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직업 중 1위에 오른 것이 유튜버(YouTuber)이다. 젊은이들만 활약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시간이 여유롭고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에게 적합한 측면도 있다. 현재 활약하고 있는 시니어 유튜버에게 해외에서도 “활기를 얻을 수 있다” “힐링이 된다”고 하는 팬들의 격려가 많아 일이 즐겁다.
카메라 앞에서 게임을 실시간 중계하는 시니어 유튜버 모리 할머니(90세)
"글씨가 좀 지저분하네. 자네, 어떻게 자란거야?“ ”그런 취미를 가진 형님의 동생이구나.“
‘덴 할아버지’(83세)로 알려진 유튜버가 1960~70년대의 취직 면접을 재현한 동영상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지금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는 면접관의 고압적인 모습이 젊은이들의 흥미를 끌며, 2019년 7월에 올린 뒤 지금까지 조회수가 200만 회를 넘었다.
덴 할아버지가 유튜브 채널 ‘Dangerous 할아버지’를 개설한 것은 2019년 2월이다. 시사 문제에 대한 불평이나 완고한 영감태기의 모습 등,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한 동영상을 120개 정도 올렸다. 구독자가 7만 명이나 되어 월 수십만 원의 용돈 정도의 수입도 올리고 있다.
덴 할아버지는 회사원과 자영업 등을 거쳐 78세에 현역에서 물러났다. 매일 골프만 하고 지내다가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자기와 같은 연배의 유튜버가 소개되는 것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 동영상 편집 기술은 커녕 유튜브를 시청해 본 적조차 없었지만, ”초등학생이 동경하는 것이고, 머리를 써야 하니까 치매 방지에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라며 유튜버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당시에 PC는 서류 작성 등을 할 수 있는 정도였다. 동영상 편집에 관한 책을 2권 읽고, 친구에게 초보적인 기술과 텔롭(Telop) 붙이는 법 등을 배웠다.
소재를 찾는 데 지혜를 짜냈다. “누구나 하는 것은 하지 않는다”를 신조로 하고, 자신의 경험을 되돌아보며 며칠을 생각하기도 했다. 장시간의 PC 조작으로 눈이 피로해, 동영상 편집에 고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구독자들로부터 “재미있었다” “오래된 경험을 젊은 세대에 전해주어 존경스럽다”라는 댓글이 있어서 기쁘다.
구글 계정이 있으면 누구나 유튜버가 될 수 있다. 비디오 카메라, 스탠드, PC 등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지만, 스마트폰만으로도 괜찮다. 애플이 제공하는 ‘iMovie’ 등 무료의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도 있어,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 인기가 있는 시니어 유튜브 채널은 다음과 같다.
1. GamerGamer Grandma : 90세의 할머니가 자신의 취미인 게임을 실황 플레이
2. Dangerous 할아버지 채널: 실제 체험에 기반한 재현 콩트, 시사 문제에 대한 불평
3. nariwaCh 74세 나리와의 채널: 69세 때 동영상 개시. 메이크업 동영상이나 게임 실화 등
4. pokkoma life: 62세 주부가 일기와 동영상을 맞춘 브이로그 형식으로 발신
모리 할머니(90세)는 채널 ‘Gamer Grandma’에서, ‘드래곤 퀘스트’나 ‘바이오해저드’ 등의 게임을 실시간 중계하면서 플레이하는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게임이 취미이며, 실황 동영상은 2014년 말에 채널을 개설하기 전부터 그 존재를 알고 있었다. “혼자서 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도 보여 주면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며 가벼운 마음으로 동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게임 경력이 39년이나 되어, 화려한 손가락 놀림으로 게임을 하는 모습에 매료된 해외 팬도 많다. 최고령 유튜버로서 지난 3월에 기네스북에 등재되었고, 채널 구독자수는 40만 명이 넘는다. “컨트롤러 조작을 나보다 잘한다” “사상 최고로 좋아하는 게이머” 등의 반응이 무엇보다 격려가 된다. 젊은 사람의 감각을 알기 위해 댓글을 모두 훑어본다. 게임을 하다 실수하지도 않아 다시 편집하지도 않는 할머니의 동영상이 호평을 받아 할머니는 성취감을 느낀다. “질리지 않고 내 페이스로 계속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유튜버는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2019년에는 500시간의 분량이 되는 동영상이 시시각각 올라오고 있어 2014년에 비해 40% 증가했다. 매월 20억 명 이상이 시청하며, 1일당 재생 시간은 전 세계에서 10억 시간이 넘는다.
인기는 높다. 남자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직업으로 “유튜버 등 인터넷 정보 발신자”가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다만 곧바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광고가 붙는 등 수익을 올리려면, 채널 구독자수 1천 명 이상 공개 동영상의 총재생 시간이 최근 12개월에 4천 시간 이상 등의 조건을 채울 필요가 있다.
시니어 유튜버의 상당수는 돈벌이보다는 누군가와 연결되는 데 더 주안점을 둔다. 젊은층이 모르는 예전 시절의 체험 외에도 취미나 일상에 관한 내용을 내보내면, 생각지 못한 반향이나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있다.
출처 : 일본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