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즐기는 애서가라면 한번쯤 자신이 좋아하는 책으로 서가를 꾸민 작은 책방을 꿈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느 책방에서 만날 수 있는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책과 색다른 문화를 이웃과 함께 즐기는 공간, 동네 책방.

 

흔하던 레코드 가게, 비디오 대여점들처럼 어느새 자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라졌던 동네 서점들은 2014년 현행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며 대형 온오프라인 서점과 가격 경쟁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이후 조금씩 늘어가며 여전히 책을 직접 만지며 고르고 싶어하는 독자들과 좋은 책을 연결하고 있다.

 

 

책 팔아서 먹고 살 수 있을까?

전국 방방곡곡의 개성 넘치는 작은 서점을 소개하는 ‘동네서점지도’를 서비스하는 퍼니플랜의 자료에 따르면 독립서점(대규모 자본에서 자유로운 소형 서점)은 2015년 97곳에서 2019년 12월 현재 551곳으로 늘어났다. 퍼니플랜 남창우 대표는 지금도 일주일에 세 곳 정도는 새로운 독립서점이 문을 열고 있다고 전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런 작은 책방들을 운영하는 서점주들이 입을 모아 “책만 팔아서는 유지가 안된다”고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서점이 책을 팔아서 운영이 되질 않는다면 대체 어떻게 먹고 사는 걸까?

 

 

25여년 동안 책 생태계 안팎에서 활동해 온 출판 평론가 한미화는 전국의 크고 작은 동네 책방을 찾아다니며 책방 주인들의 이야기와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다룬 <동네 책방 생존 탐구>라는 책을 냈다. 원래 제목은 ‘동네 책방 전성기 탐구’였다고 한다. 2015년 이후 조금씩 늘어나며 지역 문화 커뮤니티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시작한 작은 책방과 그곳을 둘러싼 문화 생태계 전반을 다루고 미래의 희망을 다루는 책으로 기획되었지만, 매일 크고 작은 서점이 책을 닫고, 무엇보다 ‘생존’이 우선이 되어버린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에서 필자와 편집자는 희망보다는 ‘지속 가능한 미래’와 그 방법에 방점을 찍는다.

 

 

혼자가 아닌, 같이 읽는 책

이미 책은 올드 미디어 취급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만의 일은 아니다. 말랑말랑한 에세이나 셀러브리티, SNS 인플루언서 등 확고한 팬층을 지닌 저자의 책이 아니라면 전세계 어디서나 1천 부를 팔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독서 선진국으로 분류할 수 있는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도 전문 분야 서적의 초판 부수가 1천 부 이하가 된 지 한참 전이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독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네 서점의 수익율은 구조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책을 유통하는 총판에서는 소규모로 책을 매입하는 동네 서점에는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책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책과 함께 음료와 술까지 판매하는 동네 서점이 늘어나는 이유다.

 

 

남다른 취향과 안목으로 책을 골라 ‘발견의 기쁨’을 제공하는 것도 수익과 직결되지는 않는다. 동네 서점을 찾는 이들 역시 휴대폰을 꺼내 클릭 몇 번이면 한나절 후엔 10% 저렴한 가격에 5% 적립금을 챙기며 무료로 책을 받아볼 수 있다.

 

<동네 서점 생존 탐구>의 저자는 동네 서점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싶다고 말한다. “생활비는 본업에서 벌고 동네 서점은 부업이자 자기계발이자 즐거움으로 하겠다고 생각하자.” 만약 책방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라면 카페 같은 분위기에 직접 큐레이션을 한 몇몇 책을 진열하는 최근 유행하는 방식보다는 책을 위주로 참고서 등을 충분히 구비한 전통적인 지역 서점 모델을 고려해 볼 필요도 있다.

 

다만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닌,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상시적 모임과 강좌를 마련하는 것. 혼자 즐기는 취미로 독서의 경쟁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게 초라하다. 하지만 연결하고 소통하는 출발점으로서 책의 존재 가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책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곳. 새로운 ‘독자’를 발굴하는 곳. 그런 것이 동네 서점의 존재 이유가 될 것이다.

 

[상기 이미지 및 원고 출처 : 신한 미래설계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