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캠퍼스 제1기 50+ 인생학교가
‘스스로 만드는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하며
10여개의 커뮤니티가 제안되었고,
3차례의 헤쳐 모여를 거쳐 6개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커뮤니티 중에 만들어진 "비담채"는 "걷고 싶은 친구들이 뭉쳐 매달 공정여행을 계획하는 커뮤니티"인데, ‘비우고, 담고, 채우는 여행 더하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걷기 모임이자 여행 모임은 조용히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지난날을 회상하고, 친구들과 우정도 나눌 수 있어, 50+세대에게는 특히 의미 있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비담채의 첫 공식 일정이 시작되었다.
출발하는 날은 아침부터 서둘러 공항철도를 탔다. 오전 일찍 운서 역에서 모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스마트 폰 덕분에 환승역인 공덕 역에서 하나 둘 씩 합류하여 지하철 3번 칸에 모여들었다. 이렇게 모인 비담채 회원들은 영종도 삼목항에서 배를 타고 ‘신도’ 섬에 내렸다. 신도는 강화도 남쪽 해상에 있는 세 개의 섬 중 하나이다. ‘신도(信島)’, ‘시도(矢島)’, ‘모도(茅島)’를 합하여 ‘신시모도’라 하는데 세 개의 섬들이 아주 가까이 있어 삼형제의 섬이라고도 부른다.
신도, 시도, 모도는 연도교(連島橋)로 이어져 있어 일단 신도에 들어오면 배 없이 공용버스나 택시를 이용하여 다닐 수 있다. 좀 여유가 있으면 그저 천천히 섬 일대를 걸어도 좋다. 우리는 신시모도가 속한 북도면(北島面)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여행을 시작한다.
가장 먼 곳에 위치한 모도로 향한다.
모도의 배미꾸미 해변에는 조각가 이일호의 에로티시즘 조각품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놓여있다. 조각 공원임에도 우리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기념비 뒷면의 글이다.
“바다는 모도를 섬으로 고립시킬 생각이 없었고,
모도 또한 바다의 품에 안기고 싶지 않았다.”
이 글을 읽다보니 모도로 오는 동안 문화해설사가 들려준 이야기가 떠오른다. 농경지와 물이 적고 고깃배도 부족하여 섬 전체에 말을 풀어놓고 키워 조정에 팔았다고 한다. 지금은 육지로 가는 배가 정기적으로 다니지만 과거에는 바다 가운데 외로운 섬이었을 것이니 육지에 대한 그리움과 바다에 대한 원망이 교차했을 것이다. 최근에 간척하여 논이 일부 조성되었지만 논에 물을 대기 위해 지하수를 끌어 쓰다 보니 생활용수가 부족하다고 한다. 모도에 오면 물을 소중하게 여기고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신도로 이동하여 회와 매운탕을 먹고 식당 밖을 내다보니 멀리 도망간 바닷물이 가까이 다가와 있다.
이젠 정말 섬 같다. 바다 냄새가 바람을 타고 마을 안쪽의 논두렁까지 밀려온다. 탁 트인 논두렁을 걸으니 절로 노래가 나온다.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
누군가 어릴 적 불렀던 동요를 선창하니 다들 합창을 한다. 이 노래가 끝나니 다시 노랫소리가 이어진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50+ 인생학교 친구들이 어린아이가 되어가고 있다.
논두렁을 지나니 꽃향기 가득한 해당화 길이 우리를 유혹한다. 바다 냄새보다 더 강렬한 꽃향기에 취해 우리는 걷고 또 걷는다.
하루 종일 걸어도 지루하지 않을 꽃길이다.
꽃길의 끝에는 작은 시도염전이 있다.
“써래질을 하면서 염부가 흘렸던 땀방울이 저 소금에 녹아 있겠지?” 소금밭과 소금창고를 둘러보면서 고달픈 삶의 흔적을 느껴본다.
시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곳은 수기해변이다. 드라마 슬픈 연가와 풀 하우스의 촬영지이기도 한 이곳은 모래해변이 넓게 펼쳐져 있어 연인들이 낭만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날씨가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다. 비가 오니 우리들 가슴이 마구 과거로 달려간다. 우산 속으로 잊혀진 옛 연인이 들어온다.
수기전망대에 오르니 저 멀리 강화도가 보인다. 왕이 한 때 살았던 섬, 몽골의 침입을 받아 도망쳐 나와 버티고 살았던 섬! 외세의 침략에 시달렸지만 꿋꿋하게 섬을 지켜낸 조상들의 이야기가 다시 이어진다.
빗방울이 더 굵어지니 한 잔의 차가 그리워진다. 버스를 타고 신도에 들어와 로마카페의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아직 차도 주문 안했는데 카페 주인 부부의 모습을 보니 피곤한 우리의 몸이 스르르 녹는다. 은퇴하고 이 섬에 예쁜 카페를 차리셨다고 한다. 남미와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커피 원두의 향이 우리 코끝을 간지럽게 한다.
“아~ 좋다. 그냥 좋다.”
이제는 섬을 떠나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문화해설사도 카페 주인장 부부도 떠나가는 우리들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오랫동안 손을 흔든다. 섬으로 들어갈 때에는 사진도 마구 찍으며 들떠 있었는데 지금은 다들 조용하다. 노래라도 들어야지 이 적막이 걷히겠지? 블루투스 스피커에서는 ‘비와 당신’이 흘러나온다. 빗소리에 묻히는 노래를 살려보려는 듯 우리는 목청껏 따라 부른다.
“아련해지는 빛바랜 추억, 그 얼마나 사무친 건지, 미운 당신을 아직도 나는 그리워하네. 이젠 괜찮은데, 사랑 따윈 저버렸는데 바보 같은 난 눈물이 날까~”
아무리 육지에서 가까운 섬이라도 섬은 섬이다. 연인을 섬에 남기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길을 떠나는 사람처럼, 가슴 한구석이 싸~ 쓰려온다. 애틋함, 그리고 기약 없는 그리움! 배는 떠나는 이의 심정도 아랑곳 하지 않고 멀어져간다.
50+인생학교 졸업을 앞두고 친구들과 함께 떠난 여행,
그동안 몇 마디 이야기도 못 나눈 친구도 함께 걷다보니 살가워지는 이런 것이 바로 도보여행의 맛이 아닐까?
비담채는 이번 여행을 시작으로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비담채와 함께 할 50+ 친구들의 동참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