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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50+세대를 위한 통합지원정책을 펴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1960년생으로 서울시 용산구에서 살아가는 나에게는 일반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로 다가온다. 재단의 설명대로 50+세대는 만 50~64세, 베이비부머, 신중년 등과 같이 다양하게 일컫는 중장년층을 말한다. 나는 시골 농부의 9남매 중 여섯째이니 베이비붐 세대이다. 79학번 대학동기들도 대부분 은퇴를 해서 ‘동기사랑 카톡방’이 불난다. 주된 일자리 퇴직 이후에도 일자리나 일거리를 희망하는 활동적 노화(Active Ageing)의 신중년이기도 하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나를 포함한 중장년 세대에게 청년과 노년을 연결하는 다리로서뿐만 아니라 교육, 일, 커뮤니티, 정보 플러스라는 패키지 형태로 50 이후의 삶을 준비해 주는 토대로서의 재단(Foundation)이다. 토대가 있어야 연결의 관계는 가능하다.

 

나의 세대가 즐기는 서부영화 <집행자 루스터(Rooster Cogburn)>에서 율라 역을 하는 캐서린 헵번이 루스터 콕번 보안관에게 위로 차 건네는 대사가 생각난다. “Life is school”, “인생이 학교죠”라는 헵번의 말은 몇 해 전 유행한 영국발 ‘인생학교’를 떠올리게 한다. 진보주의 교육철학의 거장 존 듀이를 소환하지 않더라도 우리네 ‘삶이 교육이고, 인생이 학교다’. 교육자 코메니우스의 말대로 ‘우리 각자는 나 외의 모든 사람을 위한 학교로 존재한다’. 중장년 각자는 유일무이한 인생학교이다. 각자의 인생학교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플랫폼으로 하여 연결될 때 세상에서 가장 큰 중장년 인생학교가 완성된다.

 

50 이후의 중장년 인생학교는 「탈학교 사회」의 거장 일리치의 학습 관계망(Learning Web)으로 이루어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학습 관계망 구축의 비밀은 오래전 일리치 선생께서 알려준 학습 거미줄을 치는 데 있다. 연결의 시대에 중장년의 학습 모델은 개미가 아니라 거미이다. 중장년은 ‘Learning Spiderman’이어야 한다. 

 

나에게 관계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이다. 글을 쓰고 있는 8월 18일 연합뉴스에는 “신규확진 1천805명, 연휴 끝 다시 급증…거리두기 조정 앞 중대고비(종합)”라는 기사가 뜬다. 천 단위에서 십 단위로 내려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제2차 세계대전은 정치질서를, 예수의 탄생은 종교질서를 바꾸었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회질서를 바꾸었다는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광화문글판’에 걸린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이 어느 당대표의 연설을 통하여 “소소한 일상이 엄청난 행복이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코로나는 전쟁과 메시아도 바꾸지 못한 우리의 ‘일상’을 바꾸었다. 일상의 변화는 관계의 변화이다. 나 한 사람의 일상의 변화에서 50+ 중장년 일상의 변화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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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중심에서 집 중심 생활로 전환한 지도 거의 1년 반이 넘어간다. 코로나 이후 나의 일상도 많이 바뀌었다. 집이 학교고, 연구실이고, 식당이고, 체육관이고, 교회이다. 집사람도 50대 중반에 명퇴를 하여 집에 있다 보니 서로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가 일터 중심 ‘과업’형 인생에서 가정 중심 ‘관계’형 인생으로 전환하라고 나에게 명령하는데, 나의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30여 년을 함께 살았는데 하루 종일 같이 지내는 게 익숙하지 않다. 집사람은 동네에서 인사를 나누는 사람이 제법 있는데 나는 없다.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25가지」(한혜경, 2015) 중 세 가지가 나의 후회이자 ‘버킷리스트’이다. 즉 “아내와 함께 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더라면, 여자들처럼 사는 법을 배웠더라면, 평생 친구 세 명쯤 만들어 뒀더라면”이다. 집에만 있으면 가끔 두 사람 간의 긴장이 갈등으로 번질까 봐 나는 한강변을 무작정 달린다. 과업형에서 관계형으로의 전환, 일에서든 학습에서든 쉽지 않다. 중장년의 공통된 고민이다.

 

학습 관계망도 마찬가지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는 시대를 초월하여 회자된다. 변화가 있다면 사회적 동물이 사회적 자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관계가 자산이 되는 연결망의 세상이다. 주어진 제목인 ‘학습관계’를 풀면 학습이 관계고 관계가 학습이다. 초연결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의 학습은 거미줄처럼 서로 연결된 망에서 이루어진다. 관계는 자산으로서 관리를 해주어야 지속된다. 원고를 쓰는 8월 18일 자 연합뉴스 보도 “정부, 모레 거리두기 조정안 발표…수도권 4단계 재연장되나”처럼 많은 이가 4단계 재연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우리가 민감한 이유 중 하나는 불편과 손실의 문제를 떠나서 사회적 동물로서의 우리의 본능과 DNA를 거스르기 때문이다.

 

벌써 작년 4월에 대통령님을 필두로 ‘포스트 코로나 새로운 표준’을 외칠 때만 해도 금방 코로나가 종식되나(AC: After Corona) 싶었는데, 그해 7월 여전히 코로나와 함께 지내야 하는 WC(With Corona) 시대라고 일갈한 어느 그룹 회장님의 말씀대로 1년을 더 살고 있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면서 교육 부문에서 학교를 포함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교육부는 7월 29일 「교육회복 종합방안 기본계획 – 모든 학생의 코로나19 극복 지원-」을 발표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결손을 극복하고, 더 나은 교육으로 도약’하는 목표를 위해 ‘적시성·종합성·책무성’원칙 아래 ‘결손 회복’ ‘맞춤형 지원’ ‘교육여건 개선’이란 3대 과제를 제시하였다. 아쉽게도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성인교육의 회복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교육을 포함한 ‘성인 일상으로의 회복’은 서울시와 구청에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때에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포스트 코로나, 50+세대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며’를 주제로 정책리포트를 발간하는 민첩성을 보인 데 대해 50+세대 당사자로서 마음 든든하다. 교육 부문에서 50+세대를 일상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정책 제안으로 K자형 회복 전략을 제안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양극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많이 활용하는 미국 상무부의 K자형 회복 전략에 따르면, K자의 아래쪽 곡선에는 지원을 필요로 하는 업종으로 음식업·환대업·오락업·여행업이 속한다. 회복기로 들어서는 상향 곡선은 기술, 소매, 소프트웨어 서비스업이다. 교육은 물론 하향 곡선에 해당한다. 중장년 학습 자체가 취약 분야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서도 저소득층, 저학력층, 문해교육 수강생들, 디지털 기기 활용과 원격교육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맞춤형 회복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K는 양극화를 상징하기도 하지만 K-Pop에서 보듯이 대한민국의 성공 브랜드를 상징하는 K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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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으로의 복귀 전략으로서 K자형 전략과 함께 BBB 전략을 모색해 보라고 제안하고 싶다. 교육부의 「교육회복 종합방안 기본계획」의 목표인 ‘더 나은 교육으로 도약’과 2020년 세계경제포럼의 「세계경쟁력 보고서 2020」에서 보듯이 BBB 전략인 ‘더 나은 미래 재건(BBB: Building Back Better)’이 분야에 관계없이 각광을 받고 있다. 코로나 이후 50+의 회복전략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더 나은 미래 건설을 위한 회복(Recovery)과 전환(Transformation)이어야 한다고 세계경제포럼은 제안한다. 세계경쟁력 평가 4대 분야인 가능환경, 인적자본, 시장, 혁신 생태계 중 인적자본 분야 회복과 전환 제안은 중장년 학습회복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하다.

 

요약하면 다음 1~2년의 최우선순위 회복 전략으로는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과 결합하여 새로운 기술의 재훈련 및 기술 향상 확대 △코로나로 인한 일시 해고 제도에서 새로운 노동시장 기회로의 점진적인 전환 관리 △현재 코로나 대유행과 미래 의료 수요의 이중 부담을 관리하기 위한 의료 시스템 수용량 확장을 꼽을 수 있다. 다음 3~5년의 최우선순위 전환 전략은 △교육 커리큘럼 업데이트와 직업 및 미래의 시장에 필요한 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 △새로운 경제와 노동력의 새로운 요구를 위한 노동법과 사회보장정책 재고 △노인 돌봄, 보육 및 의료 인프라 확장 △사람과 경제를 위한 접근 및 혁신 확장이다.

 

학습의 회복으로 가는 우리 중장년의 길은 그리 평탄치 않다. 통계청이 2020년 7월 30일 발표한 「2019년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의거하면, 우리 성인들은 학습에 시간을 거의 쓰지 않는다. 전 국민(10세 이상)의 연령대별 시간사용 중 학습시간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10~19세(학령기)는 5시간 25분, 20~29세(청년 전기)는 1시간 42분, 30~39세(청년 후기)는 15분, 40~49세(중년 전기)는 8분, 50~59세(중년 후기)는 5분, 60세(장년기) 이상은 2분에 지나지 않는다. 학령기를 지나면 거의 학습에 시간을 활용하지 않는다. 학령기를 지난 성인들의 학습시간의 민낯이다. 학습을 통한 직업능력개발에는 인색하면서 정작 일은 73세까지 하고 싶어 한다. 평생학습을 통한 평생고용 가능성 증진은 거의 참이다. 학습 관계망 복원에 앞서 학습에 투입할 시간을 절대적으로 늘리는 방안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관계합동부처(2021) 한국판 뉴딜 2.0 미래를 만드는 나라 대한민국. https://www.moef.go.kr/에서 2021. 8. 8. 인출.

통계청(2020). 2019 생활시간조사 결과. 대전: 통계청.

한혜경(2015).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25가지. 파주: 싱긋.

World Economic Forum. (2020).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 2020. Geneva, Switzerland: World Economic Forum, from https://www.wefor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