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스스로 목숨을 끊은 前 직장 후배의 이야기를 들었다. 나와 같은 부서에서 같은 일을 했고 비슷한 시기에 명예퇴직을 하고 나온 후배이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오랜 직장에서 벗어나면 잠시 해방감을 느끼지만, 막상 돌아서면 바람을 막아줄 곳도 속내를 드러내 상담할 곳도 없다. 미국의 경우 퇴직자들의 고충을 대변하는 퇴직자협회(AARP, American Association of Retired Persons)가 있어서 의회나 사회에 이익을 대변하기도 한다.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경제적 은퇴 시기는 72세이지만, 60세 정년 은퇴를 앞둔 이들의 고민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나마 정년퇴직하는 비율은 19%에 불과하고 기업체 임원의 경우 퇴직 직전에 해임 통보를 받기 때문에 그 충격은 사회적 죽음에 버금간다고 한다.
▲ 《퇴직하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이동신 著》
이런 부분에 착안하여 시민기자가 올 8월에 출판한 책이 《퇴직하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이동신 著》이다. 중요한 간을 용궁에 두고 미리 뛰쳐나온 토끼의 이야기이며, 중도 퇴직을 선택한 이들의 고민과 경험을 이야기한 책이다.
수명연장에 따른 불안한 노후, 하지만 인생 후반기에 벼룩처럼 뛰어올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고 싶었다. 퇴직 후의 현실과 리스크, 퇴직 후의 마음 건강, 인생 2모작으로서의 수입 파이프라인, 퇴직 후에 마주치는 재취업과 창업, 재무 설계와 인간관계, 각종 정부 지원제도까지 폭넓게 다루었다.
7장 ‘호모헌드레드 시대의 위대한 중년들’ 편에서는 자기 분야에서 열정적으로 인생 2막을 펼쳐가고 있는 중년들을 소개하였고, 부록 1에서는 삶과 비즈니스가 편리해지는 인터넷 활용과 다양한 스마트폰 활용법을 소개하였다. 부록 2에서는 창업 시 지원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사업 자금 신청에 대해서 정리하였다.
현대인의 평균수명은 30년 전에 비해 17년, 60년 전에 비해 25년이 늘어났지만, 대부분의 직장 정년은 고작 5년이 늘어났다. 고령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뒷자리로 밀려나고 있지만, 중년의 핏속에도 태양이 몇 개나 들어 있다. 인생 후반기에는 타인의 삶을 흉내 내거나 평균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삶이 예술 작품처럼 빛났으면 좋겠다.
퇴직 후 생존 차원에서 나 자신을 효율적으로 브랜딩하기 위해서, 2020년부터 매년 한 권씩 출판하여 이번에 세 번째 책이 나왔다. 퇴직 전후의 나의 시행착오와 다양한 경험이 퇴직을 고려하고 있거나 이미 퇴직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짜는 진짜를 이길 수 없다. 이 책의 내용은 대부분 직접 경험하고 쓴 체험의 결과물이다.
▲ 필자는 《퇴직하기 전에 미리 알았더라면》의 저자이면서 현재 50+시민기자단으로 활동 중이다. ⓒ 50+시민기자단 이동신 기자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시민기자로 일하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 봉사든 취미활동이든 남성 고령자보다 여성 고령자들의 사회 활동이 더 왕성하다는 것이다. 교회나 절, 복지관 등에서 여성들이 넘쳐나지만, 상대적으로 남성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성들이 사교적이고 사회적 관계를 즐기는 반면 남성들은 권위적이고 배타적이다.
이는 자살률 수치에서도 잘 나타난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자살국가인데,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성의 경우 나이별 편차가 미미하지만, 남성들은 나이가 들수록 자살률이 계속 올라가서 남성 노인의 자살률은 여성 노인의 3.2배나 된다. 실질적인 자살에 해당하는 고독사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무려 10배나 높다.
우리는 아버지 세대보다 17년, 할아버지 세대보다는 25년이나 더 긴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60세 청년이라는 말은 이제 엄연히 현실이다. 유엔이 재정립한 청년 나이의 기준도 18세~65세이다. 60세 ‘조기 은퇴’의 망령에서 벗어나 새로운 백세 시대의 삶을 설계할 시점이다.
50+시민기자단 이동신 기자 (ssjameslee@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