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오대산에는 산책하기 좋은 길이 있다. 작열하는 태양빛이 가득한 한여름에 웬 산책 타령이냐고? 가보시라.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천년 아름드리 전나무가 가득해 행복한 힐링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일주문에서 시작하는 여정
오대산의 숲길 산책은 월정사로 통하는 일주문에서 시작한다. 이곳부터 천년 고찰 월정사의 금강문까지 거리는 약 1km. 가는 길에는 울창한 전나무가 도열해 있다.
드라마 <도깨비>로 유명해진 전나무 숲길
전나무 숲길은 마치 비밀의 숲으로 들어서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묘한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몇 해 전 인기를 모은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 장소로 유명해지면서 더욱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한 겨울의 매혹적인 풍경이 아니라도 충분히 행복한 기분을 들게 한다.
숲길 끝에 자리한 천년 고찰
전나무 숲길 끝자락에 위치한 월정사에서부터 본격적인 선재길이 시작된다. 월정사에 발을 내딛은 만큼 그냥 지나치기는 아쉽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것이다. 월정사는 본래 643년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한국전쟁이 삼켜버린 절
아쉽게도 전통을 자랑하는 월정사의 옛 건물은 남아 있는 것이 없다. 한국전쟁 때 모조리 불타버린 까닭이다. 다행히 적광전 앞에 팔각구층석탑이 남아 있는 것이 위안이다.
월정사에서 상원사에 이르는 선재길
오대산 선재길은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천년의 숲길이 워밍업이라면 이제 9킬로미터에 달하는 숲길 산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깨달음의 길’이라고도 불리는 선재길은 화엄경의 선재동자에서 이름을 따왔다.
수려한 계곡에 더위는 날아가고
산책로 옆으로는 오대천 계곡물이 흐른다. 울창한 숲길에 계곡 물소리까지. 금세 땀이 사라진다. 오대산장을 지나면 동피골 합류점과 만나고, 호젓한 계곡 길의 끝에 도착하면 상원사 입구가 보인다.
상원사 문수동자상에 얽힌 전설
상원사에는 재미있는 전설이 있다. 피부병에 걸린 조선의 왕 세조가 이곳 계곡에서 목욕을 하다가 지나가는 동자승에게 등을 밀어달라고 했다.
세조가 동자승에게 “어디 가서 왕의 등을 밀었다고 얘기하지 말라”고 하자 동자승은 “왕께서도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줬다고 말하지 마십시오”라고 답했단다. 이 일을 계기로 상원사에 문수동자상이 생겼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
상원사 문수전 안의 문수동자상과 마주하고 합장을 올린 후에는 상원사의 또 다른 역사 유물인 동종을 꼭 보기를 바란다. 이 동종은 에밀레종으로 잘 알려진 경주의 성덕대왕 신종(국보 제29호) 보다 제작 시기가 46년이나 빠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이다.
온전히 자연의 품에 안긴 하루
선재길 산책은 이처럼 상원사를 둘러보는 일로 마무리된다. 혹여 되돌아 걷는 길이 부담스럽다면 한두 시간마다 운행하는 버스를 타도 좋다. 그리고 나서 월정사 입구에 위치한 식당에서 오대산 산채를 맛보면 분명 행복감이 밀려올 것이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