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키울 목표나무

-

신박한 생각 정리를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생각이 얼마나 많기에 정리까지 필요하게 되었을까?’

 ‘생각에 대해 배운다는 건 무엇일까?’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에 마련된 커뮤니티 학교의 ‘신박한 생각 정리 배우기’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 머리를 스쳤던 ‘생각’이다. 생각과 감정, 느낌은 표현하지 않는 이상 존재했는지조차 기억에 없을 수 있다. 떠올랐다가 잠깐 머물거나 사라지는 것들은 그 지점을 의식하지 않으면 연기처럼 가뭇없다. 자주 반복되면서 누적되기에 나중에 가서야 그 결과로 추측할 뿐이다. 

 

 

 

 

 

 

일상적으로 보면 생존과 관련된 행동이나 습관적 행동 말고는 인간의 머릿속은 생각들로 가득하다. 스스로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 인간은 하루 5만~6만 번의 생각을 한다는데 어떤 근거에서 나왔는지는 모르지만, 수치가 정확한지 보다는 의식하지 못하는 생각을 그렇게나 많이 한다고 여겨야 할 듯하다.

 

생각 때문에 얼마나 머리가 무거우면 ‘멍 때리기’로 머릿속을 비우겠는가? 인간의 대뇌에 자리한 신피질은 다른 동물에게서는 발견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이해·상상·사고·기억·판단 등의 역할을 한다니 인간이란 존재는 필연적으로 (추상적) 사고-생각과 떼놓을 수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많은 생각들을 제대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필자는 인간이란, 자신의 실제 모습과 이상적 모습 사이에서 스스로를 탐색하면서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각자 그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고유성을 만드는 중이다.

 

 

 

 

 

 

서울시50플러스 중부캠퍼스의 커뮤니티 학교에서 선보인 ‘신박한 생각 정리법’은 TOCfE(Theory of Constraint for Education)에 기반한 생각도구를 활용한다고 했다. 목표나무를 심는 것이 핵심으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걸림돌을 찾고 장애 극복을 위한 디딤돌을 놓아 순서대로 실행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때 쓰는 도구가 구름, 가지, 야심찬 목표나무인데, 실습용지, 포스트잇, 필기도구만 있으면 누구든지 활용 가능하다.

 

 

 

 

 

 

필자가 찾은 시간, 조은영 강사는 수강생들이 카톡 오픈 채팅방에 올린 최근 사진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눈 뒤, 신박한 생각 정리에 필요한 ‘가지(branch)’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 우선 나쁜 습관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나 고치고 싶은 습관을 적어보게 하는 데 이어, 그것으로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알아보며 가지를 작성해보는 실습을 이어갔다. 이해를 돕기 위해 <토끼와 거북이> 동화를 어떻게 가지로 그릴 수 있는지를 시범적으로 보여줬다.

 

 중부캠퍼스 내의 ‘커뮤니티 학교’는 일반 커뮤니티와 달리, 하나의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배워 다른 이들에게 가르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정확한 이해와 스스로 적용해보는 실습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문제가 되는 습관을 파악하고 고치는 것이 목적인 경우, 일단 나에게 어떤 습관이 있는지, 많은 습관 중 문제가 되는 습관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필요가 있다.

 

 

 

 

 

 

사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난 일은 원인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가 무엇을 문제로 인식하는지, 그것이 왜 일어났는지, 원인이 하나인지 혹은 여럿인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이때 원인과 결과 간 연결이 잘못되지 않아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또 결과에 대한 원인이 분명치 않을 때에는 그에 대한 설명문 상자를 추가해서 ‘왜냐하면’이나 ‘그리고’를 표시함으로써 결과를 초래한 과정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강의 내용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바나나 효과’라는 것이다. 결과를 보여주는 원인이 여럿일 때 원인 간 상관관계임을 보여 주는 표시로, and의 뜻을 갖는다. 읽을 때는 ‘그리고’ 또는 ‘왜냐하면’으로 푸는데, 이런 방식으로 가지를 그려 나가다 보면 무엇을 고쳐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고.

 

조 강사는 현재 상태를 인지하고 싶으면 ‘가지 그리기’를 하라고 권유했다. 결과가 좋으려면 그에 필요한(원인이 되는) 행동을 하나둘 쌓는 게 중요하다. 가지 그리기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으로도 쓰인다. 또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는 대신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조 강사는 자신과 아들 간 겪었던 갈등을 사례로 제시하는 것으로 이 생각 도구의 쓰임새를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가지를 그리다 보면 애초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결과가 잘못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는데, 이때 어디를 고쳐야 하는지 분명히 알게 된다. 사실 해법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속도가 전에 없이 빨라진 요즘, 결과가 된 원인을 특정하기란 쉽지 않다. 한때 유행했던 마인드맵이 중심에서 뻗어 나가는 확장된 가지의 개념을 차용한 것과 달리, TOCfE의 ‘가지 그리기’는 현재의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활용해 지금보다 개선된 모습을 강조한다.

 

(자원이) 부족하거나 없을 때는 모으는 게 중요하고 많을수록 부유해지지만, 웬만큼 모아지면 그것을 정리·유지하면서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움직이지 않는 건 고여서 썩기 마련이니까. 그런 점에서 최근 들어 수납 정리가 하나의 전문 기술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TOCfE의 ‘가지 그리기’ 역시 머릿속 정리에 요긴한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지 그리기’는 생각을 정리하고 기억을 지속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이 시간에 수강생들은 강의를 전달받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활용하도록 실습 시간을 제공받았다. 이런 연습이 반복될수록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러니까 ‘빨리 많이’의 지식 전달이 아니라 ‘천천히 내 것’으로 하는 창의성 계발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싶다. 생각을 신박하게 정리할수록 우리 안의 창의성 부분도 가지를 새롭게 그려 나가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