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노후 재무 설계
노후에 얼마나 있으면 될까?
은퇴를 앞둔 사람들이 흔히 갖는 의문이다. 이런 의문과 함께 인생 후반기 노후에 대해 대부분 은퇴자는 막연한 걱정과 불안에 휩싸인다. 은퇴를 하며 새롭게 펼쳐질 제2의 인생에 대해 기대와 설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다고 하나, 그런 사람은 주위에 많지 않다. 그만큼 노후에 돈, 즉 재무 설계에 자신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리라.
월 300만원 수준의 월급과 같은 현금흐름을 만들어라.
그래서 사람들은 직장에서 은퇴할 무렵이 되면 이런 저런 경로로 은퇴 전문가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속 시원하게 걱정과 불안이 해소되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각자 처한 환경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은퇴 전문가들의 많은 조언 중에서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는 귀담아 들을 만하다. 노후 재무 설계는 규모로 설계하는 방법이 있고 현금흐름으로 설계하는 방법이 있는데, 지금은 현금흐름으로 설계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재산이 얼마나 있느냐보다, 죽을 때까지 돈이 안 떨어지는 게 핵심이라는 얘기다.
▲ 매월 월급과 같은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사진출처 : Pixabay)
죽을 때까지 돈이 안 떨어지는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3층 연금제도를 활용해 필요한 생활비를 월급처럼 만들어야 한다. 3층 연금제도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말한다. 은퇴 전문가들은 먼저 이 3층 연금제도를 통해서 평균적으로 월 300만원 수준(2022년 기준 건강한 노부부의 적정 노후 생활비(통계청, 314만원))의 월급과 같은 현금흐름을 만들라고 조언한다. 3층 연금에서 산출한 금액이 부족하면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을 활용할 수도 있고, 소일거리를 찾을 수도 있다.
실제로 월 300만 원 정도의 노후생활비는 평균소득 수준의 근로자가 3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3층 연금만 잘 준비해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금액이다. 그래서 노후준비를 너무 어렵게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꾸준히 준비했다면 결코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노후 파산의 원인으로 꼽히는 다섯 가지 리스크 즉, 은퇴 창업 리스크, 금융사기 리스크, 자녀 리스크, 건강 리스크, 황혼이혼 리스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예상외 지출 대비 수입 20% 정도 따로 적립 필요
노후에 월급과 같은 현금흐름 외에도 중요하게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 예상치 못한 불규칙한 일회성 지출 들이다. 이런 예상외의 지출에 대비하지 못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가령 예를 들자면, 차가 갑자기 고장 났는데 수리비가 든다. 타이어·엔진오일 교체, 연식이 있는 차라면 정비에 쉽게 몇 백 만원이 든다. 또 이사비용이나 집수리비도 있다. 침대나 소파 등 가구 교체, 컴퓨터나 TV도 바꿀 때가 온다. 그 외에도 재산세, 해외여행, 자녀 결혼 비용도 생각보다 초과 지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지출을 평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와 같은 불규칙한 예상외 지출은 우리가 생각하는 지출 규모의 약 20%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수입의 20% 정도는 이런 지출에 대비, 따로 적립이 필요하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배당, 채권,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 인컴형 자산 그리고 기존 자산을 재조정하는 방법 등을 추가로 활용해 볼 수 있겠다.
다행스러운 것은 은퇴 후 소비가 시간이 흐를수록 눈에 띄게 감소한다는 것이다. 10년 단위로 끊어서 보면 50~60%씩 크게 감소하는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건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얘기다. 그래서 꾸준한 건강관리는 또 다른 노후 재무관리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은퇴 귀족층과 상류층의 현금흐름
참고로, 우리나라 60세 이상 완전은퇴 가구를 대상으로 ‘생활비 충당’ 정도에 따라 5단계(은퇴귀족, 은퇴상류층, 은퇴중산층, 상대빈곤층, 절대빈곤층)로 분류한 소득 등급표라는 것이 있다. 2021년 기준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토대로 산출한 것이다.
은퇴 귀족층과 상류층의 공적연금은 각각 177만원, 173만원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차이가 나는 부분은 개인연금, 퇴직연금, 금융소득, 월세 같은 재산소득이다. 재산소득의 정도에 따라 ‘생활비가 충분히 여유있다’와 ‘생활비가 여유있다’로 갈린다.
나는 어디에 속하는지 가늠해보면 좋을 것 같다.
▲ 노후소득 피라미드
(출처 : 통계청·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왕개미연구소)
내가 생각하는 노후 재무 설계
첫째, 월급 같은 현금흐름 만들기
필자는 2017년 초에 주된 직장에서 은퇴했다. 금년이 은퇴 7년 차다. 보통의 월급쟁이들 처럼 30년 이상 꾸준히 한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3층 연금제도로 현재 우리나라 평균 노후 생활비 수준 정도의 현금흐름을 확보했다. 살아보니 그 정도 수준이면 그렇게 큰 불편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개개인마다 생활수준, 취미활동, 소비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나의 경우 그렇다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현금흐름의 금액보다 자신의 만족이다.
둘째, 자식의 경제적 자립
자식의 경제적 자립이야말로 노후 재무 설계의 매우 중요한 요인이라 하겠다. 내가 주된 직장에서 퇴사할 때 나는 퇴직이라 하지 않고 은퇴했다고 선언했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배짱 좋게 거친 광야에 던져져도 좋다고 생각한 것은 은퇴할 당시 두 자식이 제 몫은 충분히 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단 자식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었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큰 아이가 결혼할 때도 부모에게 의지하지 않았다. 아들 며느리가 자신들의 힘으로 모두 해결하였다. 둘째 아이도 결혼을 앞두고 있다. 마찬가지로 본인들이 알아서 척척 진행해 나가고 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의 결혼 비용에 크게 신경을 쓰고 걱정을 많이 하는 부분인데 나는 정말로 복 받은 사람이다.
셋째, 평생 현역으로 살아 갈 마음가짐
수입이 있는 일이든, 취미든, 사회공헌이든 평생 현역으로 살아갈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일할 능력이 있고 의향만 있다면 충분하다.
▲ 초고령화 시대, 노노케어*도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사진출처: Pixabay)
* 노노케어: 건강한 노인이 질환이나 다른 사유로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돌보는 서비스
일을 한다면 많든 적든 수입이 따른다. 따라서 자신의 기대치에 맞춰 일자리를 찾으면 된다. 나에게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 재단 내 주요 사업으로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이 있는데,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으로 월 57시간 이내 활동할 수 있으며, 50만원 남짓의 수입이 생긴다.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은 복지시설(자활기업, 노인요양원, 복지관, 지적장애인 시설 등), 문화시설(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에서 이루어지는 사회공헌 성격의 일들이다. 학교안전지원단, 안전산행지원단 등 안전 지원 등의 일자리도 있다. 하찮은 일이라 여겨질 수도 있으나, 남을 돕는다는 보람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일들이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경험하면서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후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라를 구하는 대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소소한 일들을 해보면 어떨까. 그런 점에서 보면 평생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널렸다.
좀 더 나이가 들어도 내가 건강하기만 하면 직업재능훈련센터와 같은 곳에서 장애인들의 훈련보조, 장애인 이동지원 및 산책지원, 초등학교 등굣길 안전하게 건널목 건너기 지원,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내에서의 노노케어 활동 등 얼마든지 주위에 도움을 주면서 살아갈 수 있다. 나의 건강을 챙길 수 있고, 푼돈일 수는 있어도 최소한의 용돈도 벌 수 있다. 농부가 추수한 후 이삭을 챙기듯 ‘이삭줍기’를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넷째, 건강이야말로 노후 재무 설계의 핵심
건강이야말로 노후 재무 설계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운동하는 습관을 가지고 건강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으면 그것이 최고의 재산이다. 그리고 노후에는 돈보다는 시간이 여유로운 편이다. 남는 시간을 활용해 새로운 기술과 지식을 배우는 평생학습의 자세를 갖는다면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건강하지 못해 투병 생활을 이어간다거나 고액의 병원비를 써야 할 상황이 온다면 노후 파산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 노년의 건강 유지는 노후 재무 설계의 핵심이다. (사진출처 : Pixabay)
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인생이 유한한 만큼 살아가며 소비할 수 있는 금액에는 한계가 있다. 자산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노후설계 관점에서 보면 필요한 만큼 노후생활비를 만들 수 있다면 이미 충분히 부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부요(富饒)는 내 마음속에 있다. 육신보다 정신이, 정신보다 영혼이 부자여야 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말하기를 “가장 적은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큰 부자다.”라고 했다.
과거에 잘나가던 고소득층이라고 해서 자만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직장생활 할 때 몸에 밴 씀씀이가 있기 때문에 은퇴 이후 일정 수준 이상 생활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 자칫 '장수(長壽)의 덫'에 걸리기 쉽다.
예전에 이어령 박사가 회고했던 내용이 기억난다. 사회에서의 화려한 출세로 존경은 받았지만, 사랑은 받지 못했다고..... 노후에 돈에 얽매이기보다는 사랑을 받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사진출처 : Pixabay)
시민기자단 구세완 기자(swkoo021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