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에세이]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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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대까지 죽음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어느새 육십에 가까운 나이가 되면서 건강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꼈고, 최근에 시어머님이 세상과 이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 생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제 동년배들은 ‘죽음’을 어떤 마음과 태도로 받아들일까 알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죽음이나 50세를 키워드로 하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50+세대와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책 한 권을 소개해봅니다.
<오십부터는 우아하게 살아야 한다>의 저자 요시모토 유미는 일본에서 밀리언셀러 곡을 쓴 유명한 작사가이며, 수필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60대 여성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60세를 목전에 두고 지난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 남은 인생을 품위 있게 살기 위해 도움이 될 만한 ‘33가지의 우아하게 사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조언과 함께 우리가 일상에서 실천해 볼 수 있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살자
우리는 남의 시선이나, 말, 평가 때문에 고민하고 괴로워하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을 아깝게 흘려보내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십부터는 남의 눈치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합니다. 신경 쓰지 않고 산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우리의 소중한 시간과 바꿀 정도로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고민인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저도 올봄부터 저만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조금씩 노력하고 있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은 지난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인생을 살아가는데 ‘방향키’가 되어 앞으로 남은 삶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의무적인 느낌에서 벗어나 나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살겠다고 다짐해봅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즐기면서 하자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한다면, 지금 하려는 일은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인가?’ 책에 나오는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대학교 졸업식 연설문은 워낙 유명해서 예전에 한두 번 들어보았지만 이렇게 가슴에 와 닿은 적은 처음입니다. 저자처럼 6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 그런 걸까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편하고 실리적인 것과, 힘들지만 좋아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어떤 길을 선택하던 우리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남기 마련이고, 선택한 길이 기대하지 않은 방향이나 결론으로 이어질 때 후회를 하기도 하지요. 언제 닥칠지 모를 마지막 날을 생각한다면 저자의 말처럼 지금부터라도 제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기쁘게 살아가야겠습니다. 그 일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더욱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 되겠지요.
마지막을 위해 준비하자
주변을 보면 운이 좋게도(?) 자신의 남은 생을 예측하고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세상을 떠날지 모른 채 살아갑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보면, 준비되지 않은 죽음은 환자 자신뿐 아니라 가족도 힘들게 합니다. 뇌사상태가 된 환자, 말기환자, 임종과정에 들어가는 환자는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끝내고 싶은지 자신의 의사를 전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 가족이 환자의 마지막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데, 가족에게는 심적인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고 환자에게는 육체적 고통은 물론이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호받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그때를 대비해서 평소에 유서를 써 놓거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여 가족에게 저의 뜻을 미리 밝혀 두려고 합니다. 저자의 친구처럼 마지막 감사 편지를 써 놓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는 ‘죽음’보다는 앞으로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피하기보다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준비를 해서, 남은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내다가 아름답게 마무리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제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오늘이 나에게 주어진 인생의 마지막 날 일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면, 오늘 하루의 어느 한순간도 헛되이 보낼 수 없을 것입니다.
독신으로 살다 간 저자의 친구에 관한 이야기는 책장을 덮고 나서도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그녀는 죽기 전 모든 절차를 마치고, 마지막 가는 길을 자신을 위해서 ‘1인 병실’에서 보내다 조용히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의 죽음과는 대조적으로 중환자실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연명치료를 받다가 힘들게 돌아가신 시어머님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녀는 죽은 후 가족을 통해 감사의 편지글을 SNS에 올렸습니다. ‘여러분과 만나서 밝게 떠날 수 있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짧지만 매우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마지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녀처럼 인생을 멋지게 살다가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우아하게 사는 연습’을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글/사진 : 50+시민기자단 한승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