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의 슬기로운 언어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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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 생각을 음성으로 표현하는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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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언어기능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쓰고 읽고 말하고 듣는다. 그러면 무엇을 쓰고 읽으며 말하고 들을까? 당연히 서술하려는 사람의 생각이다. 즉 언어의 재료는 사람의 생각이며 마음이라는 뜻이다. 그중 쓰기는 사람의 생각을 기록하는 수단이자 말을 목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이제부터 쓰기를 통해 정리된 생각을 음성으로 표현하는 읽기에 대해 생각해 보자.
ㅣ읽기의 의미
통상적으로 읽는다는 것의 일차적인 의미는 문자언어를 약속에 따라 입말로 소리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차적으로는 그 문자의 의미를 해득하는 행위를 뜻하고, 마지막으로는 해득한 것을 음성언어로 효율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가 하면 글자뿐 아니라 사람의 오감을 통해 얻는 모든 신호를 해석하는 행위를 읽는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읽기는 읽는 방법에 따라서 통독과 속독, 정독, 묵독, 낭독 등으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지금 우리가 주목하는 읽기는 미리 정해진 약속 안에서 문자언어를 음성언어로 표현하는 낭독이다.
ㅣ낭독의 기쁨과 아름다움
낭독은 글에 담긴 뜻과 함께 그 글을 이해하고 음성으로 표현하는 낭독자의 마음을 전하는 행위이다. 낭독된 소리가 도달해야 하는 목적지는 두 곳이다. 한 곳은 그 소리를 듣는 상대방이고 다른 하나는 낭독자 자신이다. 낭독을 듣는 상대방은 메시지의 내용뿐 아니라 발음과 음색, 억양, 쉼, 어조, 속도 등으로 구체화된 낭독자의 인격적 요소가 더해진 메시지를 듣는다. 한편 낭독자에게 있어서 낭독은 눈과 입과 귀를 통해 읽고 말하고 듣는 다중 체험의 과정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낭독하는 메시지를 더 잘 기억하고 보다 깊은 이해와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 있다. 한편 낭독은 ‘말하기’로 가는 지름길이다. 원고의 내용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삼으면 낭독이 곧 훌륭한 말이 될 수 있다. 훌륭한 말이란 잘 정리된 생각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음성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낭독 자체의 소중함이다. 글의 뜻에 낭독자의 이해와 마음을 더하여 읽어주고 그것을 들어주는 관계에서 생겨나는 유익은 기쁨과 아름다움으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ㅣ낭독과 말을 위한 약속
언어는 우리의 생각을 약속에 따라 표현하는 상징이다. 그러므로 서로 약속되지 않은 언어로는 우리 생각을 주고받을 수 없다. 우리의 음성언어도 마찬가지다. 음성언어에 관한 약속은 어휘와 문법, 발음, 억양, 어조, 속도, 쉼 등에 두루 걸쳐있다. 어휘는 그 뜻과 용례가 사전으로 정리되어 있고, 문법과 발음 등에 관한 규칙은 표준발음법을 포함한 표준어규정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억양이나 어조 등 정해진 규칙 외에 관습이나 관례로 정해진 약속도 있다. 낭독의 기본은 이러한 약속을 잘 지켜서 글에 담긴 뜻을 정확하고 충분하게 음성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낭독의 준비 순서
ㅣ낭독의 방법
낭독의 방법 첫 번째는 낭독하려는 글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글의 일차적 의미와 그 글이 작성된 상황과 환경 그리고 행간과 그 글을 통해 독자와 소통하려는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글을 반복해서 묵독으로 정독하고 필요하다면 자료의 도움도 받는다. 낭독의 두 번째 방법은 정확한 음성 표현법을 익히는 것이다. 넉넉한 호흡과 바른 자세로 무리하지 않은 발성법을 숙지해야 한다. 적당한 긴장과 힘으로 조금씩 소리의 크기와 높이를 키워가고 흔들림 없이 긴 호흡으로 발성하도록 연습한다. 다음으로는 정확한 발음을 하도록 해야 한다. 정확한 발음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밝은 표정으로 발음해야 한다. 그리고 입과 코의 정확한 위치에서 소리가 만들어지는지 점검한다. 모음 삼각도와 자음이 소리 나는 곳을 표시한 도표를 참고하여 연습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밖에 적당한 속도와 자연스럽고 명확한 억양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이 연재물의 앞부분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 입말의 모습을 스스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의 녹음, 녹화 기능은 우리 말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모음이 소리나는 자리
자음이 소리나는 자리
ㅣ효과적 표현의 방법
어느 글에나 강조할 부분이 있고 편안하게 흘러가도록 읽어야 할 부분이 있다. 그 표현은 읽는 속도를 조절하거나 강약을 조절하여 나타낼 수 있다. 우선 원고에서 강조할 부분에 밑줄이나 동그라미 등으로 표시를 하고, 그 부분에서 억양과 소리의 크기를 높이거나 반대로 낮춘다. 또는 발화 시간을 의도적으로 늦추거나 그 부분의 앞이나 뒤에 포즈를 두는 등의 기법을 잘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낭독할 수 있다. 이 모든 기법 위에 존재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읽기의 모든 기법이 과장되어 이질적이거나 어색하지 않게 표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흔히 읽는 말투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읽기의 본질은 말하기와 다르지 않으므로 자연스러운 발성과 발음과 억양을 갖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ㅣ글의 특성에 따른 읽기
낭독은 읽으려는 글의 특성에 맞추어 읽어야 한다. 읽으려는 글이 기사나 보고서 등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면 중심 내용을 먼저 파악하고 그 부분을 강조하여 읽어야 한다. 연설이나 논설문 등 설득을 위한 글을 읽을 때는 논리적 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각 부분마다 강조점을 잘 표현하며 읽어야 한다. 문학작품을 대할 때는 다양한 종류에 적절하게 대응하며 읽어야 한다. 주로 압축된 언어를 사용하는 시 종류는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운율과 시어의 느낌이 살아나도록 읽는다. 그리고 생각과 음미의 시간이 충분하도록 속도를 조절하며 읽어야 하고,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문학작품은 인물과 배경 그리고 사건의 전개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읽어야 한다.
다음 시간에는 슬기로운 언어생활을 위한 듣기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