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50+의 슬기로운 언어생활

-

1편. 어째서 말은 점점 더 어려워질까?

-

 

평생 언어를 사용하면서 살아온 50플러스 세대 대부분은 살아갈수록 언어 사용이 어려워진다고 토로한다.

그들은 지금까지 말을 도구 삼아 의사소통을 해왔고 일을 했으며 인간관계를 유지해왔다. ‘말은 할수록 는다.’라는 일반 원리를 따르자면 우리 사회의 시니어는 누구나 언어의 달인이 되고도 남았을 사람들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어째서 점점 더 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일까?

 

 

 

인간의 언어는 의사소통의 체계

 

이 문제를 풀기 전에 우리는 먼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해야 한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일상적이지 않은 사건을 알게 되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누구에게나 그런 본능이 있다.

그렇게 서술된 이야기를 듣고 상대는 이해하며 나아가 설득된다. 이러한 욕구와 행위는 지구 위에 살아가는 동물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구사하는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이것이 인간 언어의 첫 번째 기능이다.

그와 함께 인간의 언어는 전해진 정보들이 믿을만한지, 논리적으로 합당한지를 판단하고 토론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기원과 문화적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사회를 구성하는 기능도 한다.

결국, 인간의 언어는 서로의 뜻을 주고받는 의사소통의 체계이자 그들의 공동체를 엮어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 발전하게 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 사람의 언어기능은 개인 간 의사소통과 사회 구성원으로 해야 할 역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50+세대가 겪는 현상

 

인간은 깨어있는 시간의 5분의 1을 끊임없이 생겨나는 이야깃거리를 서로 주고받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그런데 평생 쉼 없이 해오던 이런 행위가 어느 순간 어렵게 느껴진다. 대화하는 중에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텔레비전 속에서 오가는 말들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의 웃음 코드나 논리도 이해할 수 없다. 열심히 노력해도 내가 하는 말은 소통보다 불통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언어뿐 아니라 모든 일이 자신의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여기게 된다. 점점 소통지수는 떨어지고 관계는 퇴화하며 좀처럼 나아질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모든 일이 귀찮고 자신감도 없어진다.

어디 그뿐인가? 사회활동이 감퇴하거나 단절되고 건강이나 경제적 불안감이 높아간다. 부모와 배우자, 친구를 잃고 충격에 휩싸이고, 좀처럼 앞이 보이지 않으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스멀스멀 커진다. 그리고 일상생활에도 점점 더 적응하지 못하게 되면서 과거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고령화가 곧 노화를 뜻하는 건 아니라지만 자신의 경우는 안팎으로 노화를 심하게 겪는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언어 사용이 어려워지는 이유

 

이처럼 50+ 세대들이 언어 사용에 어려움은 겪을 때는 다른 현상들도 흔히 함께 나타난다.

우선 신체의 다양한 노화 현상과 함께 나타나고,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의 크고 빠른 변화와 함께 나타난다. 이러한 신체 안팎의 변화는 곧 한 사람의 언어 사용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변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한 사람의 신체가 노화하는 현상을 들 수 있는데 언어기능을 담당하는 뇌와 눈, 코, 귀, 입, 호흡기 등 기관이 노화하여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면서 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신체기능이 떨어지니 말하려는 것을 좀처럼 떠올리지 못하거나 정리하지 못하고, 생각난 것을 말하려고 해도 입으로 잘 표현할 수 없다. 호흡이 고르지 못하거나 약해지면서 음성에 힘을 잃게 되니 전달력도 떨어진다.

대화 가운데 잘 듣지 못하는 것도 대표적인 언어생활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이다. 잘 듣지 못하니 잘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니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없고 대화를 이어갈 수도 없다.

또한, 정신적으로는 연륜이 쌓여 그 사람의 가치관과 생각의 방법이 더욱 확고해지지만, 일반적으로 세상과 소통하기는 더 어려워진다. 자기 생각과 가치관은 확고한데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모든 것들은 빠르게 변화하니 어지간히 마음을 열고 노력하지 않으면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평생 지켜온 자신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백번 양보해도 너무도 다른 상대와 마음을 주고받을 수 없다.

그런 상태가 계속되면 전체적인 소통지수가 하락할 수밖에 없다.

한편 외부적으로 50+세대를 둘러싼 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한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노년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도 세상의 변화는 늘 숨 가쁠 만큼 빠르고 또 급진적이다.

특히 50+ 세대에게 직장과 건강, 경제, 위상, 가정, 인간관계 그리고 다양한 사회현상의 변화가 더 크고 민감하게 다가온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서로 약속한 의사소통체계인 언어조차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변화한다.

이런 모든 변화는 곧잘 충격으로 이어지고 어떻게 해서든 적응해보려 하지만 잘되지 않으며 아예 포기하는 일도 잦아진다.

그리고 한 번 무너진 정신과 삶은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

 

50+세대에 속한 사람이 내외부적 변화와 함께 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조금도 이상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어려움의 원인을 알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 50+세대가 겪는 언어 사용의 어려움은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우리의 언어는 생명체

 

언어는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이다. 생겨나고 발전하고 퇴화하고 소멸한다.

그러므로 세상이 바뀌면 언어도 변한다. 누구나 자신의 안팎에서 변화를 겪는 순간 그 사람의 언어생활도 변화한다. 어떤 변화이든 그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생존의 방법이다.

특별히 언어의 기능을 지키며 사는 것은 그 사람의 삶 전체를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이제 50+세대의 슬기로운 언어생활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나씩 생각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