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살이 탐색과정 '강릉에서 살아보기' ⑪
여행은 설렘에서 아쉬움으로 마무리된다.
강릉에서 살아보기 4박 5일 일정을 왕산 골 한옥마을 숙소에서 마무리하는 아침이다.
가을비가 마당을 촉촉이 적셨지만, 담장 밑에 가을꽃들이 정겹게 예쁘다. 눈으로 만지며 인사를 했다. 툇마루엔 모처럼 여유로운 아침 시간 담소를 즐기던 동료들이 갑자기 식사 준비로 바쁘게 움직였다.
정성스럽게 내린 모닝커피와 먹음직한 사과, 고구마, 빵, 달걀들이 넉넉하고 근사하게 툇마루에 준비되었다. 멋있다고 소문난 음식들은 빈 접시에 충분히 담고도 남았다. 툇마루에 앉아 사과를 한입 베어 무니 아침 공기만큼이나 상큼했다. 앞마당에 핀 꽃 한번 보고 빵 한입 먹고 흐린 하늘 한번 보고 커피 한 모금 마시며 식사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일행들은 4박 5일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 제한으로 조별 활동에 급급했기에 모두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지 못한 보상이라도 하듯이 즐기는 시간이었지만, 나는 이 여정을 마무리할 글쓰기에 신경이 쓰여 자유롭지 못했다. 비구름이 물러나고 반짝이는 햇살이 반가워 왕 산골 뒷산을 걷기로 했다. 살짝 오르막길이었지만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물기를 머금은 나무들과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 새소리가 정겹게 길동무를 해줬다.
여행이 시작된 날 보지 못한 가을 단풍은 산 정상에 머무른 듯 노랗게 퇴색되어가고 있었다. 5일의 일정이 순식간에 지남을 자연의 변화에서 발견한다. 이 여행을 되돌아보니 강릉 지역에서 살아보기 일정을 준비하면서 ‘강릉의 가을 숲’에 대한 기대가 컸었나 보다. 알록달록 화려하게 치장한 단풍의 기대했는데 방문 시기가 이른 탓에 제대로 맛볼 수 없음이 아쉬웠지만, 바다와 숲에서 강릉의 보물들을 발견한 기쁨으로 마음이 따뜻하다. 강릉의 숨은 명소와 강릉을 즐기고 발전에 애쓰는 분들, 전통과 퓨전이 공존하는 맛집, 무엇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것들을 내 눈에, 내 마음에 담아 놓았다. 강릉 토박이처럼 구석구석을 다 알지 못해도 적어도 강릉에 가볼까? 하는 지인들에게 ‘여기가 참 좋더라!’ ‘이곳이 매력적이더라!’ 가보면 좋은 추천할 곳들이 생겼다.
특히 요즘 인기 절정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정재 번호 456번을 달고 있는 나무를 만난 것이다. 이곳에서 이 나무를 찾는 게임을 해도 재밌겠다. 나만 그런가! 이제 집으로 가야 할 시간이다. 마무리 인터뷰를 마치고 귀가 열차를 타러 강릉역으로 향했다.
*** 본 글은 지역살이 기록가가 강릉에서 살아보며 담아낸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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