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50+세대의 간병 실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그 질병이 단기간의 치료를 요하든 장기간의 투병이 필요하든 간에 간병에 대한 고민은 필수불가결하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간병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간병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노노간병, 청년간병, 간병퇴직, 심지어 간병살인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였다.
독일사회도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간병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9년 234만 명이었던 간병 수요자가 2019년 414만 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으며 특히 간병 수요자는 60대부터 유의미하게 증가하여 60대 인구의 3.8%, 70대 인구의 10.6%, 80대 인구의 36%가 간병이 필요한 상태에 놓여 있다.1
50+세대는 만 50~64세의 중장년층 세대를 말한다. 이 세대는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왕성한 경제활동에 여전히 참여하면서 퇴직 후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본인 혹은 배우자가 간병이 필요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 위험성이 큰 세대이자, 70~80대 부모의 간병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자식세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50+세대에게 일과 간병의 양립가능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독일의 경우 간병이 필요한 사람 중, 집에서 간병을 받는 경우는 80%로 전체의 20%만이 요양병원 등 간병시설에 머문다. 특히 집에서 간병을 해야 할 때, 가족 및 친족이 간병을 하는 경우가 전체의 70%에 해당된다.
50+세대에게 부담으로 다가온 간병문제를 독일은 제도적으로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본고에서는 일과 간병(돌봄)이 조화를 이루고, 그 속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도록 독일 사회가 제공하고 있는 법적 권리, 간병인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건강과 휴식을 위한 제도를 살펴볼 것이다.
일·간병 양립을 위한 제도적 지원
투병기간 동안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는 경우, 환자 가족들에게 간병의 부담이 없다. 왜냐하면 독일에는 사적간병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입원이 가능한 모든 병원은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환자는 간호·간병 서비스를 제공 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에 환자의 보호자가 병원에서 간병을 하거나 그게 불가해서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는 상황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시스템이 가능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다른 독일의 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1995년에 시행된 간병보험이다. 독일에서는 의료보험, 연금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에 더해 간병보험까지 의무이기 때문에 간병보험료를 의무납부하고, 간병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병원이 아닌 집에 있는 환자의 경우 가까운 가족 혹은 친족2에 의한 간병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친족 간병인(이하 가족 간병인)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를 통해 일과 간병의 조화를 찾아갈 수 있다.
1.법적권리
• 간병시간법에 따른 단기 근로불이행 권한(간병시간법 2조 ; § 2 PflegeZG)
예상치 못하게 가족·친족 구성원이 간병이 필요한 상황에 놓였을 때, 간병시간법 2조에 의거하여 10일 간 근로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가족 간병인은 단기 근로불이행 권리를 행사하여 급하게 요구되는 간병 상황을 해결할 수 있으며, 이 기간 동안 장기적인 대처를 위한 간병 서비스를 알아보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단기 근로불이행 권리는 회사의 규모와 무관하게 누구에게나 부여되는 권리로 이 기간 동안의 임금은 간병지원수당을 통해 충당된다.
•간병시간법에 따른 간병휴직(간병시간법 3조 ; § 3 PflegeZG)
간병시간법 3조에 따라 가족 간병인은 최대 6개월의 간병휴직을 할 수 있으며 회사의 해고로부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15인 이하의 사업체 고용주는 간병휴직의 사용을 거부할 수 있고 간병휴직 기간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도 없지만 필요한 경우 연방가족부3로부터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가족간병시간법에 따른 가족간병시간(가족간병시간법 2조와 3조 ; § 2 und 3 FPfZG)
간병이 필요한 가족 및 친족의 간병을 위해 근로자가 장기간 단축 근무(반일제)를 해야 하는 경우 최대 24 개월까지 시간제 근무를 보장받을 수 있다. 단축된 근무 시간은 주당 최소 15시간을 넘겨야 하며 주당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을 경우에는 1년 간 평균 주당 근무시간이 최소 15시간이어야 한다. 이 법은 고용인 25 명 이상인 기업체에서 가능하며, 이 제도를 이용하는 중에는 해고로부터 보호된다. 또한 연방가족부에서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2. 제도적·경제적 지원
직장에서 일하는 동안 간병이 필요한 가족 및 친족이 집에 혼자 남겨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과 간병을 병행해야 하는 가족 간병인을 위한 제도가 있다. 주간간병·야간간병제도는 가족 간병인이 일과 간병을 병행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이 제도는 사회법XI 41조4에 규정되어 있으며, 제도 이용에 따른 비용은 간병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다. 간병등급은 1~5등급(아래 표 참조)으로 구분되며 환자가 얼마나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지 인지적·심리적·신체적인 측면이 판단 기준이 된다. 한국의 노인요양등급과 유사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가장 뚜렷한 차이는 등급을 받는데 나이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독일의 간병등급은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간병이 필요한 자라면 누구나 부여받을 수 있다(독일연방보건부5 홈페이지 참조).
주간간병의 형태는 다양하다. 유치원에서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간병이 필요한 가족이 간병시설에서 낮 시간 동안 머무는 형태가 있고, 간병서비스가 제공되는 독립된 공간을 두는 회사가 있으며 집으로 주간 간병인이 방문하는 방문서비스가 있다. 간병기관의 경우 주간간병 이용자에게 식사와 기본적인 간병을 제공하며 적절한 치료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체조, 기억력 훈련, 노래, 산책, 게임 등 여가 활동을 위한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장점은 간병시설까지의 이동도 주간간병 서비스의 일부라는 점이다.
야간간병은 주간 근무를 위해 가족 간병인이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예를 들어, 밤낮이 구분되지 않는 치매환자나 중증 환자의 경우 밤에도 간병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야간간병은 가족 간병인이 잠을 자는 야간에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에 대처하며 주간간병과 달리 방문간병 형태는 없다. 다만, 24시간 간병 서비스를 통해 집에서 야간에 간병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는 있다.
가족 간병인의 건강과 휴식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가족 간병은 육체적으로 정서적으로 간병인을 지치게 할 수 있다. 많은 가족 간병인 이 가족을 돌보는데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동시에 부족한 관련 지식을 보충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한다. 일과 간병을 병행하는 50+세대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필요가 있다. 자신을 위해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활동을 할 시간이 있는가? 아니면 간병을 하느라 조용히 차 한 잔 마실 시간도 없는 것은 아닌가?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 채 아픈 가족만을 돌보는 것은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일과 간병의 조화를 위해서는 먼저 가족 간병인들의 건강과 휴식이 보장되어야 한다. 독일에서는 사회법 XI 7조 a6에 따라 해당 간병인들에게 개별적인 간병과 관련된 상담을 무료로 제공하고 구체적인 지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가족 간병인이 휴식이 필요하거나 아픈 경우에는 가족 간병인도 간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임시 간병 제도가 존재한다(사회법XI 39조)7. 이 제도는 가족 간병인이 최소 6개월 이상 간병하였고 환자가 간병등급 2단계 이상인 경우 신청할 수 있으며 1년에 한 번, 최대 6주 혹은 시간 단위로 사용 가능하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간병비용은 정부가 충당한다.
또한 아픈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특별한 휴가지가 있다. 바로 간병호텔이다. 간병호텔이란 호텔 서비스에 간병 서비스가 결합된 형태의 숙소를 의미한다. 간병호텔은 환자를 위한 간병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아니라 휠체어 같은 의료 장비를 대여해주고 물리치료와 같은 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가족 간병인이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주고 스파와 같은 호텔 서비스를 제공한다.
1 Statistisches Bundesamt.(2022). Plegebedürfige in Millionen. https://www.destatis.de/DE/Themen/Querschnitt/Demografischer-Wandel/Hintergruende-Auswirkungen/demografie-pflege.html
2 간병시간법 7조에 따르면 다음의 사람들이 가족 및 친족으로 간주된다. 조부모, 부모, 시부모, 의붓부모, 배우자, 동거인, 형제자매, 형제자매의 배우자, 자녀, 입양자녀 혹은 위탁자녀, 배우자 혹은 동거인의 자녀, 입양자녀 혹은 위탁자녀, 손자녀.
3 연방가족부(Bundesamt für Familie und zivilgesellschaftliche Aufgaben) https://www.bafza.de
4 사회법 11권 사회간병보험 41조 주간간병과 야간간병; Sozialgesetzbuch(SGB) - Elftes Buch(XI) - Soziale Pflegeversicherung § 41 Tagespflege und Nachtpflege
5 독일연방보건부(Bundesministerium für Gesundheit) https://www.bundesgesundheitsministerium.de
6 사회법 11권 사회간병보험 7조a 간병상담; Sozialgesetzbuch(SGB) - Elftes Buch(XI) - Soziale Pflegeversicherung § 7a Pflegeberatung
7 사회법 11권 사회간병보험 39조 Sozialgesetzbuch(SGB) - Elftes Buch(XI) - Soziale Pflegeversicherung § 39 Häusliche Pflege bei Verhinderung der Pflegeperson 간병인이 부재 시 집에서의 간병 https://www.destatis.de/DE/Themen/Querschnitt/Demografischer-Wandel/Hintergruende-Auswirkungen/demografie-pflege.html
참고문헌
•Bundesministerium für Gesundheit. https://www.bundesgesundheitsministerium.de/pflegegrade.html
•Gesetz über die Familienpflegezeit(Familienpflegezeitgesetz – FPfZG) § 2 Familienpflegezeit
•Gesetz über die Familienpflegezeit(Familienpflegezeitgesetz – FPfZG) § 3 Förderung der pflegebedingten Freistellung von der Arbeitsleistung
•Gesetz über die Pflegezeit(Pflegezeitgesetz – PflegeZG) § 2 Kurzzeitige Arbeitsverhinderung
•Gesetz über die Pflegezeit(Pflegezeitgesetz – PflegeZG) § 3 Pflegezeit und sonstige Freistellungen
•Sozialgesetzbuch(SGB) - Elftes Buch(XI) - Soziale Pflegeversicherung § 39 Häusliche Pflege bei Verhinderung der Pflegeperson
•Sozialgesetzbuch(SGB) - Elftes Buch(XI) - Soziale Pflegeversicherung § 41 Tagespflege und Nachtpflege
•Sozialgesetzbuch(SGB) - Elftes Buch(XI) - Soziale Pflegeversicherung § 7a Pflegeberatung
•Statistisches Bundesamt.(2022). Plegebedürfige in Millionen
•https://www.destatis.de/DE/Themen/Querschnitt/Demografischer-Wandel/Hintergruende-Auswirkungen/demografie-pflege.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