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알록달록 달콤한 마카롱 가게들이 많이 생겼다. 지름 3cm 남짓 샌드 과자가 한 개에 몇 천 원씩 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만들어 보자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만들면서 느낀 것은 마카롱의 가격이 왜 비싼지 알 것 같다는 것이다. 한 개의 마카롱이 완성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무너지고 일어나야 하는지 만들면서 실감했다.
둘째까지 대학을 보내고 나면 작은 마카롱 가게라도 차리면 어떨까 하는, 지금은 꿈같은 소망으로 마카롱을 만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처음 마카롱을 만들었을 때는 인터넷 속 여러 고수의 레시피를 따라 했는데 번번이 실패했었다.
돌아보면 절대 대충은 살지 않았는데도 정형화되는 것에 익숙지 않다. 특히나 마카롱을 만들 때 이런 나의 성격적 결함이 바로 드러났다. 저울을 사용하는 데 한참이 걸렸다. 나름 베이킹을 시작한 지 오래됐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마카롱을 만드는 순간부터 사라졌다.
마카롱은 동그란 과자인 꼬끄와 앙버터 크림을 기본으로 여러 필링이 샌드 되어 있는 디저트이다. 꼬끄의 주재료는 달걀흰자와 아몬드 가루와 분당과 설탕인데 이 넷의 정확한 배합이 꼬끄를 완성하지만 그렇다고 배합만이 끝이 아니다. 잘 맞춰 배합하고 섞는다고 해도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 변수들이 인내심을 테스트한다.
그러다 '그만할까?' 싶을 때쯤 또다시 달걀을 분리하는 나를 마주한다.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하는 사람. 그게 나라고 친구들이 말한다. 그런 줄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 보니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신발도 닳을 때까지 한 켤레만 신기를 즐겼고 좋아하면 그 옷만 입었고 베이킹도 십여 년 동안 좋아하는 세 가지만 했다. 남편과도 칠년을 연애하고 결혼했다. 마카롱을 만들 때도 손이 기억할 때까지 무한 반복을 했다. 살면서 익숙해진다는 것은 내게 중요한 일이었다. 지금도 '뚝'하면 '딱'하고 나올 때까지 연습 중이다.
다행히도 조금씩 삐에(마카롱 테두리 레이스처럼 보이는 것)가 예뻐지고 식감이 쫀득해져 간다. 뻥카(마카롱의 꼬끄 속이 비어있는 것)의 연속에 좌절도 하지만, 유분 없는 예쁜 꼬끄를 기대하면서 또다시 반복하는 내 모습에 순간순간 놀라기도 하다.
마카롱에 도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꼬끄의 실패였다. 그런데 다음번엔 꼭 잘 구워질 것 같은 기대가 생겨서 시작하면 잘 놓아지지 않는 것이 마카롱이다. 마카롱의 70%는 꼬끄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필링은 얼추 레시피대로 하면 웬만하면 달거나 덜 달거나 중의 하나다. 문제는 꼬끄 만들기인데 여기저기 레시피를 찾아 따라 했지만 수많은 뻥카에서 벗어나는 데 석 달이 걸릴 만큼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러다 비로소 어림이 아니라 마카롱 저울을 통해 그램 수가 정확해야 함을 알았다. 마카롱은 몇 그램의 차이에도 뻥카(속이 비어있는 꼬끄)가 되기도 하고 빵카(표면이 물렁한 빵 같은 꼬끄)가 되기도 한다.
마카롱은 수십 번을 재고 또 재는 수치에 가장 민감한 디저트 같다. 나처럼 매사에 ‘적당히’가 젖어 있는 습성이 뻥카롱과 빵카롱을 만들었다. 30구 달걀을 열 판 정도 사용했을 때쯤 그제야 마카롱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확한 정량으로 수없이 반복하고 허리와 팔목에 파스를 몇 번을 붙이고서야 '요만치', 나의 수고로움에 고생했다고 토닥이듯 통통하면서 매끄러운 마카롱의 모습이 나타났다.
마카롱을 만들 때는 생각을 멈추고 손이 기억하는 대로 만든다. 달걀흰자에 설탕을 넣고 있는 힘껏 거품을 낸다. 그리고 최고로 살살, 힘을 빼고 마카로나주(공기 거품을 제거하는 과정)를 한다. 그러다 보면, 화가 나거나 속상했던 마음이 어느새 사그라든다. 그러다 보면 팍팍했던 하루가 폭신폭신해진다. 나를 위한 시간, 내가 마카롱을 굽는 또 다른 이유다. 만들 때의 수많은 실패를 잊을 만큼, 달콤한 마카롱은 힘을 내며 다시 살아내는 우리의 삶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나는 달콤쌉쌀한 인생 같은 마카롱을 굽는다.
50+에세이작가단 리시안(ssmam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