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만들고, 날리는 즐거움
은퇴는 오랫동안 근무하였던 직장을 떠나 근무 장소를 가정이나, 지역사회 혹은 자기 자신에게로 옮겨, 과거 직장인의 역할이 새로운 역할로 바뀌는 인생의 전환기다. 가정에서는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지역사회에서는 봉사활동, 그리고 그간 잊고 지냈던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와 다양한 취미활동이나 평생의 꿈을 실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인생 2막의 일이 중요하다는 점은 수없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자신이 정말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가지는 것이다. 어릴 적에 하고 싶었던 것이나, 살아오면서 꼭 하고 싶었는데 살기에 바빠 미루어왔던 것을 이제는 본격적으로 해볼 수 있는 시기다.
취미 활동으로 평소 자기가 좋아하고 원하였던 종이비행기를 만들고, 날리면서 노후를 즐기는 일본의 사례를 소개한다.
재취업은 일찍이 단념하고
종이 비행기 모임의 회원들, 왼쪽부터 야마다 씨, 나가이 씨, 도미야마 씨
토요일 오전, 미즈모토공원에서는 ‘종이비행기 날리기 모임’이 끝난 후 모임 회장인 나가이 씨(70세), 야마다 씨(69세), 도미야마 씨(59세)에게 은퇴 후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즐기는 인생 2막의 삶에 관해 알아보았다.
처음 종이비행기를 날리면서 즐겼던 분은 야마다 씨이다. 현역시절에는 건축설계사로서 활약한 혜택 받은 인생이었다. 정년 후 재고용되어 64세까지는 일하고, 취미생활을 하며 인생 2막을 살고 싶어 사직했다. 종이비행기는 원래 아들의 취미였다. 종이비행기 날리기 결승전에 나가는 아들을 따라 갔다가. 하늘 높이 나는 종이비행기를 보고 감동하여 자신도 시작하게 되었다. 종이비행기 날리기 이력은 현재 20년이 된다.
나가이 씨는 복사기 제조업체에서 보수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었다. 해외 근무 때의 어학 실력을 활용하여 사내 교육과 수출기계의 부서에서 활약하였다. 일본어 매뉴얼을 작성하고, 영어로 번역하였으며, 미국에서 일한 적도 있다. 50세를 넘어서는 기업에서 카피센터의 아웃소싱을 담당하는 일을 하였다. 7년 전 어느 날 미즈모토공원을 산보하고 있는 중에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는 사람들과 만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가르쳐줄 수 없습니까?”라고 말하여 동료가 되었다. 지금은 종이비행기에 매일 몰두하고 있다. 실은 어렸을 때부터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비행기가 너무나 좋았다. 작년에 야마다 씨한테서 회장직을 물려받았다.
오는 것도 거절하지 않고, 가는 것도 붙잡지 않는다
“일부러 권유하지는 않는다. 공원에서 비행기를 날리고 있으면, 관심 있는 사람이 절로 찾아 온다” 라고 야마다 씨는 말한다. 나가이 씨도 도미야마 씨도 이렇게 하여 참가하였다.
도미야마 씨는 아직 현역으로 금융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다. 종이비행기를 좋아했는데, 공원에서 비행기를 날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참가하였다. 업무 외에 대부분의 시간을 종이비행기에 전념할 정도로 좋아한다.
모임의 주요한 활동은, 공원의 중앙광장에서 개최하는 매월 정례 대회이다. 필요한 비용은 매회 100엔, 전국 대회의 예선 대회가 있을 때만 400엔의 참가비가 있다. 초보자에겐 모두가 가르치거나 스스로 만든 비행기 모형을 만드는 종이도 아낌없이 제공한다. 종이비행기 애호가는 가르치는 것에 거부감이 없는 듯하다. 가르치고 싶다고 하는 생각이 강하고 자랑스러운 비행기체의 테마와 종이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사람도 있다.
대회의 경기 종목은 자유설계기와 제트기, 접는 종이비행기, 복엽기, 쌍동기, 제로전 등 다양하다. 종이만이 아니라 발레사라는 나무로 만든 비행기도 있다.
경합하는 부문은 체공시간이다. 여러 회 날려서 체공시간의 합계가 많은 사람이 우승한다. 다만, 어떻게 날려도 1회 60초가 최고이다. 60초 이상 날린 경우는 자력이 아닌 상승기류를 탔다고 생각한다. 종이비행기는 상승기류에 타서 시계로부터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종이비행기는 어른의 유희
종이비행기를 만드는 시간도 즐겁다. 스스로 디자인한 오리지널 기체를 몇 번이나 조종하여 회심의 작품을 만든다. 생각한 대로 날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을 때의 즐거움은 각별하다.
일반 사람과 달리 누구도 날리기 힘든 것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야마다 씨가 보여준 것은 무당벌레형 종이비행기. “원반을 날리고 싶었다. 완성까지 1년 걸렸고 몇 십 기를 만들었다.”
접은 종이비행기를 날려서 즐기는 가벼운 오락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간단해 보여도 날리는 것이 쉽지 않다. 어른의 심오한 유희이다”라고 나가이 씨는 말한다.
맺음말
인생 2막의 삶이라고 하여 반드시 뭔가 근사한 일을 하고, 봉사활동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그냥 본인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된다. 먼저 본인이 행복해야 한다. 본인이 행복해야 타인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이비행기를 만들고 날리는 것이 사소한 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어린 시절 비행기에 대한 꿈을 종이비행기로 대신하여 만들고, 날리면서 그 꿈을 실현하는 것은 아닐까?
출처: Financial For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