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그늘과 달콤한 과실, 따스한 위로를 선사하는 숲과 나무. 그렇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도 아프고 병들 때가 있다. 그런 나무를 위한 직업이 나무의사다. 나무가 병원에 갈 수는 없으니 의사가 나무를 찾아가 진단을 내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을 한다.

 

 

나무의사 국가자격제도는 2019년 6월 처음 도입되었다. 이전에도 나무를 진료하는 나무병원이 있었고, 건물관리인이나 실내소독업체 소속 비전문가 등이 수목의 병해충을 방제해왔지만, 이제 수목의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 일은 자격 시험을 통과한 나무의사가 있는 나무병원을 통해서만 가능해진 것.

 

수목보호기술자, 식물보호기사, 식물보호산업기사 등 3가지 자격증 가운데 하나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면 나무병원을 운영할 수 있었지만, 나무의사제도가 도입된 이후엔 시험 합격자만 나무병원을 열 수 있게 되었다. 나무의사는 지역이나 장소에 상관없이 나무를 치료할 수 있지만, 주로 아파트 단지 등 도시 주변 생활권의 나무를 관리한다. 전국 곳곳에 위치한 보호수와 문화재로 분류된 나무를 관리하기도 한다. 

 

 

나무는 나무의사에게

도시의 영역이 넓어지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날수록 숲과 나무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그에 따라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도 커지며 전문적인 소양을 갖춘 나무의사가 필요해진 것.

 

자격제도가 생긴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제3회까지 치러진 나무의사 시험 응시자가 총 4,300명에 달할 만큼 나무의사는 인기 직종이다. 나무의사가 되려면 산림청이 지정한 전국 10곳의 교육기관에서 150시간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교육은 해충학 등 11가지 과목을 배우고 실습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시험은 총 2차로, 1차 시험은 객관식이다. 수목병리학, 해충학, 생리학, 토양학, 관리학 등 5과목을 치르며 과목당 40점 이상(100점 만점 기준), 전 과목 평균 60점 이상 얻어야 합격한다. 2차는 실기와 서술형 필기시험으로 구성되는데, 실기에선 병든 나무를 진료하는 방법을 평가하고, 서술형 필기시험을 통해 나무가 걸린 질병에 따라 적절한 처방전을 작성할 수 있는 지를 본다. 산림청은 연간 두 차례 나무의사를 선발하고 있다. 

 

 

어렵지만 보람찬 전문직

앞으로의 전망이 밝고, 나무만 있다면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전문직인만큼 경쟁률이 높고 시험도 어렵다. 지금까지 3회 치러진 나무의사 시험 응시자 총 4300명 중 1차 시험과 2차 시험을 모두 합격한 사람은 171명으로 합격률은 4%에 불과하다. 객관식인 1차 시험에 합격한 사람도 567명(합격률 13%) 밖에 되지 않으니 그 난이도를 짐작할 만하다.

 

작년 치른 제2회 1차 시험에선 응시자 1147명 중 합격자가 1명 밖에 나오지 않아 재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응시자격도 까다롭다. 수목진료 관련 학사 학위를 취득하고 1년 이상 직무 경력을 지니거나, 관련 학과의 석사 또는 박사학위 취득자여야 한다. 산림기능사 또는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면 3년 이상 직무 경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