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50+에세이 작가단’으로 [중년의 물음느낌표(‽)] 연재를 시작했다. 나이가 들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한 세상 모든 것에 물음표를 던지고, 새로운 관점과 시각으로 깨달은 느낌표를 통해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중년의 삶을 모색하고 싶었다. 오늘이 약속된 마지막 회다.
나는 어제 마포 구립 서강도서관 11월 초대석 [정신 차리니, 나도 작가] 강연을 했다. 책을 좋아하는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이 되기까지 이야기를 부탁받았다. 대부분 읽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당연하게 여기면서, 쓰기는 아무나 할 수 없다고 두려워한다. 하지만 나는 읽기가 즐겁다면? 글도 쓸 수 있지 않겠나! 라며 물음느낌표(‽)를 던졌고,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에서 졸저 [나이 들면 즐거운 일이 없을 줄 알았습니다]를 출판하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나눴다.
사회평론가 박권일 씨는 “축적만 하고 생산하지 않는 독서, 계속 ‘먹기만 하고 싸지 않는’ 독서는 병든 독서이고, 끝내는 죽은 독서가 되고 만다.”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고, 강의를 듣는 인풋(input)도 중요하지만, 말하고 쓰고 만드는 아웃풋(output) 역시 필요하며 그럴 때 더 균형 잡힌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니, 어떻게 하면 ‘읽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삶의 반경을 넓힐 수 있을지 살짝 귀띔해보려 한다.
일단, 책을 읽을 때 메모를 시작해보자. 책을 읽을 때 ‘맞아, 맞아’ 하며 읽다가, 딱 덮고 나면 ‘무슨 내용이었지?’ 할 때도 많다. 줄긋기나 필사만 하지 말고 왜 그 문장이 좋았는지 간단하게라도 자기의 생각을 메모하자. 자기의 경험까지 연결해놓으면 기억도 오래가고, 나중에 내 글감으로 만들기 좋다.
두 번째는 함께 읽기다. 책도 취향이 강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로 편식이 되기 쉬운데, 함께 읽으면 아무래도 다양한 분야를 읽게 된다. 토론을 통해 나와 다른 타인의 의견을 들으며 사고의 확장이 일어나 좋지만, 무엇보다 내 생각을 말로 표현하면서 내 생각을 정리하기 좋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아웃풋이 있는 독서로 이어진다.
자, 이제 글을 쓰기 시작하자. 글을 쓰지 않으면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것은 야구 경기만 보면서 야구를 잘하고 싶다는 것과 같다. 무엇부터 써야 할지 막막하다면 ‘내 이야기’에서 출발해보면 어떨까? 내 이야기를 가장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나’이기 때문이다.
영화 <미나리> 스틸컷
올해 화제의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은 생태학을 전공했다. 어느 날, 그는 윌라 캐더의 소설에서 ‘경외하길 멈추고 기억하길 시작하면서 작가의 경력이 시작됐다’라는 인용문을 보고, 그때부터 자기 가족에 관한 기억을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에피소드가 80가지가 넘었고, 그 에피소드를 한데 모은 것이 영화 <미나리>의 시나리오가 되었다 한다.
더불어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도 중요하다. 매일 30분 타이머를 맞추고 쓰기, 매일 하루 10문장을 쓰기 등등 구체적인 목표와 방법을 가지고 지키면 좋다. 매일 완성된 글을 쓴다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글의 조각을 늘리는 일이다. 조각을 맞춰가며 그렇게 자연스럽게 쓰는 사람이 된다.
매일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반복되는 일상을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된다. 무심히 흘려보내던 일상을 조금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 매일 쓴 글은 기록이 되고 그 기록 속에 글감이 있고, 글감을 발전되면 당신만의 글, 당신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분도 ‘읽는 사람’에 머물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기를 권한다. 당신 스스로 던진 물음표와 느낌표를 글로 옮기고, 많은 사람과 나누며, 생각지 못한 기쁨을 누리기 바란다.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연재를 마친다.
50+에세이작가단 전윤정(2unne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