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053611a-eac4-4632-9f08-e12111b5e5a2.png

 

 

서울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혼자 살던 50대 남성이 죽었습니다. 그의 죽음은 2주가 지나서야 발견됐습니다. 이상한 냄새가 나고 세입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강제로 문을 따고 집안으로 들어섰을 때, 시신은 이미 심하게 부패해 있었습니다. 미혼으로 가족들과 연락 없이 혼자 살다 보니 부패해 냄새가 퍼지기 전까지 아무도 죽음을 눈치채지 못한 것입니다.’

 

20211125일 오후 8시에 방영된 지상파 뉴스 보도 중 하나를 짧게 정리한 글입니다.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쓸쓸하게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 또는 무연사 기사를 자주 접한 탓입니다. 그의 명복을 빈다는 말은 없더군요. 일용직 근로자, 차상위계층으로 호명될 뿐.

 

모르지 않습니다. 죽음의 형태가 달라도 결국 삶은 척행(隻行), 혼자 떠나는 먼 여행임을. 언제나 제자리에 돌아올 것처럼 왕복 승차권을 끊고 호기롭게 떠나지만 때가 되면 다시 올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런데도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당최 무심해 지지가 않습니다. 이 참담함은 1인가구라는 동질감 때문일까요?

 

 

 

00.jpg
 

 

혼자 산다는 것이 이상할 것도, 특별할 것도 없는 시대입니다. 서울의 1인가구 비율이 30%를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그중 노인과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고 동시에 이 계층이 경제적으로도 가장 취약하다고 합니다. 고독사 비율이 가장 높은 집단은 4050 중장년층 남성이고요. 가족이 탄생과 죽음 사이의 관혼상제를 맡던 시대가 더는 아니라고도 하더군요. 이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명치 언저리가 꽉 막힌 듯 답답해지곤 합니다.

 

쉰을 넘기면서 홀로 사는 지인들과 만날 때면 고독사의 위험에 노출된 우리의 처지를 자연스럽게 입에 올리게도 되더군요. 딱히 해결책은 없습니다. 사나흘에 한 번꼴로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는 전화를 하자든가, 연락이 안 되면 형제자매나 경찰서에 연락을 해주자든가, 위기에 처했을 때 누르면 사전에 등록해둔 곳으로 연락이 가는 벨을 설치하라든가, 더 나이가 들면 모여 살자든가, 그런 대화를 나눌 뿐이죠.

 

고독사 못지않게 두려운 것은 내가 내 의지대로 내 몸을 제어할 수 없고, 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나라는 존재가 누군가의 짐이 되는 것,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살았으되 살았다 할 수 없는, 아니 죽기보다 싫은 일이니까요. 이는 1인가구와 다인가구가 똑같이 안고 있는 문제이겠으나, 1인가구가 느끼는 부담감은 다인가구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클 테니까요.

 

 

333.jpg
 

 

물론 늘 그런 생각에 빠져 있지는 않습니다. 그저 오늘을 살아갈 뿐. 어느 날에는 세상이 그어 놓은 선에서 한 치 벗어나지 못한 채 늘 제자리걸음만 한 것 같아 속상해 하다가, 다른 날에는 고단한 세상 그런대로 잘 버텼다 스스로를 위무하다가, 고독을 통해 통찰을 얻기도 하고, 사람들과의 유대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면서 말이죠. 오늘 그랬듯이 내일 역시 삶의 속성대로 앞을 향해 나아갈 테고, 그렇게 삶은 계속되겠지요.

 

이제 ‘1인분의 삶, 1인분의 생각을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그동안 글을 연재할 수 있도록 지면을 허락해준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와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더불어 이곳을 방문하는 분들이 내내 잘 지내기를, 아프지 않고 평안하기를, 부디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빕니다. 무엇보다 힘든 일이 닥치더라도 생의 의지와 기대를 꺾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법정 스님의 산문집 <아름다운 마무리> 중 한 대목을 끝으로 안녕, 안녕을 고합니다.

 

삶의 순간순간이 아름다운 마무리이며 새로운 시작이어야 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 그대로 열어둔 채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낡은 생각, 낡은 습관을 미련 없이 떨쳐버리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마무리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50+에세이작가단 우윤정(abaxial@naver.com) 




21d056b2-27cf-4f90-8f7a-9d811474fa4e.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