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잠식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경제 위기를 초래하는 것을 넘어 전 세계인이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소비도, 글로벌 공급망도 멈췄다. 지금처럼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 고용과 기업의 생산성에도 영향을 미쳐 사태는 더 심각해질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이 최악의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회상하며 사태를 낙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현재의 위기는 그때와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당시 금융위기는 부채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기에 금리 인하 조치 등 양적완화를 통해 상황을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의 사태는 다르다. 극단적 소비 감소가 문제다. 바이러스 확산으로 기업 생산성에 차질을 빚는 데다 소비 감소까지 겹치면서 대량 해고와 기업 도산이 발생하고 공급망 붕괴로 이어진다. 이것은 실물경제의 위기다. 이러한 위기와 그에 대한 불안감은 신용경색을 가져와 금융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비 오는 날 우산장수가 되고 싶은가?
어떤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오히려 인터넷 쇼핑이 늘어나고(실제 온라인 쇼핑몰의 매출은 코로나 사태 후 급성장했다) 택배가 쉼 없이 집 앞을 오가는 것(택배기사들이 과로에 시달리다 급기야 사망하는 사건도 일어났다)을 보고 ‘비가 오면 우산 장수가 돈 벌고 해가 나면 짚신 장수가 좋다’는 현상쯤으로 여길 수도 있다. 시중에 마스크가 없어서 팔 수 없는 것을 보고, 누군가는 마스크를 팔아 큰돈을 챙겼다는 얘기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실물경제의 심각한 위축이다. 가게는 문을 닫고 있으며 종업원들은 해고당하고 있고 바이러스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은 건강의 위협을 감수하며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비축해두었던 돈으로 생필품을 소비하고, 생활의 기본적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소비를 하는 셈이다. 조만간 그것도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그다음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미래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과 불안정성 때문에 시장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정부는 더 금리를 인하하고 신용경색을 우려해 유동성 자금을 공급하려는 정책을 추진한다. 실물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자영업자와 중소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중산층까지 포괄하는 저소득층에게 긴급자금을 지원할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시중에서는 이를 실감하는 이들이 없다. 대출 문턱은 여전히 높고 지원을 받았다는 이는 소수다.
‘존버’가 유행한다
코로나 시대의 재테크란 무엇일까? 물론 이 위기 상황에서도 하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투자에 뛰어드는 사람도 있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금을 사들이는 사람, 원·달러 환율 상승을 기대하며 달러를 사들이는 사람, 투자는 타이밍이라고 주식 급매에 나선 사람과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사들이는 사람 등등. 그러나 불확실성이 가득한 현재로선 어떤 것도 마땅한 대안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시 재테크의 기본 원칙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위험을 분산하는 분산투자, 아니면 요즘 유행하는 ‘존버’(극한까지 버틴다의 준말)다.
어떤 면에서 코로나 사태는 ‘아껴서 투자한다’는 재테크 기조를 유지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현재 상황이 계속될 때 개인 신변의 변동이 심해 아끼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모두가 겪는 경제적 곤란을 돌파하기 위해선 마냥 아껴도 안 된다. 실물경제를 방어하기 위해선 소비를 유지하거나 촉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서로가 경쟁적이지만 사실은 모두가 연결된 경제 시스템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19 덕분에.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