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친지들과의 만남이 요원해 보인다. 정부에서는 지난 6일, "이번 추석은 가족과 친지를 위하여 가급적 집에서 쉴 것을 권고드린다"고 밝혔으며,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추석연휴 기간을 특별방역기간으로 정했다. 불과 1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추석 풍경이다.

 

 

 

 

 

 

 

 

 

 

 

 

 

 

 

 

 

 

 

 

 

 

 

 

 

 

 

긴 연휴동안 집에서 머문다면, 책과 함께하는 건 어떨까? 지난 50년간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지구진화 및 역학센터 교수인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부터, 직접 갈 수 없는 해외여행에 대한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고 달달하게 달래주는 여행작가 이동미의 베를린 동거 에세이 <동미>까지.

 

추석 연휴를 더 풍요롭게 해 줄 책 4권을 소개한다. 

 

 

 

 

 

 

 

 

 

 

 

 

 

 

 

 

 

 

 

 

 

 

 

 

 

 

 

 

 

우리가 잘 사는 동안 지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지구진화 및 역학 센터 교수인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50년간 지구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한다.

 

‘먹고 소비하는 우리의 삶은 지난 50년간 지구를 어떻게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신의 삶과 지구, 풍요에 관한 얘기를 펼쳐간다. 전작 <랩 걸>을 통해 과학자이자 여성으로 살아가는 삶을 탁월하게 그려냈던 저자가 이번에는 과학적 사실과 역사, 자신의 삶을 부드럽게 엮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그로 인해 위태로워진 행성 사이의 연결고리를 밝힌다.

 

세계적인 과학잡지 네이처에서는 "호프 자런은 과학이 기다려왔던 목소리"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날카롭게 현실을 통찰하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귀기울여보자.

 

"그래도 나는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문제를 만들어내는 인간의 능력 어딘가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숨어 있으니까."

 

 

 

 

 

 

 

 

 

 

 

 

 

 

 

 

 

 

 

 

 

 

 

 

 

 

 

 

랑스판 ‘부부의 세계’를 소설로 읽다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마르그리트 뒤라스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휴가지를 찾은 사라와 자크 부부,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 무더위만큼이나 권태로운 일상에 낯선 남자가 멋진 보트를 타고 등장한다. 그 후 그 남자는 각기 다른 이유로 모두의 욕망의 대상이 되지만, 그가 갑작스럽게 사라를 욕망하면서 자크와 미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강렬한 심리적 위기의 순간에도 머뭇거리고, 잠시 사이를 두고, 침묵한다. 고조되는 상황에서 가장 빈번한 행위는 바로 '바라보는 것'. 이 소설을 읽으며, 인물들의 침묵의 경계를 살펴보자. 그러면 사랑에 대해 당신이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게 사랑이야, 삶이 아름다움과 구질구질함과 권태를 끌어안듯, 사랑도 거기서 벗어날 수 없어."

 

 

 

 

 

 

 

 

 

 

 

 

 

 

 

 

 

 

 

 

 

 

 

 

 

 

 

 

 

 

 

 

3년 만에 돌아온 이병률 시인의 신작 시집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이병률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로 시작해 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등으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사랑을 받은 이병률 시인이 3년 만에 신작 시집을 내놓았다. 이 시집은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슬픔이 가득하다.

 

하지만 슬픔과 이별을 다룬 그 시어들이 결코 어둡거나 무겁지 않다. 시인은 우리에게 슬픔의 스펙트럼을 폭넓게 펼쳐내 보인다. 이 시집을 읽고 나면, 그리운 사람이 있는데 보이지 않을 때 어찌해야 할까? 슬픔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같은 질문에 대한 당신만의 답을 찾을지도 모른다.

 

'요즘 참는 건 돌아다니는 일'이 아닌, 실은 '살아 있음을 참'는 것 같은 팬데믹의 나날. (<틀> 中)

 

 

 

 

 

 

 

 

 

 

 

 

 

 

 

 

 

 

 

 

 

 

 

 

 

 

 

 

 

 

채워지는 것보다 소진되는 것이 많은 삶이라면?

<동미>, 이동미

 

자유로운 일과 삶에 만족하던 '잘 노는' 여행작가 이동미는 어느 날 '조금씩 시들어서 벽에 고정된 드라이플라워가 된 것 같은 심정'을 느낀다. 인생이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다는 걸 깨닫고 하던 일을 그만둔 동미는,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 베를린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스벤이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다 늦게,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동거를 시작한다. '잘 노는' 동미와 달리 스벤은 '잘 우는' 남자였다. 하지만 동미는 자기감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스벤을 통해 미처 몰랐던 스스로의 불안을 확인하고, 서로의 아픔을 위로한다.

 

당신의 삶에서 채워지는 것보다 소진되는 것이 더 많다면, 이 책을 통해 사랑을 채워보자. 책 곳곳에서 소개하는 베를린의 명소를 보는 것만으로도 떠나지 못하는 해외여행에 대한 아쉬움이 채워질 것이다.

 

"울고 싶으면 그냥 울면 돼.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아. 네가 다 울 때까지 내가 옆에 있을 거야."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