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화이트칼라 퇴직자들에게 알맞은 일을 알선하는 것이 큰 과제이다. 고령화 선진국인 일본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가 실시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도쿄 대학 고령화 종합연구기구에서는 앱을 이용하여 시니어 취로 사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소개한다.
2018년 7월 하순 치바 현 카시와 시의 민가에서 나뭇가지 치기 기술을 연습하는 시니어들.
대부분이 원예 경험이 없는 화이트칼라 출신의 퇴직자이다.
4명에 한 명이 65세 이상이라고 하는 초고령 사회 일본. 고령화 대책을 논의한다고 하면 흔히 시니어를 부양하기 위해서 늘어나는 사회 보장비를 어떻게 확보하는가, 재정 파탄을 어떻게 회피하는가 하는 쪽으로 논의가 치우치기 쉽다.
그러나 도쿄 대학 첨단 과학기술 연구 센터의 히야마 아쓰시 강사(공학)는 전혀 다른 일본의 미래 모습을 구상하고 있다. 그것은 시니어가 자신의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해서 기존 개념과 반대로 젊은이를 부양한다는 것이다.
그런 목적으로 개발한 것이 GBER(지버)라고 하는 앱이다. GBER는 Gathering Brisk Elderly in the Region(지역의 건강한 시니어 모으기)의 약자로 액티브 시니어의 흥미에 맞는 일을 소개하고 여럿이서 일을 분담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GBER는 치바 현 카시와 시의 시니어 단체가 실제로 사용하여 나뭇가지 치기 등의 일을 주민이나 시설로부터 하청 받는 데 사용되는 등 없어서는 안 될 도구가 되고 있다.
"많은 시니어들을 만나보니 모두 아주 건강해서 놀랐다"라고 히야마 선생은 이야기한다. “그들은 일하고 싶다는 의욕은 있지만, 현역 때처럼 오래 일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같은 장소에 매일 출퇴근하는 것도 싫다. 생활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건강을 위해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라든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든지 하는 사회 참여의 한 수단으로 일을 생각한다.”
인구 피라미드를 뒤집어 생각하다
히야마 선생은 테크놀로지를 활용하여 그러한 니즈에 부응하면서, 일본의 인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인다. 선생이 보여주는 두 개의 인구 피라미드의 그림을 보라.
2055년 시점의 일본의 인구 피라미드의 그림이다. 왼쪽 그림은 젊은 세대가 시니어 세대로 뒤덮이는 사회구조를 보여준다.
오른쪽은 같은 통계를 쓰면서도 그림을 보여주는 방식을 바꿔 연령 축을 뒤집은 것으로, 아래로 갈수록 연령이 많아지도록 나타내어
아래쪽에 있는 다수의 시니어 세대가 위쪽에 있는 소수의 젊은 세대를 안정적으로 떠받쳐주는 사회구조가 되는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는 왼편의 익숙한 그림인데, 0세에서 110세까지 연령이 올라가면서 인구가 줄고, 젊은 세대의 인구보다 시니어 세대의 인구가 더 많아지면서 젊은 세대가 더 많은 시니어 세대를 부양해야만 되는 역피라미드 모양의 2055년 일본 인구 구조이다.
오른편의 또 다른 인구 피라미드는 같은 통계를 쓰면서도 그림을 보여주는 방법을 바꿔 연령 축을 뒤집은 것으로, 아래로 갈수록 연령이 올라가도록 나타내어, 인구가 더 많은 시니어 세대가 인구가 적은 젊은 세대를 안정적으로 떠받치는 구조이다. 이 오른편 그림이 히야마 선생이 생각하는 미래 사회의 모습이다.
GBER는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선생이 제시하는 「모자이크 취로」를 위한 도구 중 하나로서, 지금까지 한 사람의 전일제 직원이 담당해온 일을 여러 시니어가 분담하여 수행할 수 있다. 클라우드 소싱이라고도 하는 취업 스타일 즉 시니어의 인재 특성에 적합한 앱을 설계하기 위해, 선생은 GBER 개발을 할 때 카시와 지구의 시니어 커뮤니티와 몇 번이나 의견을 교환했다. 대규모 커뮤니티 단위 프로젝트 관리를 원스톱으로 할 수 있는 앱 개발을 목표로 했다.
2018년 7월 말, 「SLF 가든 서포트」라는 임의 단체 회원 20명 정도가 나뭇가지 치기 연습을 하기 위해 카시와 시의 민가의 뜰에 모였다. SLF 가든 서포트는 도쿄 대학의 「고령사회 종합 연구기구」의 취로 세미나에 참여한 멤버가 2013년에 만든 커뮤니티 조직 「세컨드 라이프 팩토리」에서 파생된 그룹으로서, 나뭇가지 치기와 원예 경험이 없는 화이트칼라 정년 퇴직자가 주요 구성원이다.
2015년에 설립되어 나뭇가지 치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강의나 실습을 통해서 지도해왔다. SLF 가든 서포트 대표인 반도 아키히코 씨(72)에 따르면 강습을 수강하고 졸업한 멤버는 약 1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일이 반, 취미가 반
"일이 반, 취미가 반 같은 느낌"이라고 그룹에 참여하는 의의에 대해 말하는 전직 은행원 반도 씨. "일이 끝나면 함께 술 마시러 가는 것도 즐거움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한 프로젝트에 30명이나 모인 적이 있는 그룹에게 GBER는 필수이다. 일정 관리를 하는 다른 종류의 앱에 비해, 달력 형식으로 언제 누가 일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고, 2개월 앞까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점이 편리하다고 이야기한다.
여태까지 초급이나 중급 수준 기술을 가진 시니어에게는 지역의 실버 인재 센터에 등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실버 인재 센터는 시니어에게 ‘삶의 보람’을 주고 지역 활성화에 공헌하는 것이 주목적이며 여러 가지 단발성 업무를 저가로 하청받아 왔다. 취급하는 업무는 나뭇가지 치기, 목수일, 가정교사나 집안 청소 등 다양하지만, 「가벼운 작업」으로 한정되어 많은 시니어들은 보람을 느끼지 못하고, 등록률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왔다.
“나뭇가지 치기도 실버 센터에서 하는 경우는 중기(重機)를 다룰 수 없고, 일정한 높이를 넘은 수목은 취급할 수 없는 등 제한이 있다”라고 반도 씨는 말한다.
"실버 센터의 경우 개인 단위로 일하는 것이 원칙인데, 여기서는 그룹으로 일을 맡아서 여러 시니어에게 배분한다. 예를 들면 30명에게 일을 배분하여 며칠이 아니라 3시간 정도에 일을 마칠 수 있다. 우리는 프로는 아니지만 실버 인재 센터보다 좀 높은 영역의 일을 목표로 하고 있다.“
GBER는 보육사의 보조 업무나 농업 등의 단시간 노동을 제공하는 그룹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GBER는 다수의 프로젝트를 관리하기에 편리한 웹 앱이다.
캘린더나 지도와 같은 기능 외, 어떠한 일이나 활동이 사용자의 흥미에 맞는지를 조사하는 앙케트 기능도 갖추고 있다.
앱의 운용 개시부터 2년간 카시와 지역에서 총 2,300명 이상에게 취로 기회가 주어졌다. 히야마 선생은 앱의 기능을 확대해, 각 개인의 좋아하는 것이나 경험에 관한 데이터에 근거해 흥미를 가질 것 같은 일을 권하는 서비스를 시작하고 싶다고 말한다.
또 카시와 지구 이외에도 이 앱을 확대할 예정으로, 쿠마모토 현이나 야마나시현과도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시니어 세대의 노동 시장에는 아직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히야마 선생은 말한다. 그동안 시니어 층에게 알선하는 일은 매우 고도의 기능을 요구하는 최고 수준의 인재 용이거나, 실버센터에서 소개하는 낮은 기술의 업무밖에 없었기 때문에 몇백만 명의 액티브 시니어, 특히 화이트칼라 퇴직자들의 재능을 살리지 못했다.
“건강한 퇴직자들이 활약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젊은 사람들을 떠받쳐주는 시스템을 만들면 소수의 젊은 세대가 다수의 시니어 세대를 떠받쳐주는 인구 피라미드가 아니라, 다수의 시니어가 소수의 젊은 세대를 떠받쳐주는 안정된 인구 피라미드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라고 히야마 선생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참고 사이트: https://www.rcast.u-tokyo.ac.jp/ja/index.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