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이나 고민을 안고 있는 노인들의 말동무가 되는 경청 자원봉사자가 주목받고 있다. 참여자는 인생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다. “고민하는 사람을 위해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선의가 이들의 참여 동기이다.
양로원에서 노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자원봉사자들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참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라고 사이타마현에 사는 전직 은행원 가와베 씨(71)는 이야기한다. 가와베 씨는 경청 활동을 하는 임의단체인 가나가와 경청학원의 회원이다. 부모님과 장모님의 임종에 입회한 경험을 하고부터 이 활동에 관심을 가졌다.
인생 경험이 많은 시니어가 유리
경청학원에서는 자원봉사자 양성 강좌를 실시한다. 이야기 듣는 것의 효과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기다리는 자세 등을 배우고 노인시설에서 실습도 한다. 강좌를 끝낸 회원은 노인시설이나 병원에서, 입소자나 환자의 이야기 상대가 된다.
고독이나 병을 안고 사는 사람은 고민에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이 있으면 안심이 된다. 가와베 씨는 말기 암 환자들이 입원하는 완화 관리 병동에서 월 2회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다. 상대방의 말을 듣고 그대로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상대방이 “괴롭다”라고 말하면, “괴롭군요”라고 공감해 준다. 안심시키기 위해 위안의 말을 하거나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이야기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모른다며 마음의 문을 닫을 우려가 있다.
소설 쓰기가 취미인 환자가 있었다. 그 환자가 쓴 작품에 대해 느낀 점을 이야기했더니 신뢰를 해주고, 말을 주고받게 되었다. 나중에 그의 가족한테서 들은 이야기로는, 가와베 씨가 자기의 소설을 읽고 이야기해준 것에 대해 환자가 기뻐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이 활동을 하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환자가 숨지는 등 고통스러운 일도 많다. 경청 상대방의 고민을 무겁게 받아들여 봉사자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예도 있다고 한다). 가나가와 경청학원의 지도자인 키무라 도모코 씨는 “혼자 끌어안고 고민하지 않도록 월 1회, 지도자나 회원이 서로 이야기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라고 한다. 가와베 씨도 마음속에 자칭 “밑 빠진 항아리”를 가지고 있어서 그날 들었던 일은 항아리 안에 넣고 잊어버리기로 하고 있다.
‘도쿄 생명의 전화’에서 활동 중인 자원봉사자
도쿄 도시마구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도시마구 사회복지사업단도 2012년, 자원봉사 양성 강좌를 개설했다. 수료자는 특별양로원 등에서 입소자의 말동무가 되는 것 외에 노인의 자택을 방문해 이야기를 듣는다. 작년부터는 양로원 내에 경청 코너를 마련해 월 2회, 지역 노인들의 이야기도 듣고 있다.
개인 집을 방문하는 전직 공무원 가와모토 씨(70)는 구청 소식지를 통해 경청 자원봉사를 알고, 지역에 도움이 되고 싶어 양성 강좌를 들었다.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가벼운 치매 노인도 있지만, 이야기를 막지 않고 끝까지 듣는다.” 코로나 사태로 상담 상대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정기적으로 만나서 하던 대면 상담에서 비대면 전화로 전환한 적도 있었다.
사회복지사업단에 따르면 경청 자원봉사 등록자는 63명으로 상당수는 60세 이상의 시니어다. 매년 가을에 양성 강좌의 수강자를 모집하고 있다. 정원이 20명인데, 신청자가 두 배 가까이 된다.
생명의 전화 상담원도 경청 활동의 일종
전화상담원도 경청 자원봉사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도쿄 생명의 전화’에서 올해 봄부터 상담원으로 활동하는 한 남성(63)은, 전직 외국 기업의 법무 책임자다. 현직 시절에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일해 왔지만, 노후에는 사회공헌을 하고 싶어 2년간 연수를 거쳐 상담원이 됐다.
상담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 중에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사람이 많아, 고독이나 걱정 등을 호소해 온다. 내용이 무거워서 어설픈 마음으로 대응할 수는 없다. 월 3회 상담을 마치면 녹초가 된다. 그런데도 상담을 받은 상대방으로부터 “지난 20년간, 생명의 전화 덕분에 살아올 수 있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버팀목이 되었다.
‘도쿄 생명의 전화’ 측에 의하면, 상담원의 평균 연령은 60세를 넘는다. 사무국장 고리야마 씨는 “시니어는 다양한 인생 경험을 쌓아 왔다. 그런 만큼, 상담자의 괴로움을 잘 알아서 더 깊이 다가설 수 있다”라고 말한다.
코로나 영향으로 외출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고립되는 노인은 증가하고 있다. 감염방지를 위해서는 이전과 같이 활발하게 경청 활동을 하는 것이 어려운 실정이지만, 자원봉사자의 존재 의의는 여전히 의미가 크다.
경청 활동의 핵심
경청이라는 말의 뜻처럼 상대방의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이 적합하다. 설교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바로 말하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어쨌든 상대방의 말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방과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며,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서 돈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어디까지나 듣는 역할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
참고 사이트: http://keicho.mond.jp/kanagaw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