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열차로 1시간 정도 거리인 가마쿠라는 가마쿠라 막부(1185년~1333년)가 있었던 곳으로 역사적 유물과 사찰이 많아 일 년 내내 많은 관광객이 찾는 옛 도읍이다. 바로 이곳에 “가마쿠라 역전 장서실”이라는 독특한 회원제 도서실이 있다. 가마쿠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회원이 되어, 가마쿠라에 관한 책을 가져와 서로 열람을 하고 여러 가지 정보도 교환할 수 있는 회원제 도서실이다.
가마쿠라 역전 장서실을 운영하는 스즈키 씨
스즈키 씨(60)는 이 회원제 도서실 아이디어를 내어 자신의 사업으로 5년째 운영하고 있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이 도서실을 구상해서 운영하게 되었지만, 이전에는 도서실과는 관련 없는 분야에서 일했다. 광고 대행사에서 20년 이상 일했는데, 2008년 금융 위기 때 회사 사정이 어려워졌다. 자기가 채용했던 젊은 사원들을 자신이 구조 조정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되자 스스로 사표를 던지고 나왔다.
생계를 위해 했던 다양한 경험이 도움
앞뒤 생각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사실, 나이 50이 지나서 재취업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반년 정도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는데 취직이 되지 않았다. 그때 마침, 가마쿠라시 관광과에서 새로운 관광 사업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매력이 있는 인물과 장소를 찾아가는 새로운 관광 상품을 기획한다는 것이었다.
스즈키 씨는 경험은 없었지만, 가마쿠라를 위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응모했더니 프로젝트 추진 요원으로 채용되었다. 네 명으로 된 프로젝트 추진 팀은 관광객과 지역주민, 사업자와 외국인들을 만나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관광 상품을 판매해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하던 바로 그때,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지진 피해 복구 사업에 정부의 자금이 집중되면서 관광 사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었고, 스즈키 씨도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그 후 여러 비영리 단체의 프로젝트를 맡아 운영하기도 했지만, 그 어느 것도 먹고살 만한 일자리가 되지 못했다. 심지어 야간에는, 화물을 운반하는 노동도 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인연이란 게 생기는데,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다가 가마쿠라 역전에 빌딩 하나를 가진 분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 그분이 자기 빌딩의 3층이 10년째 임대가 되지 않아 그대로 비어 있다 했다. 활용할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고 스즈키 씨에게 상담을 해왔다.
비어 있는 그 큰 방을 보자마자,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축적된 여러 가지 경험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그러더니 회원제 북 카페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순식간에 떠올랐다.
“제가 직접, 이 아이디어로 이 공간을 사용하면 어떻겠습니까?”라고 엉겁결에 말했는데, 주인이 쾌히 승낙해주었다.
운영에 필요한 자금은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을 할 때 인연이 있었던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하여 기부 방식의 자금을 모았다.
60일간 109명에게서 84만 엔을 기부받아 운영에 필요한 준비를 했다.
2015년 8월, 드디어 “가마쿠라 역전 장서실”이 태어났다.
독특한 장점
이 도서실은 일반 도서관과는 다른 몇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
첫째, 회원으로 가입할 때는, 가마쿠라에 관한 책을 1권 이상 기증해야 하는데, 도서실 안에 있는 장서는 모두 회원들이 입회할 때 기증한 책이다. 회원이 증가할수록, 장서도 증가하게 되어,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도서실이다.
둘째, 연회비 1만 엔을 내면 언제라도 이용할 수 있고, 마시는 차도 무료로 제공된다.
셋째, 입구에는 모든 회원의 명패가 쭉 걸려 있어, 회원으로서 특별한 존재감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넷째, 보통 도서관 안에서는 잡담이 금지되어 있지만, 여기서는 회원끼리 가볍게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소곤거리는 것이 허용된다. 특히 사담을 허용한 이 점이 여러 가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만들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옆에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 듣고 필요한 도움을 주겠다고 나서서 사업이 성사되곤 한다.
이러한 독특한 점이 언론의 취재를 통해서 알려지면서 회원은 400명으로 늘어났다. 여러 가지 수익 사업도 조금씩 늘어나 이제는 하나의 지속할 수 있는 사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참고 사이트: https://www.kamakuraekima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