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앨버트의 아내는 말기 암에 걸려 두 어린 자녀를 남겨 두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암과 싸우는 동안 존은 질병이 아내의 몸만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존은 특히 엄마나 아빠를 잃을 위기에 처해 있는 아이들에게 가족으로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그들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마지막 가족 여행’을 마련해 주는 “와우 익스피어런스 (WOW! Experience)”란 프로그램을 제공해 말기 암과 싸우는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비영리단체, “잭과 질의 말기 암 재단(Jack & Jill Late Stage Cancer Foundation)”을 설립하여 고통을 받는 가족들을 치유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존의 사례를 소개한다.
잭과 질의 말기 암 재단 설립자 존 앨버트
말기 암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고충
2002년 아내가 암에 걸리기 전엔, 존 앨버트와 아내 질은 성공적인 삶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두 자녀, 제이크(9), 재미(7)와 행복하게 살았다.
그러나 아내의 가슴에서 암 덩어리가 발견된 순간 모든 것이 확 바뀌었다. 암이 조기에 발견되어 97%의 생존 확률이 있다 하였는데, 불과 몇 달 만에 온몸에 퍼졌다.
암의 가장 잔인한 부분은 정서적 고통이다. 아내는 아이들이 나중에 엄마를 기억 속에서 잊을까 봐 걱정하며, 울부짖다가 잠이 들곤 했다. 암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그냥 슬퍼하면서 보내지 말고, 가족의 소중한 추억을 쌓는 시간으로 만들기로 하였다. 한편, 투병 과정에서 어린 자녀를 둔 다른 가족들의 경우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두려움과 걱정에 떨고 있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들에게도 가족으로서 함께 별도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게 해주면 어떨까?“
투병 생활 4년이 지난 2006년 초에 아내의 상태가 악화되었다. 존은 아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기 위한 준비로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해 11월, 비영리단체 “잭과 질의 말기 암 재단”을 위한 창립 행사를 열었다. 이 단체는 친구들이 그들 부부에게 별명으로 붙여준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그의 아내 질은 13세와 11세의 두 어린 자녀와 함께 휠체어를 타고 행사에 참석했다. 가족으로서의 마지막 외출이었다. 다음 날 아침, 아내는 병원에 입원했다. 그리고 12일 후에 죽었다.
마지막 가족 여행, “와우 익스피어런스(WOW! Experience)”
이 재단에서는 가족이 함께하여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와우 익스피어런스”라는 여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족여행을 통하여 말기 암과 힘겹게 싸우는 가족을 위로하고 환자와의 소중한 추억을 유산으로 남길 수 있게 돕는다. 재단의 슬로건이 말해주듯 질병인 암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치유한다.
가족들이 좋아하고 특별히 관심이 있는, 리조트 또는 호텔로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미국 메이저 리그 훈련장에 견학가거나 동물원에서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등 특별한 VIP 활동을 주선해 주기도 한다. 여행, 식사, 활동 등 모든 것이 무료이다.
가족들을 이곳저곳으로 차량으로 모신다. 여행용 짐 챙기는 것을 제외하고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게 한다. 한 해 평균 100~125 가족을 여행 보낸다. 통상 엄마나 아빠가 2~8개월 정도밖에 살 수 없고, 적어도 18세 미만인 아이들이 있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다.
이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담당 암 전문의와 협의한다. 소정의 절차가 끝나면 통상 3~8주 이내에 여행을 떠난다. 이 프로그램은 환자 부모, 간병인,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선물이다. 환자 가족 모두의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운용한다.
플로리다 뉴욕 양키스 훈련장에서 유명 야구 선수와 만나는 가족
여행 장소는 통상 3~4개의 선택권을 주고 본인들이 정한다.
우리는 휴양지, 해변, 산으로 보낸다. 대도시에 가거나 관광용 목장에 가거나 유람선을 탈 수도 있다. 그들의 진짜 소원은 함께 보내는 소중한 시간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어디에 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여행을 간다는 사실 그 자체다.
맺음말
지금까지 1,000여 가족이 여행을 다녀왔다. 모든 여행은 각각 다르지만, 목적은 항상 동일하다. 각 가족에게 그들만의 소중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여행 후 몇 달 내에 세상을 떠났다. 존 앨버트는 그것이 “괴로우면서도 한편으론 보람 있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이 여행의 핵심은 추억을 만드는 것이다. 추억은 궁극적으론 향후에 가장 큰 유산으로 남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사진작가와 사진 촬영 시간을 갖는다. 가족들도 가능한 사진을 많이 찍도록 장려한다. 재단에선 모든 가족들에게 자신들의 여행 사진첩을 제공한다. 여행을 마치고 가족들로부터 받은 음성 사서함과 친필로 쓴 편지가 재단 관계자들에겐 큰 보람이다.
존 앨버트는 “내 아이들이 항상 여행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할 수 있어서 엄마나 아빠가 평화롭게 죽을 수 있다”고 환자들이 내게 말할 때 “비록 내 아내의 생명을 구할 수는 없었지만 이 일만은 할 수 있다. 이래서 이 일이 충분한 가치가 있다"라고 말한다.
출처 : CNN HERO (2018년 영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