방문하여 마을 에너지 슈퍼, 청춘 플랫폼, 마을서점 등을 탐방하고, 필리핀 해외 현지법인 캠프 아시아의 국제개발 협력사업 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으로 보는 50+비전’ 교육과정은 마포구 성미산 공동체 마을을 방문하여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질의응답을 통해 생생한 마을공동체의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50+세대의 주거전환을 위한 공동체주택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지난 '16.10.18.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주관으로 개최한 포럼 ‘주택협동조합 그 3년 동안의 성과와 전망’을 계기로 공동체 주택의 개념, 존재 이유 등을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50+세대, 베이비부머들에게 내 집이란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만난 ‘더함플러스 공동체주택 협동조합’ 김수동 대표의 기본 콘셉트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50+캠퍼스에서 이러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한 인적 네트워킹은 정말 소중하였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또 다른 세계관과 전혀 새로운 우주를 닮아있습니다. 공통된 인성, 뭔가 끌리는 매력 덩어리라고나 할까? 수많은 시행착오와 그 하나를 이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며 난관을 돌파하였을 터인데도,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은 사람들입니다. 진중한 생각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만나면 만날수록 더 만나고 싶은, 이렇게 어우러져 다양한 생각들을 버무리다보면 뭔가 새로운 생각들이 엮어지면서 꿈을 하나씩 실현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곳입니다. 50+캠퍼스는 말 그대로 플랫폼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곳입니다.
나는 얼마 전 '신나는 조합'이 제공하는 교육 강좌에서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장종익 교수를 만났는데, 프랑스 '소상공인 공급자 협동조합'의 성공 사례를 집중적으로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뭔가 훅 트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 바로 저런 것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우리는 우리 사는 주변의 소상공인들의 부침을 자주, 거의 매일 봐 오지 않았던가? 출근길에 보면 어느 사이 들어서는 가게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하는 수많은 가게들, 우리나라와 같이 대기업이 엄존하는 험악한 생존 경쟁 속에서 피 흘리며 눈물을 삼키는 소상공인 시민들의 모습을 흔히 목격하는 현실에 대한 해답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현실에서 꿰맬 수 있어야지 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 역할은 누가하나? 강하게 나를 짓누르는 대목입니다.
장종익 교수팀이 이끄는 한신대 사회혁신경영대학원 산학협력단이 그 선봉에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지원과 지방자치단체가 한 역할을 하겠지만, 내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동북4구(성북구, 강북구, 노원구, 도봉구) 재가 장기 요양 서비스 사업자 협동조합' 설립 프로젝트입니다. 나는 이 사업의 참여자로 활동하겠다는 뜻을 장 교수에게 밝혔습니다. 흔쾌히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추진 상 어려움들이 엄존하는 현실에서 한신대인들 힘에 부치지 않겠는가? 민간 자율의 영역에서 관의 개입에도 한계가 있을 터, 지방행정이 깊게 관여할 수 없는, 관여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민간 섹터인 것입니다. 나는 여기서 동북4 구의 협동조합 설립을 위해 나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이를 벤치마킹해서 서북2구(서대문구, 은평구)의 사업자 협동조합의 설립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물론 당연히 어려운 프로젝트지만 서비스 종사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꼭 필요한 것, 협력과 연대로 이어진 ' 협동조합'은 만들어져야만 합니다.
"좋은 서비스는 좋은 일자리에서!" "Good Job, Good Service!"
사실은 나에게 또 다른 큰 꿈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의 꿈, 손에 잡히는게 없어서 실현가능성이 있기나 하겠냐며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입맛을 다십니다. 그 누구도 실행할 수 없는 것, 보통의 사람들이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것들이 나의 먹잇감입니다. 나는 생태적으로 유전자가 그렇게 구성되어 있는 모양입니다. 50+세대, 베이비부머들의 생애 전 단계에 걸쳐 인간적인 삶의 질 확보를 위한 '생명공동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델을 전 국가적으로 네트워킹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고 싶은 나의 꿈이 있습니다. 현재 심하게 엉클어져 오작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노인복지 전달체계를 50+세대가 그대로 받아들이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이러한 나의 꿈 실현을 위해 다양한 정보와 인적 네트워킹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들을 꿈꾸게 하고 그 이니셔티브를 갖게 하기까지, 앞으로 꿈의 실현을 위해 나는 50+캠퍼스를 플랫폼으로 기꺼이 활용할것입니다.
50플러스야~~~ 도와줘!!!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50+의 문화, 사회참여활동 등 다양한 활동사례를 발굴하고 50+세대의 활동이야기를 알리고자 ‘2016년 50+스토리 공모전’을 진행하였고, 수상작 50+스토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