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뭐더라… 뭐였더라….” 분명히 아는데, 입속에서 맴도는데 도통 그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괴로워해 본 일이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심리학에선 이것을 설단 현상이라고 한다.
“레미…(제라블)” “차이…(코프스키)”. 혀끝에서만 맴돌고 더 진행이 되지 않는 단어들. 어떻게든 생각해내려 기억을 되짚어보지만 답답함과 괴로움만 더 할뿐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뇌과학 센터의 신경과학자 프랭크 로렌 박사는 이럴 때, 그 단어를 애써 떠올리려 하기 보다는 전혀 다른 일을 하거나 생각이 머릿속에서 자유롭게 방황할 수 있도록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를 권한다.
쉴 때 일하는 두뇌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휴식 시간에 두뇌는 오히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받아들인 정보를 처리하고 기존 정보와 연결하는 일을 한다. 그런 과정을 거쳐 문제의 그 단어가 갑자기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처럼 기억나는 것. 로렌 박사는 단순히 기억 나지 않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 외에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등 복잡한 두뇌 기능을 필요로 하는 일일수록 두뇌에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두뇌가 새로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로렌 박사는 실험용 쥐를 복잡한 미로에 넣었다. 처음 본 미로를 어떻게든 빠져나온 생쥐에게 15분간 휴식을 준 뒤, 같은 미로에 넣으면 전보다 빠져나오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 반면 휴식 없이 또다른 미로를 돌도록 한 경우, 이전과 같은 미로에 넣어도 빠져나오는 시간이 처음과 차이가 없었다. 두뇌에서 정보를 처리하고, 기존 정보와 연결하는 작업이 충분히 실행되지 못했기 때문.
인간도 마찬가지. 로렌 박사는 새로운 것이나 어렵고 복잡한 것을 학습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짧은 시간 집중한 후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오랜 시간 계속 몰두해 있으면 문제 자체에 압도되어 자신감과 학습 의욕을 잃을 수도 있다.
5분 투자로 하루가 바뀐다
그렇다면 얼마나 긴 휴식이 필요할까? 로렌 박사는 “두뇌는 매우 신속하게 휴식 모드로 들어갑니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을 때 최소 5분에서 15분 정도면 충분합니다”라고 말한다. 가만히 앉아 숨을 고르고 머릿속을 비우는 명상이 가장 좋지만, 훈련이 되지 않으면 5분 이상 명상을 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떠오르는 대로 백일몽을 꾸듯 멍하니 있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견디기 어려운 사람도 많다. 그렇다면 뭔가 생산적이지만 머리보다는 몸이나 손을 쓰는 일들, 가령 조용한 곳에서 산책을 즐긴다거나 설거지, 빨래 개기 등을 해도 좋다. “처음엔 하루에 15분 정도 산책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당신의 하루가 완전히 바뀔 겁니다.” 로렌 박사의 말이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