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에서 칩 콘리는 전설이다. 1987년, 26세의 그가 만든 호텔 ‘주아 드 비브르’는 캘리포니아에서 52개로 늘어나며, 세계적으로 부티크 호텔을 유행시켰다. 콘리는 24년간 CEO로 근무한 뒤 은퇴했다. 그리고는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책을 내고 강연 활동을 하다가 2013년, 52세의 나이로 돌연 에어비앤비(airbnb)에 입사했다. 당시 에어비앤비는 소규모 IT 신생 기업이었다. 나이도 많고 IT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그가 젊은이들로 구성된 스타트업에 입사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하면서 젊은 세대와의 소통과 협업을 어떻게 하였나? 그 비결은 무엇인가? 또한 새롭게 정의되는 ‘현대적 어른’은 어떤 사람인가?
서핑을 즐기는 칩 콘리
부티크 호텔 CEO를 떠나 새로운 도전
23살의 젊은 나이에 경영대학원을 마친 콘리는 부동산 개발업자 밑에 들어가 일을 배웠다. 26세 생일 뒤 ‘주아 드 비브르’(삶의 기쁨을 뜻하는 프랑스어) 부티크 호텔에 대한 사업계획을 세우고 직접 뛰어들었다. 그가 최초로 구입했던 텐더로인의 모텔은 32년이 지나 샌프란시스코의 로큰롤 호텔 피닉스가 되었다. 임기 24년 동안 회사는 종업원 3천5백 명의 규모로 성장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일이 겹치면서 매각을 하게 된다.
감정, 육체, 재무적으로 차질이 생겼던 그때 심정지(心停止)를 경험했다. 센트루이스 강연 뒤 책 사인을 하고 있다가 의자에 앉은 채 의식이 없어진 것이다. 심장 모니터를 달고 긴급 의료 호송 의자에 실려 90분 동안 몇 번의 심정지를 겪었다. 죽음의 문턱에 갔던 그 경험은 어떤 순간에라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면서 문득 “나는 행복한가?” 자신에게 물었다. 거의 모든 시간을 바쳐 몰두했던 그 시점에서 더는 행복하지도 기쁨으로 벅차지도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런 결론을 얻은 칩은 회사를 매각하고 다른 일로 옮겨갔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된 ‘감정 방정식’을 집필했고, 세계 최고의 300개 페스티벌을 다루는 웹사이트 Fest300을 시작했다. 재무적으로 안정되어 더 일할 필요가 없었던 그때, 브라이언 체스키의 전화를 받았다. 에어비앤비 라는 신개념 공유주택 스타트업의 CEO인 브라이언은 “와서 우리와 함께 일하며 호텔의 대중화를 위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칩은 “좋다”고 즉답했다. 브라이언은 31세, 칩은 52세였다. 이후 6년을 에어비앤비에서 보내며 흥미 있는 인생2막을 쓰고 있는 그의 이야기는 『일터의 현자 - 왜 세계 최고의 유망한 기업들은 시니어를 모셔오는가?』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어른과 젊은 세대의 협업은 모두에게 이익
처음엔 에어비앤비에 관해 전혀 아는 게 없었다. “사람들이 호텔 대신에 서로의 집에서 묵는다고? 왜 누구나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 하는 정도였다. 당시 아주 작은 규모였다. 브라이언의 사내 멘토겸 CEO로 파트타임으로 일하기로 했지만, 실제는 풀타임 이상의 일이라, 결국 6~7개 일을 맡는 책임자로서 뛰어야 했다. 사람들은 그를 좋아했고 이사회에 들어와 함께 일하자고 했다.
칩은 젊은 사람들이 쓰는 테크 관련 용어도 알지 못했고, 밀레니얼의 여행 습관이 어떤지도 몰랐다. 12명이 참석했던 첫 미팅에서 자신의 나이가 가장 많다는 것을 알고는 구석에 앉아 눈에 뜨이지 않으려 애를 쓰기도 했다. 그러면서 성공은 승리가 아니라, 실제로 배우는 것이라고 스스로 정의를 내렸다. 단지 항상 배우려는 마음으로, 때로 자신을 바보처럼 보여주더라도 다른 주제에 대해서 누구보다 스마트 하다면 그게 정말로 배우는 것이니, 교사이면서 동시에 배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믿었다.
칩은 24년간 호텔 경영에서 얻은 서비스에 대한 지혜를 전해 줄 수 있었다. 자신의 지혜와 노하우를 직원들과 공유할수록 업무 성과는 커졌다. 고객에게 호텔처럼 세련되고 친근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에어비앤비가 되도록 조언했다.
칩을 도와 서비스 부서 개발에 참여했던 27세의 로라 휴즈는 그를 위해 회의 때 옆에 앉아 그가 모르는 기술 용어의 의미를 알려 주는 등의 역할을 하며 그녀 자신도 동시에 성장했다. 그녀는 리더십 프로그램을 받기도 전에 이미 매니저 역할을 할 정도가 되어 있었다. 서로의 성장에 서로가 도움이 되었다.
모던 앨더,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려는 의지와 욕망으로 새로운 문화 창출’
직원들은 칩을 어른이라고 불렀다. 그 호칭이 싫었던 칩은 스스로 모던 앨더(현대적 어른)이라는 말을 만들어 냈다. 지혜만큼이나 호기심을 가진 사람, 또는 에어비앤비에 들어온 칩처럼 시대를 초월해 지혜를 요즘의 문제에 적용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호기심은 가능성을 열어 두며, 지혜는 가능성을 본질적이거나 중요한 것으로 바뀌도록 돕는다고 그는 말한다. 공유주택의 실체 파악에 들어간 칩은 그 과정에서 다양성, 즉 일반적으로 모든 게 평등한 것이 여러 이유로 조직에 긍정적이라는 많은 증거를 찾을 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에어비앤비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시니어와 젊은이, 즉 스마트 테크 족의 결합이 더 좋은 회사를 만든다는 것이다.
칩은 창업자 브라이언을 성공적인 CEO로 성장시키는 데도 큰 기여를 했다. 브라이언은 디자인 학교 졸업생으로 사업 경험이 전혀 없이 회사를 시작했다. 리더로서 한층 성숙해가는 브라이언이 그 세대에서 가장 성공하고 감동적인 CEO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기를 칩은 희망하고 있다.
역사상 처음 다섯 세대가 함께 일하는 일터
칩은 호기심이 삶의 활력소라고 말한다. 자신은 끊임없이 호기심을 펼치며 살아갈 거라며, 롤 모델이기도 한 피터 드러커의 예를 들었다. 드러커가 65세 이후에 쓴 책이 전체 저작의 2/3나 되는 데는 왕성한 호기심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칩은 에어비앤비에 참여했지만, 공유주택이나 테크 산업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다. 그렇지만 호기심이 있고 배우고 기여하고픈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분명히 에어비앤비의 길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책 출간 6주 후에 칩은 ‘현대적 어른 아카데미’를 열어 중년을 위한 교육을 시작해, 지혜를 펼치며 새로운 인생 2막을 전개하려는 중년들의 준비를 돕고 있다. 공개적으로 인턴, 개인적으로 브라이언의 멘토였던 그는 이후 젊은 직원 수십 명의 멘토가 되어 주었고, 종종 상호 멘토링을 한다.
역사상 처음으로 일터에서 다섯 세대가 동시에 일한다고 칩은 말한다. 나이가 다양한 팀이 더 효과적이고 성공적이며, 미국 근로자의 40퍼센트는 자신보다 어린 상사와 일하며, 이런 추세는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어른의 의미를 현대적인 의미로 전환해 멘토 겸 인턴으로 일하는 기회를 넓히고, 다양성이 어떻게 기업을 강하게 만드는지를 보여주고, 직장의 연장자와 젊은이 간의 상호 멘토링을 통해 지혜가 교류되기를 바라고 있다.
참고: http://www.secondactstori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