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를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농구 시합을 직접 뛰게 할 수는 없을까?
벤치워머즈 배스킷볼(Benchwarmers Basketball)이란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여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운동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 왔던 오랜 소망을 이루며, 인생 2막을 보람 있게 살고 있는 한 은퇴자가 있다. 올해 74세의 조 보크가 그 주인공이다.
농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조 보크
조는 자기가 개발한 이 프로그램을 로스앤젤레스의 한 체육공원에서 운영하고 있다. 말하자면, 농구 시합을 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7~14세의 아이들을 위한 농구 연습 프로그램이다. 운동을 잘 하지 못해 학교에서 농구 시합에 참여할 기회가 없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 방과 후에 동네 체육공원에서 그런 아이들끼리 농구 시합을 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드리볼이나 패스 같이 공을 다루는 연습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실제로 시합을 하게 한다. 벤치에 앉아 남들이 경기하는 것을 구경만 하는 아이는 없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운동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에게도 농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술을 향상시키고, 자신감과 사회성까지 회복하도록 도와준다.
아무도 농구 시합에 끼워주지 않았던 학생 시절
조가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학생 시절, 자기가 운동을 잘 하지 못해 겪었던 서러움을 기억하고, 자기와 같은 처지에 있는 아이들의 괴로움을 해결해줘야겠다는 평생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시절까지 농구 시합에 참여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운동을 잘 하지 못하는 그를 시합에 끼워 주는 친구가 없어, 늘 벤치에 앉아 구경만 했다. 대학 생활 내내 학업 성적은 뛰어났다. 그러나 공부를 아무리 잘 해도 운동을 잘 못하다보니 친구들과 어울릴 수가 없었다. 졸업 후 캘리포니아에 있는 휴즈 항공기 제작사에 취직하여 기술자가 되었다. 2005년 62세로 은퇴했을 때 “이제는 어린 시절 나 같은 아이들의 고충을 해결해 주는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조는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자기와 같은 아이들을 돕기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은퇴할 땐 그냥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만 있을 뿐,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몰랐다. 특별히 이런 프로그램 같은 것은 생각조차 못했다.
시행착오를 거듭한 프로그램 정착 과정
은퇴 후 2년 동안은 시행착오를 거듭했다. 지역 교육청을 찾아가 자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행동에 문제가 있는 특수 아동에 관련된 일을 맡게 되었는데, 그 아이들은 운동을 못 하진 않았다. 그가 원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많은 학교에 자원봉사를 갔지만 그가 원하는 일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조는 대학에 들어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공부를 하기로 하였다. 2년 동안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운동 요법을 공부했다. 선수들을 가르치는 법, 수업 운영법도 배웠고, 운동을 잘 못하는 아이들에게 다가서는 법도 배웠다. 그때 그 학과의 책임 교수가 멋진 조언을 해주었다. “학교에 찾아가지 마라. 그 대신 동네 체육공원에 가면, 하고 싶은 것을 즉시 할 수 있다.”
처음 찾아간 두 곳의 체육공원에서는 거절당했다. 세 번째로 찾아간 체육공원에서 농구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랜디라는 사람을 만나 설명했더니 대찬성이었다. 농구를 못하는 아이들도 농구 시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며, 안내책자에 그 프로그램을 포함시켜 주었다.
첫 학기 때, 신청한 사람은 여자 아이 한 명뿐이었다. 조는 랜디에게 “이건 안 될 것 같아요. 반응이 없네요.” 그랬더니 랜디는 “아니에요. 저 애 혼자라도 이번 학기에 한번 해보세요. 다음 학기에도 다시 안내책자에 홍보할 겁니다.”
다음 학기에는 여덟 명의 아이들이 신청했다. 그 후에는 입소문을 타고 점점 많은 아이들이 신청하였다. 평생 꿈꿔왔던 것을 이렇게 실제로 할 수 있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여덟 명이 신청했을 시 정말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뜨거운 반응
이 프로그램은 60분 수업인데, 시간이 지나도 아이들이 그만두려고 하지 않는다. 너무 재미가 있어서다. 이들은 학교에서는 운동을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합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시합을 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너무도 좋아한다. 이들 중에는 정말 잘 하게 되어, 나중에 학교에서 농구를 잘 하는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시합을 할 수 있게 된 아이들도 있다.
프로그램 참여 아이들과 함께 있는 조 보크
부모들의 반응도 뜨겁다. 어떤 어머니가 조에게 감사의 말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내 아들의 인생을 구했습니다. 내 아들은 이전에는 자기가 아무것도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내 아이가 자기 자신을 믿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또 다른 어머니가 한 말이 있다. "내 아이가 처음으로 농구 코트에서 자기가 다른 친구들처럼 정상이라고 느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이 어머니들의 말 속에 바로 조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바가 그대로 들어 있다.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
얼마 전에 누가 조에게 질문을 했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은 무엇이죠?”
“바로 이 농구 프로그램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조는 현역 시절에 NASA에서 추진한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프로젝트에 기술자의 한 사람으로 참여하여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의 보람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그 무엇보다도 이 농구 프로그램이 그의 인생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앞으로 조는 운동을 못해 소외 받는 아이들이 백만 명이나 있기 때문에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프로그램을 다른 체육공원으로 확대시킬 예정이다. 또, 농구뿐 아니라 야구 축구 등 다양한 종목으로 확장하려고도 한다.
이 프로그램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미국 뿐 아니라, 멀리 호주에서도 함께 참여하고 싶다는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조의 사례를 통하여 끈질기게 자신의 꿈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설령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끈질기게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레 길이 열린다.
자기의 꿈을 실현하며 사는 인생2막은 우리 인생 전체를 더욱 충실하게 완성시킬 수 있다.
참고 사이트: secondactstori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