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학교에 가면 친구들끼리 선생님을 빗대 꼰대라는 말을 많이 썼습니다. 사실 나도 그 뜻이나 어원을 모른 채 꼰대라는 말을 더러 사용하곤 했지요.
요즘은 샘이나 담탱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아이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지독한 비속어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슬픈」 꼰대에 비해 샘이나 담탱이는 제법 「웃픈」 용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꼰대라는 말도 일본어에서 오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만 일본어에서 유래된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책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전라도에서는 번데기를 꼰데기라고 한답니다. 주름살투성이의 꼰데기가 어른이나 노인을 가리키는 말로 변했다가 마침내 “밥맛없는 노인네”를 일컫는 비속어로 발전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밥맛없는 노인네는 어떤 사람을 일컫는 것일까요?
얼마 전 전철에서 임산부 좌석에 앉아 있는 임산부에게 “XX를 한 게 뭐가 그리 자랑스러우냐?”라고 막말을 했던 한 노인이 SNS에서 누리꾼에게 비난의 표적이 되었습니다.
사실 요즘에는 전철에 하도 노인이 많아 웬만한 노인은 노인축에도 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래도 꼭 빠지지 않고 젊은이들의 행동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적질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사람들이 바로 밥맛없는 노인네라 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 말로는 꼰대라고 하지요.
꼰대의 특성은 아주 단순합니다.
대접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꼰대일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또 누군가에게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많은 말을 마구 해대는 사람도 빼놓을 수 없고요. 특히 ‘왕년에 내가...’ 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들먹이는 사람은 거의 백 프로입니다.
또 있을까요? 네, 자식 자랑하는 사람과 돈 자랑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외에도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는 노인수칙을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입을 닫지 못하고 지갑도 열지 못하는 그런 사람은 같은 꼰대에게도 꼰대소리 듣기 십상입니다.
예로부터 노인은 나이듦 자체가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나이듦에는 젊은이들이 가지지 못한 경륜과 삶의 지혜가 오롯이 담겼기 때문입니다.
한 가족의 중심은 항상 나이가 가장 많은 어른에 있고 모든 집안의 의사결정은 어른으로부터 나왔습니다.
그렇기 까지는 유교사상도 한 몫 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유교사상도 시들해지고 어디를 가도 흔해빠진 노인이 있는 시대에서 노인은 존경보다 비아냥의 대상으로 추락했습니다.
더욱이 나이가 듦에 따라 준비해둔 노후가 너무 빈약하고 왜소하다면, 또 물질은 갖췄지만 인품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노인은 존경이나 보호의 대상이 아닌 비아냥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한 층 더 커질 것입니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100세 시대라 일컫습니다.
누구든지 건강하게 100세를 살 수 있는 시대입니다. 노인이라는 말조차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을뿐더러 그래서 만든 용어가 「어르신」인데 이 말조차 사용하기 거북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한때는 「영감」이라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젊은 검사에게 영감이라고 부르는 것을 가끔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영감이라는 용어도 노인의 비속어처럼 변질돼 버렸습니다. 이후 「시니어」라는 용어가 노인과 어르신을 대체할 용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시니어」 라는 말도 싫증이 났는지 사람들은 50+, 또는 60+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50언저리 또는 60언저리에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죠. 은퇴 후 인생 2막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내포된 말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용어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70대는 70+, 80대는 80+라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남기 때문입니다.
노인을 지칭하는 말이 이렇게 발전하는 것은 노인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노인이 주체가 되어 발전을 함께하는 세상이니 당연히 그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용어의 발전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노인이 스스로를 시니어라고 부르고, 50+라고 한들
젊은이들이 한사코 꼰대를 부르짖는다면 노인은 꼰대일 뿐입니다.
젊은이들이 노인을 일컬어 꼰대라고 할 때
노인 스스로 시니어가 되고 50+가 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젊은이들과의 소통은 물론이요
소통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젊은이들과 힙합, 랩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을 스스럼없이 이야기 하고,
그들의 취업이나 결혼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을 때
꼰대를 벗어나 진정한 50+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