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숲길 가로수 겨울옷 입히기 (시즌 2)
나무에 옷을 입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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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숲길-가로수 겨울옷 입히기(시즌 2)] ‘뜨개 살롱 2021’ 워크숍의 첫 번째 날이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진행되는 행사. 이젠 연례행사로 자리 잡은 셈이다.
자연과 벗하기를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겨울철 산행 중 나무에 볏짚으로 옷을 입혀 겨울나기 보온을 하는 것을 드문드문 보았는데 몇 년 전부터 길 가로수에 볏짚이 아닌 뜨개옷으로 나무에 옷을 입힌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형형색색 뜨개옷을 입혀 가로수길이 환해진 것을 보고 ‘누구의 아이디언지 참! 보기 좋네’ 란 생각이 들었다.
워크숍 진행 중인 모두의 서재에 들어서자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유지영 PM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만나면 물어보는 기자 근성이 숨도 안 쉬고 바로 튀어나온다.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는지요?”
“시민들과 함께하고 나눌 수 있는 따뜻한 프로그램을 생각했었어요. 목도리를 만들어 소외된 어르신들에게 나누어 드리는 행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요. 나무에 겨울나기 옷을 입히고 그것을 다시 이용하는 순환구조도 생각했습니다. 가로수 겨울옷 입히기 자원봉사 활동은 뜨개질을 잘하시는 분만 아니라 초보분들도 참여가 충분히 가능하고요. 감사하게도 마음이 따뜻한 많은 분이 이 워크숍에 참여 신청을 해 주셨습니다.” 프로그램 구상 취지와 함께 유지영 PM의 따뜻한 마음도 전해진다.
▲ 한올 한올 열심히 뜨개질 중인 수강생
한올 한올 뜨개질에 여념이 없는 김영희 님과 잠시 얘기를 나눈다.
“안녕하세요! 뜨개질은 평소 좀 하시나요?”
“(웃음) 뜨개질 거의 안 하지요. 처음 어르신 목도리 만드는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었어요. 좋은 프로그램이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뜨개질은 복잡한 게 아니어서 잠시 해보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했고요. 학창 시절 가사 시간에 했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나네요.”
얘길 나누어 보니 김영희 님은 전직 교사 출신, 지난해 명퇴로 교사 생활을 마치고 올해 이것저것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캠퍼스와 센터에서 교육 수강도 해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새로운 분야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지금은 어린이집 운영지원단의 보람 일자리 활동하면서 짬을 내어 ‘느린 학습자문단’의 봉사 활동도 함께 하고 있다고. 역시 따뜻한 마음이 가득 전해진다.
몇 장의 사진 스케치 후 이것저것 강사님께 물어보며 즐겁게 뜨개질 중인 또 한 분 김경숙 님에게 묻는다.
“봉사 활동 자주 하시나요?”
“장애인을 돌보는 보람 일자리 활동하고 있는데 시간이 나는 대로 제가 할 수 있는 다른 봉사 활동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나는 근황을 잘 모르는 친구들 모임이 있었는데 얘기하다 보니 모두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다양한 보람 일자리 활동하고 있어 서로 깜짝 놀랐어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보람 일자리 활동이 이젠 많이 알려졌나 봐요. 이 프로그램도 활동 중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고 저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어요.” 겨울나무에 옷을 입히는 날이 기대된다며 웃음 가득, 미소 가득하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곁에는 따뜻한 사람들이 늘 함께한다.
▲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뜨개질하는 모습
뜨개질하는 분들이 서로 얘기 나누며 함께 작업하는 모습으로 공간이 흥겹다. 한쪽 구석 다른 작업 탁자에서 뜨개질에 여념이 없는 두 분에게 다가간다. 멀리 일산에서, 동네 마포에서 오셨다는 서로 지인인 두 분이 얘기를 나누며 즐겁게 뜨개질하고 있었다. 서울시50플러스포털 검색 중 알게 되어서 참여하게 되었고 한 분은 집에서 가까워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는 자주 방문하고 좋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하게 된다고. “나무에 입힌 뜨개옷은 겨울이 지나면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네요?” 그러고 보니 필자도 궁금했다. 담당 PM을 찾는다.
“나무에 입힌 뜨개옷이 겨울나기하고 역할이 끝나면 다시 이용한다고 했는데 어찌하나요?”
“지난해의 경우 11월 나무에 옷을 입혔고요. 올해 2월에 나무 옷 수거를 했어요. 전문 업체 세탁 후 서울새활용플라자에 입주한 예술가에게 보냈고 털옷은 예술가의 작품 소재로 쓰였습니다. 올해도 그렇게 수거하여 새활용 할 예정입니다. 새활용, 업싸이클링 이라고 하죠?”
재활용이라는 단어에 익숙한 필자는 새활용이라는 말이 참신하게 전해진다.
담당 PM의 말이 이어진다. “페치워크 방식이라고 해요, 뜨개질로 만들어진 조각을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나무에 입히는 옷이 완성됩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좀 더 많은 양의 나무 옷을 입힐 수 있을 거예요. 경의선 숲길인 공덕에서 대흥역 방향의 100여 그루의 나무가 전시장처럼 옷 입은 모습을 예쁘게 보여줄 겁니다. 이 행사에 참여하는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여 나눔이 확산되고 나눔이 시민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작업입니다. 정말 감사하지요.”
유지영 PM은 지난해에도 가로수 겨울옷 입히기 외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투명 마스크 제작’ ‘시각 장애인을 위한 점자 촉각 카드 만들기’의 자원봉사단 활동 행사를 기획하여 제작물 각 1,000여 개를 소외 이웃에 기부하였다고 했다.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따뜻한 사회를 만든다. 그런 마음이 자연처럼 순환되고 살만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나무에게 묻는다. “추워지는 겨울에 포근하고 예쁜 옷 입으니 어때?”
나무가 대답한다. “너무 좋아! 감사해, 정말 감동이야. 무엇보다 멋지잖아”
취재 뒷이야기
‘따뜻한 숲길, 가로수 겨울옷 입히기’ 취재 후 필자가 잘 아는 마음 따뜻한 지인 한 분도 요즘 열심히 뜨개질하고 있다고 해 모른 체 하며 물었다.
“강 선생! 뭔 뜨개질?” “나무에 입힐 옷 만드는 거예요”
“역시 강 선생은 늘 봉사 활동으로 좋은 일 많이 하네요.”
강 선생은 잠시 뜸 들인 후 이렇게 말했다.
“매년 올해의 작은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요. 올해는 목도리 뜨기, 작은 화분 만들기, 점자 카드 만들기를 했고요. 이어서 나무 옷 입히기에 참여하고 있어요. 작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드렸다는 만족감과 내 손길이 누군가에게 전해진다는 뿌듯함이 들어요.” 강 선생의 예쁜 마음이 전해지는 따사로운 오후였다.
50+시민기자단 안종익 기자(try379@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