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도착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2문학나눔 2차 도서 71권 가운데  

서대문50플러스센터 도서실에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 50플러스들은 어떤 책을 제일 먼저 골랐을까요? 

이 겨울, 북 코디네이터가 고른 책들의 독후감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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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2년 2차 문학나눔 도서 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 문태준 지음 / 2022년 마음의숲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엄선한 우수 작가와 신예 작가의 작품인 문학나눔 도서를 우리 센터 서가에서 매년 처음으로 맞이하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많은 책 중에서 문태준 시인의 마음 수업문장 수업이라고 명명된 나는 첫 문장을 기다렸다는 제목을 보고 마치 심장이 멈추듯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문태준 시인이 제주로 이사한 후제주에서의 봄여름가을겨울의 일상과 풍경을 다른 이들의 시편과 글을 섬세하게 연결하며 들려주는 산문집이다.

 

시인으로 살면서 시를 태어나게 하는 조건으로 맨손 맨발로 굳은살 박이면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제주살이는 시가 내게 찾아올 수 있도록 나를 세우는 일이었다새벽마다 시 쓰려 끙끙 앓으면서 첫 문장을 기다립니다이런 조건들이 저를 만들고 있다는 게 흡족합니다.”

 

제주의 푸른 바다와 바람올레길돌담음식시골 생활의 불편한 일상에 대하여 웃들의 넉넉하고 푸짐한 마음의 사용을 배워 베풀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 시인의 삶 자체가 하나의 수행과도 같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시인이 시를 짓는 이유도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려는사람이 전부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는 서정적이고 주옥같은 문장들을 직접 마주하기 바란다.

시인은 가을의 시간에는 소리가 잘 들린다고우리의 감각이 가을에 예민해진다며, “그동안 질주하듯 살아온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삶의 속도를 조절하고삶의 궤적을 돌아보고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도 한번 질문해보게 되는 것이다.”는 시인의 옥고(玉稿)와 같은 책장을 넘기며내 마음이 위로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지나간 여러 계절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나의 마음 사용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계절을 느껴본다.

글 김기수 북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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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2년 2차 문학나눔 도서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 이용재 / 2022/ 푸른숲

 

건축가이면서 음식 칼럼니스트이자 번역가인 이용재가 전하는 음식 에세이 오늘 브로콜리 싱싱한가요?’라는 맛깔스러운 글이 나왔기에 소개해 본다.

 

콜리플라워는 파스타가 아니지만 알덴테의 미덕을 빌어와 부드럽게 씹히되 끝에 살짝 저항이 남아 있도록 삶는 게 좋다. () 온기가 남아 있을 때 버무려야 콜리플라워가 드레싱을 더 잘 흡수하며 식초의 향도 살아난다.”

 

흔히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인 채소, 육류, 해산물, 양념 등이 수다스럽게 자신들을 제대로 알고 요리해 달라고 떠들어 대고, 흔히 알던 방식만 고집하지 말고 색다르게 변신시켜 보면 어떻겠냐고 제의한다읽는 것만으로 혀끝에서 느껴지는 맛이라니제대로 마늘 맛을 내기 위해서는 재료의 신선함 못지않게 팬이나 불의 세기도 중요하다. 아울러 간장이나 식초, 오일 등과 어우러져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승격이 되기도 한다. 마늘뿐만 아니라 우리가 익히 아는 먹거리 재료 등을 알고 나니 더 잘 요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요리도 역시 공부해야 더 잘 할 수 있는 거였다.

이 책은 식재료가 건네는 이야기 외에도 콜미 바이 유어 네임등 영화에 나오는 음식 이야기나 간단한 레시피도 들어있고, 음식 평론가이자 번역가인 작가의 음식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엿볼 수 있어 평소 음식 에세이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거운 독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글 임영신 북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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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2년 2차 문학나눔 도서 저승 최후의 날시아란 지음 / 2022/ 안전가옥

 

사람이란 묘해서 내가 속하지 않은 곳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는 법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일까 오랜만에 이승이 아닌 곳을 그린 책을 읽었다.

초신성이 폭발해 발사된 방사능으로 한반도의 인류가 멸망 일보 직전까지 가자 그 재앙으로 가장 먼저 망자가 된 천문학 연구원 호연과 민속학자 예슬은 이승이 사라지면 저승도 사라진다는 전제하에 염라대왕을 비롯한 저승의 신들과 저승 구조 작전에 투입된다육체가 없어 생기는 현상들- 피곤을 느끼지 않거나 의식주의 개념이 없다는 등등- 외엔 이승과 크게 다를 것 없이 움직이는 저승에서 두 사람은 이승에서 익힌 학문을 기반으로 주어진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인간이 사라진다는 것은 역시 정신이 사라지는 걸까이승에서 저승의 신들을 찾는 사람들이 없어지면 즉 이승의 인간들이 모두 죽는다면 그들이 찾던 저승의 그 신들도 같이 소멸한다는 저자의 생각은 이 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저승의 영혼들은 비록 한때 이승의 인류가 사라져 저승이 없어지더라도, 저승에 존재하던 신들의 기록을 이승에 남겨서 새로 만들어진 인류가 그것을 찾아 믿으면 저승이 다시 재건될 수 있다는 확신을 안고 저승 기록의 이승 남김을 위해 몇 명 남지 않은 이승인을 만나 도움을 요청하는 전무후무한 시도를 한다.

현재를 잡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죽어서도 없어지지 않는걸까. 그렇다면 인간의 정신세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흘러간 노래 가사처럼 이 풍진 세상 떠나면 힘들었던 일 다 잊고 그나마 편히 갈 줄 알았는데 이 책은 그런 생각에 또 다른 의문을 던져주었다

어쩌면 이승의 생 이후에 더 처절한, 삶 아닌 삶이 기다릴지도 모른다.

글 황은아 북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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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줄의 문장과 몇 푼의 돈/ 희석 지음 / 2022/ 발코니

  

밥벌이에 고단한 한 청년의 곤고한 기록을 읽는다. 그는 생물학적 아버지가 남긴 빚을 베갯머리에 말아 넣고 잠드는 영혼이다. 지은이 희석은 공대에 입학했다가 국문학을 부전공하여 동아줄 잡듯 대학 신문사에 들어가 글쓰기에 입문한다. 다행히 정곡을 찌르는 선생을 만나 분루를 삼키며 한 발 한 발 문장의 세계로 빠져든다.

유학원 홍보물, 지역 신문과 잡지에 투고하는 몇 줄의 문장에 몇 푼의 돈이 딸려 오는 날들로 20대를 연명하는 그의 모습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도 허투루 쓰지 못하고 날밤을 하얗게 밝히는 나날. 간신히 졸업장을 쥐었지만 두드리는 곳마다 거절, 심지어 그가 나온 대학 지역에서조차 지방대 출신이 그렇지 뭐라는 조소를 견뎌야 하는 모순.

 

몇 년 전 광화문에서 젊은이들을 부러운 눈길로 한참 바라본 적이 있다. 점심시간, 건물마다 쏟아져 나오는 젊은이들의 모습에 아들의 모습이 투영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밝아 보였고, 취업에 실패를 거듭하는 아들은 그늘져 보였다. 우리 아들은 언제 저렇게 사원증을 목에 걸고 웃음 띤 얼굴로 밥을 먹으러 갈까. 가슴이 서늘하다는 표현이 몸으로 체득되었던 경험이 생생하다(그 아들이 지금은 자신에게 잘 맞는 외국계 기업에 들어가 집에서 독립하고, 자기 몫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응원만 하면 되는 엄마의 자리란 얼마나 좋은지).

  

천신만고를 겪으며 기업과 정당에 들어가 밥벌이를 이어가던 지은이 역시 30대 들어 1인 출판사를 차려 자신의 둥지를 튼다. 그가 기획하고 펴내는 책들의 면면을 보면 진보정당에서 일했던 경향성을 잘 보여 준다. ‘다른 사람과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데 일억 광년 걸린다는 저자는 글을 통해 책을 통해 뚜벅뚜벅 자기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 책은 일의 자리라는 시리즈 제목에 맞게 그의 일, 즉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21세기 대한민국 청년의 인생백서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싶다. 그가 출판사의 정체성을 잘 지켜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을 꾸준히 출간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 강옥순 북 코디네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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